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필/이상한 보물

세상에서 이름난 사람이라면 오나가나 사진을 달라는 둥, 서명을 해 달라는 둥, 서간(書簡)을 구하는 둥, 이 따위의 일은 동서 고금을 통하여 흔히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프랑스의 가극 작가 구노의 전성 시대의 일입니다. 파리 사람들은 그의 서명(署名)을 얻는 것으로써 무상의 영광으로 알던 때인 만큼, 사교계에 출입하는 귀부인들은 그의 신변에 붙어 있는 물건이라면, 그것이 무엇이거나는 둘째 문제요, 그것을 얻어 갖는 것만으로 한 큰 자랑거리를 삼고, 이 세상에도 다시 없는 진보(珍寶)같이 귀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구노의 방문을 받은 어떤 백작 부인은 그가 돌아간 후에, 득의만면하여 방 안으로 왔다갔다 하는 판입니다. 우연히 방바닥을 내려다 보니, 거기에는 무슨 이상한 작은 물건이 떨어져 있었읍니다.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이것을 주워 든 부인―. 처음에는 아연했지마는 이윽고 희색이 만면하여 펄펄 뛸 지경이었읍니다.

단추 한 개! 더구나 남자 바지의 앞 단추!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인의 방에는 가당치도 않은 유실물이었읍니다. 부인은 잠깐 동안 눈살을 찌푸리지 않은 것도 아니지마는, 그러나 그것이 무슨 상관이 있겠읍니까? 그 여자는 곧 집을 뛰어 나와서, 근처에 있는 보석상에 가서는 조그마한 금합(金盒)을 주문했던 것입니다.

사흘이 지난 후 부인의 손에는 고가의 금합이 쥐어졌던 것입니다. 부인은 전일의 습득물을 이 금합에 넣어 가지고는, 진주 목도리 이상으로 자랑스럽게 목에 걸고 다니었던 것입니다.

수 주간이 지난 어떤 날, 백작부인은 이 이상한 보물을 목에 걸고서 구노의 집을 방문한 일이 있었읍니다. 구노 부인은 무엇보다도 먼저, 이 훌륭한 보물에 눈이 홀렸읍니다. 너무나 훌륭해 보이므로 그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읍니다. 백작부인은 더욱 의기양양하여 이 금합을 열어 가지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보물을 구노 부인에게 보여 주면서,

“무얼요, 그렇게 좋은 것도 못됩니다마는, 이 속에 들어있는 물건만은 세상에도 드문 보물이랍니다. 아마 이것을 보시면 깜작 놀라실걸요…”

라고, 말했읍니다. 어째서 놀라지 않았겠읍니까? 기괴망칙한 일도 있지, 이것은 분명히 일전에 잃어버린 자기 남편의 바지 앞 단추인데야! 구노 부인이 감상이 과연 어떠했을지, 그것이야말로 꽤 흥미있는 문제였을 것입니다.


  • 구노(Charles Francois Gounod)는 1818년 6월 17일에 파리에서 출생하여, 1893년 10월 17일에 파리에서 사망한 프랑스 최대의 가극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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