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꽃/오랑캐꽃을 내놓으며

여기 모은 시는 1939년부터 1942년까지 신문 혹은 잡지에 발표한 작품들이다. 초라한 대로 나의 셋째 번 시집인 셈이다.

1942년이라면 붓을 꺾고 시골로 내려가던 해인데 서울을 떠나기 전에 시집 『오랑캐꽃』을 내놓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듬해 봄엔 모 사건에 얽혀 원고를 모조리 함경북도 경찰부에 빼앗기고 말았다.

8·15 이후 이 시집을 다시 엮기에 1년이 더 되는 세월을 보내고도 몇 편의 작품은 끝끝내 찾아낼 길이 없어 여기 넣지 못함이 서운하나 우선 모아진 대로 내놓기로 한다.

원고 모으기에 애써주신 신석정(辛夕汀) 형과 김광현(金光現)·류정(柳呈) 양 군에게 감사하여 마지않는다.

1946년 겨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