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해를 보내는 노래

「가뭄이 들고 큰물이 지고 불이 나고 목숨이 많이 죽은 올해이다. 조선 사람아, 금강산에 불이 났단 이 한 말이 얼마나 깊은 묵시인가. 몸서리치이는 말이 아니냐. 오, 하나님――사람의 약한 마음이 만든 도꺠비가 아니라 우리에게 힘을 주는 자연의 영정 하나뿐인 사람의 예지――를 불러 말하노니, 잘못 짐작은 갖지 말고 보아라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조선 사람의 가슴마다에 숨어 사는 모든 하나님들아!」

하나님! 나는 당신께 돌려 보냅니다.
속썩은 한숨과 피젖은 눈물로 이 해를 싸서
웃고 받을지 울고 받을지 모르는 당신께 돌려 보냅니다.
당신이 보낸 이 해는 목마르던 나를 물에 빠져 죽이려다가
누더기로 겨우 가린 헐벗은 몸을 태우려도 하였고
주리고 주려서 사람끼리 원망타가 굶어 죽고 만 이 해를 돌려 보냅니다.
하나님! 나는 당신께 묻잡으려 합니다.
땅에 엎드려 하늘을 우러러 창잡은 손으로
밉게 들을지 섧게 들을지 모르는 당신께 묻잡으려 합니다.
당신 보낸 이 해는 우리에게 「노아의 홍수」를 갖고 왔다가
그날의 「유황불」은 사람도 만들 수 있다 태워 보였으나
주리고 주려도 우리들이 못 깨쳤다 굶어 죽였던가 묻잡으려 합니다.
아, 하나님!
이 해를 받으시고 오는 새해 아침부턴 벼락을 내려줍소.
악도 선보담 더 착할 때 있음을 아옵든지 모르면 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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