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필/종달새의 노래
조부모의 이름을 모를지언정 음악을 말하는 사람치고서 슈베르트의 이름을 모를 이는 없을 것이니, 그는 1797년에 오스트리아 서울 비엔나에서 탄생하여 갖은 간난신고를 다 겪고서, 31세라는 청년기에 세상을 떠난 박명(薄命)의 천재니, 그의 이같이 짧은 생애에도 엄청나게 수많은 작품을 남기었고, 그 작품들이 모두 주옥 같은 명작임을 생각할 때에, 누구나 그의 비범한 천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그가 도이칠란트계 음악가 중 3대 S의 1인으로, 기악곡의 왕 베에토벤과 함께 쌍벽을 이룬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닌 것을 족히 짐작할 것입니다.
슈베르트는 셰익스피어, 하이네, 괴테, 번스 등의 시를 사랑하는 중에도 특별히 셰익스피어의 시집은 성서와 같이 애송하여 어디를 가거나 이것을 손에서 놓아 본 적이 없으며, 또 그네들 시인의 정치(情緻)한 붓으로 된 서정시 속에 포장된 숭매(崇邁)한 정조를 선율화하는 것으로써 유일의 악사(樂事)를 삼았으니 그의 작풍은 그 시대의 가요계에 새 생기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요곡의 최고봉을 보여준 것입니다.
슈베르트의 시대까지는 그 악곡의 전성기로 가요곡은 그 세(勢) 부진(不振)의 상태에 있더니 슈베르트가 한 번 영필(靈筆)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의 다수한 명작은 그야말로 일세를 풍미하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그의 일생의 전작품이나 예술가적 생애는 여기에 다 말할 바 못되거니와 그의 가요곡 중 세인이 가장 많이 애창하는 〈종달새〉(Hark, Hark the Lark!)이야말로 슈베르트의 천재를 세상에 드러내던 최초의 걸작이요, 또 그 노래에는 거기에 상응한 에피소드가 부수되어 있음도 우리의 흥미를 끄는 일입니다.
어떤 날 슈베르트는 2, 3의 친우와 함께 비엔나의 교외로 산책을 하러 나갔었읍니다. 반나절의 소요에 피로를 깨달은 일행은 청쇄(淸洒)한 카페에 들어가서 다리를 쉬며 유리잔을 기울여서 고음저창(高吟低唱)하면서 환락이 다함도 깨닫지 못할 제, 갑자기 슈배르트는 셰익스피어의 시집을 내던지며,
“아름다운 선율이 머릿속에 떠오른다!”하고 부르짖었읍니다. 옆에 앉았던 동무는 메뉴의 뒷등에다 재빠르게 5선을 그려 주니, 이것을 받아든 슈베르트는 동무들과 담소해 가면서 종달이 노래하는 춘야(春野)의 감흥을 그리었읍니다. 이것이야말로 슈베르트의 명성을 높인〈종달새〉라는 노래였던 것입니다.
헝가리의 대피아니스트 리스트는 슈베르트의 악곡에 대한 조예가 깊은 사람으로, 후일에 이 〈종달새〉의 노래를 피아노곡으로 편곡하였으니, 그것 역시 유명하여 피아니스트들의 프로그램을 자주 장식해 주는 것입니다.
- 슈베르트(Franz Schubert)는 1797년 1월 31일에 비엔나의 근방 리히덴탈에서 탄생하여, 1828년 11월 19일에 비엔나에서 서거한 독일의 대악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