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필/바그너와 13의 수

13이란 수는 서양에 있어서 기피하는 액수(厄數)입니다. 그러나 도이칠란트의 가극 작가 바그너는 13이란 수와는 깊은 인연이 있으니, 그는 1813년에 탄생하여 그의 사망일 이 13일이며, 1813을 한데 서로 가(加)하면 그 합계가 13이요, Richard Wagner라는 그의 성명 글자가 13자요, 그는 평생에 13개의 가극을 지었으며, 처음으로 악계에 출세하던 때가 1831년인즉 이 네 수자의 합계가 또한 13입니다. 그리고 그의 가극 〈리엔치〉를 상연한 해가 1840년인즉 그 합계 13이요, 1844년 4월 13일에는 대작 〈탄호이저〉를 끝내어 가지고 1861년 3월 13일에 파리에서 공연시켰으며, 1876년 8월 13일에는 〈니벨룽겐의 지환(指環)〉이라는 대가극을 발표했읍니다.

그러나 그뿐인가, 바그너는 13년 동안 색소니를 떠나서 외유했고, 1882년 9월 13일에는 베일트란 곳을 떠나서 비엔나로 갔으며, 그의 장인 되는 리스트와 최후로 만나던 때가 1883년 1월 13일이요. 신도이칠란트 연방 13년 2월 13일에 장서(長逝)했으니, 13이란 수가 사실로 불길하다면 바그너야말로 철두철미 불행의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는 초년에는 득의치 못하여 무던히 곤궁하게 지냈지마는, 만년의 30여년 간은 꽤 행복스런 세월을 보냈으니, 13이란 것이 반드시 액수라고 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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