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파리/신여성 3권 2호
놀라운 일을 보앗다. 아모도 ᄭᅮᆷ에도 생각 못할 놀라운 일을 은파리가 발견하엿다.
여긔는 ○○ 녀학교 변소 엽……. ᄯᅢ는 뎜심 시간— 넓은 운동장을 내 바리고 조흔 냄새 안 나는 ᄯᅩᆼ 뒷간 엽흘 차저 와서 단 두 처녀가 속살거리는 것을 보면 반듯이 무슨 ᄭᅡ닭 잇는 이약이일 것이다. 은파리 왜 그것을 놋치랴고 불이 낫케 날러서 그 둘 중의 한 사람 억개에 올라 안저 보닛가…… 나는 그게 누구이라고 인물 곱고 공부 잘 하고 그러고 얌전하기로 유명하면서 싀골 집이 구차하여서 고학하는 탓으로 학교 안에서 븬 마음 ᄲᅮᆫ으로라도 만흔 동정을 밧는 ×영숙(假名)이로구나……… 그러면 알엇다 비밀한 이약이라야 ᄯᅩ 학비 업는 걱정이겟지…… 하엿더니 저편 녀학생이 하는 이약이
『글세 아조 점잔은 늙은 로인이란다 예순 몃 살인데. 문 밧게 무슨 고개라나 그 고개 넘어에 능(陵)이 잇는데 거긔 능참봉으로 잇고 아들 한 분은 싀골 ○○군 군수고 ᄯᅩ 자근 아들은 ○○ 디방 법원 판사래요 아주 점잔은 집이드라 그런대 아들들이 모다 지방에 가서 살고 자긔 늙은 식구 ᄲᅮᆫ인데 자긔 역시 능에만 나가 잇고 집에는 안 늙은이만 잇게 되닛가 적적해서 안 되엿는데 점잔은 집에서 세는 들릴 수가 업고 그러닛가 공부 재조가 잇으면서 공부 못하는 녀학생이면 수양ᄯᅡᆯ처럼 녁이고 건는방에 잇게 하고 먹여 주겠다는고나 그래 내가 그 이약이를 듯고 네 생각을 하고 지금 하는 말이니 잇다가라도 나하고 가티 가잣고나 가서 허허실수로 그 집에 가서 보면 알 것 아니냐 그래 그런 집에 네가 잇게 되면 좀— 좃켓니……』 한다.
그 말을 듯고 나도 반가웠다. 영숙 처녀를 위하여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엿다. 그래 영숙이 대답이 엇더케 나는가 하고 나도 궁금한 마음으로 숙으린 그의 얼골을 보앗다.
『그런데라도 잇게 되면 좃치만 붓그러워서 엇더케 가니……』 조흐면 가기는 갈 ᄯᅳᆺ인 것이다.
『너도 별소리를 다 하는구나 늙은 할머니 가튼데 무에 봇그러우냐 젊은 사람이 잇서야 붓그럽지 그러지 말고 잇다가 나하고 가 보잣구나 가 보아서 조흐면 잇고 이상스러면 고만 두면 그만이지……』
『그래도 붓그럽지……』
『글세 붓그럽지 안어요 우리 집에서 갓가운대 그 집 행랑어멈이 우리 집 어멈 보고 그런 말을 하드란다. 그러니 우리 집에 가서 우리 집 어멈을 다리고 가면 그만 아니냐 그러구 우리ᄭᅵ리 가서 말하기가 붓그러우면 우리 어머니도 모시고 갓스면 더 좃치……』
『그럼 그러자 너의 어머니하고 가티 가자』 영숙이는 그제야 간신히 대답하엿다.
상학종이 ᄯᅦᆼ ᄯᅦᆼ ᄯᅦᆼ ᄯᅦᆼ 자아 큰일 낫다 잇다가 하학 후에 그 집에 ᄶᅩᆺ처가 보기는 하여야겟는데 두 시간이나 기다려야겟스니 교실에ᄭᅡ지 들어가 기다리고 잇슬가 엇절가……… 교실에ᄭᅡ지 드러간대야 별로 자미 잇는 일이 잇슬 리도 입고 어대를 단겨 오자니 놋칠가 겁나고……… 에라 얼른 갓다 오면 그만이지 하고 나는 곳 학교를 ᄯᅥ낫다.
× × ×
두 시간 후이다. 그 만흔 녀학생들이 재갈거리면서 도라 가는 틈에 나는 영숙이를 차저서 그의 억개 우에 올라 안저서 그들의 간다는 곳을 ᄯᅡ러 갓다.
안내하는 녀학생이 중학동(中學洞) 자긔 집에 들러서 어머니와 행랑어멈을 내여 세워서 네 사람 동행으로 광화문(光化門) 대궐의 동십자각 압헤서 삼청동 ᄶᅩᆨ으로 개천 엽 큰 길로 올라가다가 건춘문(建春門) 비스듬하게 건는 편 골목으로 드러가는데 보닛가 그곳 집집의 문패 엽헤는 간동(諫洞)이라고 적히여 잇섯다.
이윽고 어느 남향 대문집 문제는 최상○이라는 호주의 문패와 ᄯᅩ 역시 (앗가 그 녀학생이 하든 말을 생각하면 그의 아들 두 사람의 일홈인 듯도 십은) 최○ 최○○라는 문패가 걸리여 잇다.
무슨 집이며 엇던 사람인가…… 하는 의심과 궁금증은 결코 나 ᄲᅮᆫ만이 아니엿슬 것이다. 우선 영숙이 랑자의 궁금증이 엇더 하엿슬 것이냐.
집도 상당한 집이엿다. 대문 들어서서 행랑이 잇고 ᄯᅩ 사랑채가 잇고 사랑 엽헤 중문이 잇고 중분 안에 ᄯᅩ 안행낭(전에 안사랑으로 쓰든 것)이 잇고 거긔서 ᄯᅩ 문 하나를 들어가닛가 그제야 안마당과 안채이엿다. 주인 부인은 보아 하니 후취댁인 듯십게 족곰 덜 늙어 보이는데 중류(中流)를 지나 상류 가뎡이라 할 조촐한 젊은 마나님이엿다. 드러온 손님을 안방으로 마저 드리는데 안방 안의 세간 긔구이며 ᄭᅢᆺ긋한 평풍 방장에 니르기ᄭᅡ지 제반 것이 모다 훌륭하엿다. 가티 온 녀학생의 어머니가 온 ᄯᅳᆺ을 말하닛가 말씨ᄭᅡ지 점잔케 하는 젊은 마나님의 대답이 앗가 학생 변소 엽헤서 듯든 것과 달르지 안엇다.
아들 두 사람이 모다 놉흔 벼슬을 하야 시골 살림 하는 것이며 주인 로인이 능참봉이여서 능에 만히 나가 잇는 것이며 그래서 집안이 적적하다고 건는방에 얌전한 녀학생이나 족하ᄯᅡᆯ가티 녁이고 두엇스면……… 하엿다는 것이 먼저 듯든 말과 족곰도 달르지 아니하엿다. 그래서 의심과 궁금증이 저윽이 풀리엿다. 영숙이나 동모나 동모의 어머니나 아조 안심하엿다. 그래 영숙이가 와서 잇스려 한다는 말을 건늬엿다. 마나님은 여러 가지로 영숙이의 사정을 물어 보아 가면서 마듸마듸 영숙의 사정에 동정하면서 오늘브터라도 와서 잇스라는 승락을 하엿다.
이약이가 아조 손쉽게 어우러저 마즈닛가 영숙이는 내일 이리로 옴겨 오기로 하고 모다들 그 집에서 나왓다.
잇흔날 학교에서 하학한 후에 영숙이가 책보와 옷보퉁이를 가지고 그 집에 갓슬 ᄯᅢ는 주인 로인이 잇섯다. 키가 남자의 키로도 적지 아니하고 얌전한 ᄭᅡᆨ근 머리에는 흰 머리가 듬은듬은 하면서 미리 상상하든 것보다도 몃 배나 더 점잔흔 로인이엿다. 로인은 영숙이를 정말 족하ᄯᅡᆯ 가티 대접하면서 안방에서 책상 한 개를 건늬여 준다 족고만 경대(鏡臺) 한 개를 건늬여다 준다 하면서 ᄭᅳᆷ즉이 친절히 하여 주엇다.
젊은 마나님도 ᄭᅳᆷ즉이 조하 하면서 자조 건는방에 건너가 볼 ᄲᅮᆫ아니라 될 수만 잇으면 안방에 자조 와서 잇스라 하엿다.
저녁밥도 영숙이로는 서울 올라온 이후로 별로 먹어보지 못하엿슬만큼 ᄭᅢᆺ긋한 상에 상당한 반찬으로 안방에서 주인 부부 압헤서 먹엇다. 그리고 밤에는 앗가 그 동모가 차저 와서 둘이 가티 안방에 건너가서 여러 가지 이약이를 자미낫케 하여 들렷다. 밤이 아홉 시가 지나서 동모는 가고 영숙이는 건는방에 도라가 자리를 펴고 방문을 걸엇다. 조용한 집 밤이 조용하게 깁허 갓다.
× × ×
젠—장 이럿케 아모 별 ᄭᅡ닭 업스면 은파리야말로 싱겁지 안은가……… 하고 입맛을 다시며 도라 오랴고 하엿더니 방문을 ᄭᅩᆨ ᄭᅩᆨ 닫어 노앗스니 나아갈 구멍이 잇서야지? 하는 수 업다 묵고 가자 하고 색씨의 머리 맛 책상 우 책보자기 구김ㅅ살 틈에 자리를 정하고 누엇다. 그러나 아모리 생각하여도 심겁고 이상스러워서 공연한 안 될 의심만 작고 니러 나고 잠이 오지 안엇다.
잇흔날 아침이엿다. 일은 새벽부터 주인 마나님은 하인을 불러서 학교에 갈 시간이 늣지 안케 해야 한다고 용심이 대단하엿다. 학교에 가는 시간을 처음 맛처 보는 것이라 하인도 ᄭᅫ 수선히 굴엇다.
주인들의 대우가 그러면 그럴수록 내야말로 심거워 못 견대엿다. 돈 잇고 마음 조흔 점잔흔 로부부가 적적한 것을 닛기 위하야 불상한 녀학생을 구호하야 공부 식여 준다는 것이야 어대던지 잇슬 듯한 이약이가 아니냐.
그것을 공연이 이편에서 ᄯᅡᆫ 의심 먹고 무슨 큰 비밀이나 들처낼 것처럼 벼르고 ᄶᅩᆺ차 왓으니 내가 잘못일 ᄲᅮᆫ이 아니냐 은파리도 이럿케 실패를 하는 ᄯᅢ가 잇는가 하고 생각하닛가 은파리 코가 ᄶᅥᆨ기는 것 갓고 자존심이 더럽혀지는 것도 갓해서 그래도 어대 됴사나 한 번 해보자 하고 영숙이가 아츰 먹고 책보 ᄭᅵ고 로부부에게 『단겨 오겟슴니다』 하고 학교로 간 후에 나는 후루루 날러서 리웃 집으로 날러 넘어갓다.
(다음 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