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필/휘파람 인사

이탈리아의 가극작가 롯시니는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못한 중에도 특별히 인명(人名)에 대하여서 좀처럼 기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까닭에 그는 이 건망증으로 인하여 사교계에 출입할 때에 실로 포복절도할 진사건을 일으킨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어떤 날 그는 영국의 작곡가 비숍을 만났읍니다. 롯시니는 그의 안면을 익히 기억하는 까닭에 친절히 악수를 하며 인사를 했읍니다.

“아 참, 오래간 만입니다, 씨.”

이같이 말해 놓기는 했지마는 그의 이름이 좀처럼 생각나지 않아서 쩔쩔맸읍니다. 서양 풍속에는 남과 인사를 할 때에 그의 이름을 말하지 않아서는 실례가 되는 까닭이었겠지요. 그러나 다행히 그는 비숍이 작곡한 가요곡 〈바람이 불 때〉의 선율이 문뜩 생각났으므로 롯시니는 성명을 말하는 대신에 이 선율을 휘파람으로 불어서, 자기가 비숍을 잘 기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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