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령!
우울을 헤칠 그날이 왔다!
나의 목숨아!
발악을 해 볼 그 때가 왔다!

사천 년이란 오랜 동안에
오늘의 이 아픈 권태 말고도 받은 것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랴!
시기에서 난 분열과 게서 얻은 치욕이나 열정을 죽였고
새로 살아날 힘조차 뜯어 먹으려는 ――
관성이란 해골의 떼가 밤낮으로 도깨비 춤추는 것뿐이 아니냐?
아, 문둥이의 송장 뼈다귀보다도 더 무서운 이 해골을 태워 버리자!

부끄러워라, 제 입으로도 거룩하다 자랑하는 나의 꿈은
안을 수 없는 이 괴롬을 피하려 잊으려
선웃음치고 하품만 몇 해째 속에서 조을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쉴 사이 없이 울며 가는 자연의 변화가 내 눈에 내 눈에 보이고
「죽지도 살지도 않는 너는 생명이 아니다」란 내 맘의 비웃음까지 들린다 들린다.
아, 서리 맞은 배암과 같은 이 목숨이나마 끊어지기 전에
입김을 불어넣자, 핏물을 들여보자,
묵은 옛날은 돌아보지 말려고
김억을 무찔러 버리고
또 하루 못 살면서 먼 앞날을 좇아가려는 공상도 말아야겠다.
게으름이 빚어낸 졸음 속에서 나올 것이란 죄 많은 잠꼬대뿐이니
오랜병으로 혼백을 잃은 나에게 무슨 놀라움이 되랴.
애달픈 멸망의 해골이 되려는 나에게 무슨 영약이되랴.
아, 오직 오늘의 하루로부터 먼첨 살아나야 겠다.
그리하여 이 하루에서만 영원을 잡아 쥐고 이 하루에서 세기를 헤아리려
권태를 부수자! 관성을 죽이자!
나의 신령아!
우울을 헤칠 그날이 왔다.
나의 목숨아!
발악을 해 볼 그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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