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가 코카서스 바윗등에서 쇠사슬을 끊은 것은 천사가 도착하기 일분 전. 천사는 신께 프로메테우스를 부른다고 아뢰었다.

신 때문에 2천 년을 쇠사슬에 묶여 산 프로메테우스가 쉽게 응할 리 없다. 생각 끝에 중립 지대에서 만나자고 천사를 돌려보냈다. 뒤가 구린 신은 중립 지대의 구름에서 프로메테우스와 협상을 벌였다. 프로메테우스의 자유를 얻은 세상은 요지경 속. 이미 신의 세상이 아니다.

신은 세상 꼴을 수습하자고 제의했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코방귀만 뀐다. 그게 역사라고 응수한다. 신은 크게 한숨을 쉬고, 프로메테우스는 세상이 되어가는 꼴에 연방 무릎만 친다. 회담은 5분만에 끝나고 말았다. 신은 혼자 중얼거린다.

"아! 이 혼돈의 허무 속에서 제3 존재의 출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프로메테우스가 코카서스바윗등에서 쇠사슬을 끊은 것은 천사가 도착하기 일 분전. 천사는 신께서 프로메테우스를 부른다고 아리었다. 신 때문에 2천년을 쇠사슬에 묶여 산 프로메테우스가 쉽게 응할 리 없다

생각 끝에 중립지대에서 만나자고 천사를 돌려보냈다, 프로메테우스의 왕국이 된 지상세계를 다스리기 위해 프로메테우스의 힘이 필요한 신은 중립지대의 구름에서 프로메테우스와 협상을 벌었다.

지상은 신과 프로메테우스의 괴뢰들이 제각기 자기가 옳고 잘났음을 따지느라고 요지경 속이었다. 신은 세상 꼴을 수습하자고 제의했지만, 프로메테우스는 들은 척도 않는다. 그게 역사라고 응수한다.

신은 크게 한숨을 쉬고 프로메테우스는 세상이 되어 가는 꼴에 연방 무릎을 친다. 회담은 5분만에 끝나고 말았다. 신은 혼자 중얼거렸다.

“아! 이 혼돈의 하무 속에서 제3의 존재의 출현을 기다리는 수박에 없다. 그 시비를 내 어찌 책임을 질소냐.”』


『프로메테우스가 코카서스의 바윗등에서 녹슨 쇠사슬을 끊은 것은 천사가 도착하기 1분 전이었다. 2,000년을 두고 비바람을 맞는 동안 그는 모진 고난 속에서 자유를 창조하였다. 쇠사슬을 끊은 것은 결코 자유가 그리워서 한 일이 아니었다. 당초에 그렇게도 지긋지긋이 밉살스럽던 쇠사슬도 2,000년의 고난을 같이한 지금에 와서는 도리어 정다움을 느끼게 하였다. 그저 호기심에서 한번 툭 채어본 것이 끊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다. 그 자신으로서는 쇠사슬은 결코 자유와 속박의 경계선이 아니었다. 장구한 세월을 두고 쇠사슬과 겨룬 끝에 쇠사슬을 짓밟는 논리를 배운 것이었다.

그러기에 쇠사슬이 썩은 새끼 모양으로 끊어진 후에도 그냥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2,000년의 과거는 바윗등에 한 개 움직일 수 없는 무엇으로 결정(結晶)되어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신께서 지금 당장 올라오시랍니다."

소리도 없이 나타난 천사는 생긋 웃으면서 애교를 떨었다. 2,000 년만에 처음 보는 이 모습에도 그는 놀라지 않았다.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뚫어지게 보다가 그는 물었다.

"얘, 너 기집애냐, 사내냐?"

"아이 참, 신께서 올라오시래요."

"기집애냐, 사내냐 말이다……"

"천사에 무슨 성별이 있어요? 그건 지상의 기준이에요."

"지상의 기준?"

프로메테우스는 한걸음 다가서 얼굴을 천사에게 부딪칠 듯 들이대면서 말을 이었다.

"그렇다, 지상의 기준으로 너는 무어냐 말이다."

"남자도 여자도 아니에요."

"흥 그럴 거다. 너 따위 중성이 그 자를 둘러싸구 있으니까 죽두 밥두 안 되지 뭐냐 말이다."

"전 그런 건 몰라요. 신께서 오시라는데 빨리……"

"응, 알았다. 오라구 해서 갈 내가 아니다. 고기를 많이 먹구 얼마나 살쪘나, 그렇잖아두, 한번 꼬락서니를 보려던 참에 잘 됐다."

"그런 천벌 맞을 소리! 고기라군 냄새만 맡아두 질색이신데."

프로메테우스는 돌아서 손가락으로 멀리 벌판을 가리켰다.

"얘, 기집애야!"

"뭐라구? 저더러 기집애라구?"

"내 눈에는 틀림없는 기집애니까 기집애라구 하는 거 아냐?"

"프로메테우스가 기집애라면 천사두 기집애 될까?"

"땅 위에 내려와서까지 주둥아릴 맘대루 놀리다간 큰코 다칠 줄만 알아. 여기는 내 땅이란 걸 알아야지. 일찍이 너의 나라에서는 달이여 나타나라 하니 달이 나타났다지. 여기서는 내가 나타나라는 건 무어든지 나타나고야 만다. 너 따위 하나쯤이야..."

천사는 화가 나서 팽 돌아서 금시 날아가려고 했다. 프로메테우스는 날갯죽지를 부여잡아 주저앉혔다.

"요놈의 기집이, 여기는 내 세계라니까. 눈을 들어 저 아래를 내려다보아라. 지금 너의 신이 잡아가는 생명이 얼마나 많은지 똑똑히 보란 말이다. 이 넓은 목장에 짐승과 풀을 뜯어먹고 사는 사람이라는 동물을 길렀다가 때가 차면....아 저것 봐, 아인슈타인을 또 잡아가는구나… 저렇게 잡아다 먹는 거 아냐, 제멋대로 뛰놀아서 노린내 나는 놈은 지옥칸에 쓸어넣었다가 염라대왕더러 먹으라 하구, 염란지 무엔지 찌끼나 먹는 더러운 자식…그리구 티 하나 안 묻은 깨끗한 놈만 골라잡아서는 천당칸에 비장했다가 살금살금 혼자 먹는 거 아니냐 말이다."

천사는 여기서 일대 충성심을 발휘하였다.

프로메테우스가 코카서스의 바위에서 녹은 쇠사슬을 끊은 것을 안 신은, 천사를 보내어 그에게로 데려 오게 한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천사가 같이 신에게로 가자고 하나 자기를 다시 쇠사슬에 묶어 두기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신의 세계와 지상세계의 중간에서 만나자고 제의하고 싫으면 그만두라고 한다.

그 소식을 들은 신은, 프로메테우스를 괘씸해하며 그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처음 회담이 시작되고는, 지상에서 신과 프로메테우스의 괴뢰들이 제각기 자기가 옳고 자기가 잘났다고 싸우면서 서로의 종교를 힐난(詰難)한다. 신은 프로메테우스와 타협하여 이러한 일을 수습하고자 하나, 프로메테우스는 머리를 흔든다. 계속해서 신과 프로메테우스의 회담이 중립지대에서 이루어지고, 회담 사이에 현재 지상에서의 고쳐져야 할 일과 그릇되고 빗나간 일들이 나열된다.

여기에 이정민이란 인물을 내세워, 한국의 뒷골목을 배회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것은 당시의 시대상황이 그만큼 혼란(混亂)한 시기였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세상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혼돈(混沌)과 교지(狡智), 폭력(暴力), 간악(奸惡)이 활개를 치면서 신의 옆구리를 차겠다고 날뛰고 있었다.

신은 결심하고 프로메테우스에게 마지막으로 물으나 그는 싫다는 뜻을 나타낸다. 그래서 이 회담은 5분만에 끝나고 각각 다른 길로 되돌아간다.

신은 도중에

"제 삼자의 존재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고 하면서

"그 시비를 내 어찌 책임질쏘냐."

고 중얼거린다.

이정민은 한길에 나서서 크게 숨을 내쉬었다.

“후 - 세상은 여전하구나, 지프차두 가구, 앗다 기생은 웃구, 하이야가 달리구, 사내자식은 휘청거리구ㅡ, 더-럽다 더-러워, 관성의 법칙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