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제83차 라디오 인터넷 연설

이명박 대통령 제83차 라디오 인터넷 연설
제17대 대통령 이명박
'행복한 학교'가 학교폭력 문제 해결의 진정한 출발점입니다 2012년 2월 6일 월요일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오늘 정부에서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종합 대책을 김황식 총리가 직접 발표할 예정입니다.


지난 12월 대구에서 한 중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건 직후 정부가 즉각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 일회성이 아닌 근본적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였습니다. 또한 정부 대책에 앞서서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동안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부모와 담당 교사, 그리고 일선 교사와 교육단체 인사를 두루 만나 문제의 원인과 해법이 무엇인지 많은 의견을 들었습니다.


지난 1월 30일에 청소년상담센터 ‘위(Wee)센터’를 방문했을 때 학교폭력으로 9년 넘게 고통받은 한 학생의 사례를 접했습니다. 전문상담교사 손은정 씨 이야기입니다.


“제가 만났던 아이 중 하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거의 9년 넘도록 학교폭력에 시달렸는데, 심지어 화장실에 갇혀서 3시간 동안 못 나온 경험도 있다고 했어요.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경계하듯이 쳐다보고,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불신하고, 말도 굉장히 방어적으로 하는 그런 특성을 보였어요.


역대 모든 정부가 사교육비 줄이는 데만 힘을 쏟으면서 정작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현실을 너무나 몰랐던 것 같습니다. 또한 문제를 알면서 방치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적극 대응한 학교도 있지만 많은 학교가 학교 평가에 불이익 받을 것을 우려해서 문제를 감춘 예도 있었습니다. 정말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자란다고 하지만, 요즘 학교폭력은 예전과 크게 다릅니다. 폭력을 휘두르는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신체적・정신적 가해의 정도도 범죄 수준으로 심각합니다. 하지만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의 고통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피해 학생들이 끔찍한 고통을 당하면서도, 문제를 털어놓고 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가해 학생의 보복이 두려워서 교사나 부모에게조차 말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혼자 마음의 병을 키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생기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학교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나서야 하겠습니다.


오늘 발표할 정부 종합 대책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해 학생에 대한 엄정한 처벌, 피해 학생의 안전한 보호, 그리고 교육 환경 개선입니다.


사안이 가볍거나 처음일 경우는 가해 학생을 선도해야겠지만, 그 밖의 경우는 경찰이 엄정 조치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가해 학생들을 만나 보니, 이들도 평범한 학생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습니다. 다만 가정환경이 불우하거나, 부모와 자녀 간 대화가 단절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들이 학교와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이끄는 것도 처벌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정목초등학교 유풍형 교장 선생의 계도 성공 사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 학교에 3학년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학교에는 주변 친구들 괴롭히는 재미로 오는 아이입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이혼을 하니까 정신적 충격을 받아 아주 폭력성이 강해지고……. 지도를 꾸준히 하면서 방과 후에도 지역아동센터에 보내 영어교육, 과제학습, 율동, 체육 같은 프로그램으로 지도하고 저녁까지 먹여서 귀가시키는 것을 계속했더니 성격이 유순해지면서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얼굴이 밝아진 거예요.”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뿌리 뽑으려면 어릴 때부터 좋은 인성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번 정부의 종합 대책에도 인성 교육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또한 중학교 체육 활동을 크게 확대해서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해소하고 절제력과 단결력을 배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학교가 입시에만 매몰되지 않고, 학생 모두 자신의 꿈을 찾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최근에 만난 장선주 학생의 의견을 들어 보겠습니다.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는 학생은 수업 시간이 정말 지루하고 발표를 시켜도 위축되기만 하고, 왜 그걸 못하느냐고 하면 자긍심만 떨어지게 되어서 그런 학생이 문제아가 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고 또 칭찬을 해주어서 자긍심을 올릴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행복한 학교’가 학교폭력 문제 해결의 진정한 출발점입니다. 이런 면에서 정부가 그동안 힘써 온 마이스터고 육성과 고졸 취업 확대 정책이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부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체가 그동안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자 많은 노력을 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쳤던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정부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각자의 책임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각 사회단체와 기관 모두 힘을 합쳐서 교육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금 터키와 사우디・카타르・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3개국을 순방 중입니다. 이번 순방의 주요 목적은 세계경제가 매우 어려울 때 달러가 많고 일거리가 많은 나라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원유 도입선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순방 결과는 돌아와서 국민 여러분께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날씨가 매우 춥습니다. 건강에 각별히 조심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