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경초
나는 소나무 아래서 놀다가
지팽이로 한줄기 풀을 부질렀다.
풀은 아모 反抗[반항]도 怨望[원망]도 없다.
나는 부러진 풀을 슯어한다.
부러진 풀은 永遠[영원]히 이어지지 못한다.
내가 지팽이로 부질러지 아니 하였으면
풀은 맑은 바람에 춤도 추고 노래도 하며
銀[은]같은 이슬에 잠자고 키쓰도 하리라.
모진 바람과 찬 서리에 걲이는 것이야 어찌하랴마는
나로 말미암아 걲어진 풀을 슯어한다.
사람은 사람의 죽음을 슯어한다.
仁人志士[인인지사] 英雄豪傑[영웅호걸]의 죽음을 더욱 슯어한다.
나는 죽으면서도 아모 反抗[반항]도 怨望[원망]도 없는 한줄기 풀을 슯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