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도 저물었다.

이 밤의 교교한 월색은 여전히 나의 작은 몸뚱어리를 눈 위에 뚜렷이 던져 준다. 두 달 전에 저 달은 내 고향서 보았건만……?

이곳은 북국. 북국의 밤은 매우 차다. 저 달빛은 나의 뺨을 후려치는 듯 차다. 그리고 사나운 바람은 몰려오다가 전선과 나뭇가지에 걸려 휙휙 소리쳐 운다. 그 소리는 나의 가슴을 몹시도 흔들어준다. 때마침 어디서 들려오는 어린애 울음 소리…… 나는 문득 이런 노래가 생각난다.

이 밤에
어린애 우네
밤새껏 우네

아마 뉘 집 애기
빈 젖을 빠나부이
밤새워 빠나부이

못 입고 못 먹는 이 땅의 빈농들에게야 저 바람같이 무서운 것이 또 어디 있으랴! 사의 마신이 손을 벌리고 덤벼드는 듯한 저 바람! 굶주린 저들은 오직 공포에 떨 뿐이다.

이곳은 간도다. 서북으로는 시베리아, 동남으로는 조선에 접하여 있는 땅이다. 추울 때는 영하 40도를 중간에 두고 오르고 내리는 이 땅이다.

그나마 애써 농사를 지어 놓고도 또다시 기한(飢寒)에 울고 있지 않는가!

백미 1두(斗)에 75전, 식염 1두에 2원 20전, 물경 백미값의 3배! 이 일단을 보아도 철두철미한 ××수단의 전폭을 엿보기에 어렵지 않다. ‘가정이 공어 맹호야(苛政 恐於猛虎也 - 가렴주구하는 정치가 사나운 호랑이 보다 더 무섭다)’라던가? 이 말은 일찌기 들어왔다.

황폐하여 가는 광야에는 군경을 실은 트럭이 종횡으로 질주하고 상공에는 단엽식(單葉式) 비행기만 대선회를 한다.

대산림으로 쫓기어 ××를 들고 ××××××하는 그들! 이 땅을 싸고 도는 환경은 매우 복잡다단하다. 그저 극단과 극단으로 중간성을 잃어버린 이 땅이다.

인간은 1937년을 목표로 일대 살육과 파괴를 하려고 준비를 한다고 한다.

타협 평화 자유 인도 , , , 등의 고개는 벌써 옛날에 넘어버리고 지금은 제각기 갈 길을 밟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군축(軍縮)은 군확(軍擴)으로, 국제 협조는 국제 알력으로, 데모크라시는 파쇼로, 평화는 전쟁으로…… 인간은 정반합의 변증법적 궤도를 여실히 밟고 있다.

이 거리는 고요하다. 이따금 보이느니 개털모에 총을 메고 우두커니 섰는 만주국 순경뿐이다. 그리고 멀리 사라지는 마차의 지르릉 울리는 종 소리…… 찬 달은 흰 구름 속으로 슬슬 달음질치고 있다. 저 달을 보는 사람은 많으련마는 역시 환경과 입장에 따라 느끼는 바 감회도 다를 것이다.

붓을 들고 쓰지 못하는 이 가슴! 입이 있고도 말 못하는 이 마음! 저 달 보고 나 호소해볼까. 그러나 차디찬 저 달은 이 인간사회의 애닯은 이 정황에 구애되지 않고 구름 속으로 또 구름 속으로 흘러간다.

대자연은 크게 움직이고 있다.

33년 11월 용정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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