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필/정차 명령

미국의 유명한 현악 4중주단 ‘핫 하우스 쿼테트(Hot House Quartet)’의 멤버가 캐나다 지방으로 연주여행을 가던 때의 일입니다. 원체 장시간의 여행이라 심심풀이도 할 겸, 그날 밤 연주회의 연습도 할 겸 그네들은 진행 중의 열차 안에서 드뷔시의 현악 4중주곡을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차장을 비롯하여 종업원 및 승객 일동, 꽤 많은 청중은 열심히 듣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차의 소음이 너무 심해서 묘기(妙妓)를 충분히 들을 수 없으므로, 승객 중의 한 사람이 “이 놈의 덜컥 소리 때문에 들어먹을 장사가 있나” 하고 불평을 말하자, 차장도 이 말에는 동감이었던지 당장에 정차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리하여 그 4중주곡은 승객들의 근청(謹聽) 속에서 무사히 끝을 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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