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제26차 라디오 인터넷 연설
이명박 대통령 제26차 라디오 인터넷 연설 | ||
제17대 대통령 이명박 |
문화가 경제이고 경제가 문화인 시대 | 2009년 10월 19일 월요일 |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요즘 참 힘드시죠.’ 이렇게 연설을 시작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사이에 국내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았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더 큰 대한민국으로 일어서고 있습니다. 저와 정부는 경제 회복의 온기가 서민들에게 미칠 때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더욱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립니다.
세상에 먹고사는 일만큼 중요하고 절실한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1년 간 경제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행복하게 살고, 대한민국이 일류국가가 되려면 어린이부터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꿈꾸는 선진일류국가도 단지 소득 수준만 높은 것이 아니라 경제적 수준에 걸맞은 문화 수준을 가진 문화국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문화의 달 10월을 맞아 오늘은 문화를 주제로 말씀드릴까 합니다.
제 삶 속에서 문화란 행복과 여유를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가난했던 시절 영화나 책을 마음껏 보고 읽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당시 졸린 눈을 비비면서 읽었던 책들은 지금도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제가 직장인이 되어 첫 해외 근무에서 탄 월급으로는 중고 카메라를 샀습니다. 간부사원이 되어서는 오디오를 제일 먼저 구입했습니다. 해외 출장을 다닐 땐 국내에서부터 미리 계획을 짜서 음악회와 예술 작품을 보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사무실에 틀어놓은 FM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통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문화를 통해서 폭넓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요즘 세계 여러 나라 정상들을 자주 만납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의 정상들은 대체로 정상회담장에도 책을 한 권씩 가지고 들어와서 휴식 시간이 되면 그 책을 읽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책 읽는 생활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는 것이죠. 한 나라의 경제 수준은 수치를 통해 나타나지만,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은 그러한 모습을 통해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인 시절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 갈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그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와서 공연을 즐기는 것을 보면서 러시아 국민의 문화 수준을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이 나라가 지금은 매우 힘들지만, 이러한 문화적 저력이 있으니까 그 힘으로 언젠가는 일어 설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이렇게 문화적 혜택을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시장 시절 세계적인 기업의 CEO들을 만나 투자 유치를 할 때도 마찬 가지 경험을 했습니다. ‘세율이 얼마냐, 우리 기업이 가면 어떤 경제적 혜택을 줄 것이냐.’ 이런 경제 관련 질문을 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서울에 오페라 하우스는 있느냐.” “우리 직원들이 주말에는 여가를 어떻게 보낼 수 있겠느냐.” “가까운 곳에 점심 먹고 산책할 곳이 있느냐.” “때론 주말에 도심에서 자전거를 탈 수는 있느냐.” 하는 질문을 더 먼저 했습니다.
투자 조건이 아무리 우수해도 그곳에서 일할 직원들이나 가족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지방에 내려가서 일하기를 꺼려하는 이유도 이러한 문화적 환경과 생활의 차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이 숨 가쁘게 살아오면서 문화생활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렇지 우리 민족의 유전자에는 강한 문화적 기질과 욕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대한민국이 국민 누구나 가까이에서 즐겁게 문화를 즐기는 품격 있는 삶을 누리는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백남준・정명훈 씨와 같은 분들이 있고, 엘리트 교육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지만, 아직 국민들의 평균적인 문화 수준에 있어서는 아쉬운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문화 국민, 문화 국가를 만드는 일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크게 넓히고자 합니다. 지역 간, 계층 간 문화 향유의 불균형을 크게 줄일 것입니다. 농촌・산촌・어촌 전국 어느 곳에 서나 누구든지 일상 속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자 합니다. 저는 4대강이 만들어지면 그 주위에 많은 문화 시설이 만들어 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특별한 투자도 필요합니다. 내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이 사상 처음 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체 예산 증가율에 비하면 무려 배나 되는 20%나 늘어났습니다. 물론 예산만 늘린다고 해서 바로 문화국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행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러한 일에 관심을 두고 있고, 기업들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1세기는 문화가 경제이고, 경제가 문화인 시대입니다. 문화는 먹을거리도 만들어 내고 일자리도 만들어 내는 또 하나의 산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이를 위한 자질과 능력이 풍부합니다.
지금 우리는 우리의 전통문화와 고유한 음식 문화가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계인들에게 대한민국이 경제만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도 우수한 국가임을 알려야겠습니다. 그래야 경제 수준에 걸맞게 나라의 품격도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문화 국민이 되고 세계시민이 될 때 진정한 문화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저도 여러분을 가까운 문화 현장에서 자주 뵙게 되기를 바라고, 조금이라도 빨리 우리 서민경제가 살아나서 보다 마음 편히 문화를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