밤은 고요할 대로 고요한데
잠은 어이하여 오지를 않는지

새삼스레 걱정 더럭 됨이 있어선가
그도 꼭은 그렇지를 않건마는

딱딱이 두 차례째나 돌았어도
잠은 길 떠난 사람 같이 안오아

아하 어이없이도 호젓하구나
내 마음은 사람 묏다 헤진 빈 마당

아하 야릇하게도 괴괴하구나
가죽 밑 도는 피 소리 또렷키도 하네

활활 타는 두 눈 붙이고 누웠노라니
귓속에선 무엔지 잉 하고 운다.

그 무슨 소릴까 그 무슨 소릴까
옛날의 풍경 소리까지 새새 섞이나니

가라앉아라 내 어리고 어리석은 마음이어
오늘 밤은 뒤채고 잠 못 이루나

그 저녁이 오면 괴롬의 붉은 고운 놀 스러지고—
꿈조차 섞이잖은 깊은 잠에 빠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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