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꽃/다시 항구에 와서
< 오랑캐꽃
모든 기폭이 잠잠히 내려앉은
이 항구에
그래도 남은 것은 사람이올시다
한마디의 말도 배운 적 없는 듯한 많은 사람 속으로
어질게 생긴 이마며 수수한 입술이며
그저 좋아서
나도 한마디의 말없이 우줄우줄 걸어나가면
저리 산 밑에서 들려오는 돌 깨는 소리
시바우라 같은 데서 혹은 메구로 같은 데서
함께 일하고 함께 잠자며
퍽도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로만 여겨집니다
서로 모르게
어둠을 타 구름처럼 흩어졌다가
똑같이 고향이 그리워서
돌아온 이들이 아니겠습니까
하늘이 너무 푸르러
갈매기는 죽지에 흰 목을 묻고
어느 옴쑥한 바위틈 같은 데 숨어버렸나 본데
차라리 누구의 아들도 아닌 나는 어찌하여
검붉은 흙이 자꾸만 씹고 싶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