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民族性[민족성]에 對[대]하여

역사를 통하여 한국인의 民族性[민족성]을 살필진대 그 長處[장처]라 할 것은 낙천적이요, 潔癖性[결벽성]이요, 耐勞[내로], 耐乏[내핍]하고, 堅引 持久[견인지구]하고 武勇善鬪[무용선투]함 등이요, 그 短處[단처]라 할 것 은 형식을 過重[과중]함이요, 조직력, 단합심, 收束性[수속성]이 약함이요, 勇銳[용예]하지 못함, 바락스럽지 못함이요, 退嬰[퇴영] 姑息[고식]함 등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그중에는 根本性[근본성]인 것과 환경에 인한 제 二[이]차성 ‧ 제 三[삼]차성의 것이 있음을 辨別[변별]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현대 생활 을 표준으로 하여 合黨[합당]한 것은 조장하고, 병폐되는 것은 矯正[교정] 하며, 또 潛伏[잠복]한 美德[미덕]은 끄집어내고 馴致[순치]된 악습은 뽑아 버리기에 노력할 것이다.

B 派爭性[파쟁성] ‧ 事大性[사대성]에 對[대]하여

利害[이해]를 달리하는 이끼리 덩어리져 대립하는 것이 派爭[파쟁]이요, 약하다는 자각에서 강한 자에게 의뢰하려는 태도를 事大性[사대성]이라 하 면, 이는 인류의 통성이지 결코 한국인만에게 보는 惡德[악덕]이 아닐 것이 다. 대저 신라의 삼국 통일에 중대한 모순이 있는 것은 이내 彫和[조화]하 지 못하고, 고려의 制度建設[제도건설]에 볼 수 없는 버림을 하여 이내 바 로잡지 못하고, 佛敎[불교], 儒學[유학] 等[등] 외래 사상의 攝取上[섭취 상]에 총명치 못한 점도 있고, 科擧制度[과거제도]를 채용함으로부터 尙文 輕式[상문경식]의 폐가 걷잡을 수 없어지고, 또 가끔 외래 세력의 흑책질에 말미암은 德性[덕성]의 파괴가 행하여진 등 여러 가지 역사적 因由[인유]가 혹은 社會力[사회력]의 弛緩[이완] 統制機能[통제기능]의 약화를 이루고, 혹은 생활을 脅威[협위]하고 思想[사상]을 混濁[혼탁]하여 그 결과로 어떤 때에는 派爭熱[파쟁열]을 일으키고, 어떤 때에는 事大傾向[사대경향]을 보 인 일이 있지마는, 이런 것이 이른바 제 二[이]차성 제 三[삼]차성의 것이 요, 우리의 本色[본색] ‧ 原質[원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으며, 사회 불안 의 제거와 민족양심의 恢復[회복]을 따라서 얼른 拂拭淨化[불식정화]될 것 이다.

C 國史[국사]를 읽을 때 가장 슬픈 일

韓國[한국]의 국토는 훌륭하며, 韓國[한국]의 民族性[민족성]도 아름답 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슬퍼할 일이 없어야 옳겠건마는, 우리 역사의 군 데군데에는 참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痛哭[통곡]해도 시원치 못한 책장이 분 명히 있다.

무엇이냐 하건대, 지리적 관계로부터 가끔 다른 신흥 민족의 침범을 받게 됨은 어쩔 수 없는 일인데, 이러한 때에 간혹, 極惡無道[극악무도]한 무리 가 祖國[조국]을 배반하고 對敵[대적]에게로 달라붙어서, 故土[고토]와 同 胞[동포]를 反噬[반서]하는 最惡質[최악질] 반역 행위를 감히 하는 일이 있 었다. 이를테면 고려가 元[원]에게 물려지낼 때에 지금 西道[서도]쪽에서는 앞서서 洪福源[홍복원]이란 놈은 平壤地方[평양지방]으로써 元[원]으로 들 어가고, 崔坦[최탄]이란 놈은 慈悲嶺[자비령] 이북으로써 元[원]나라로 붙 고, 함경도에서는 趙暉[조휘]와 卓靑[탁청]이란 놈이 永興地方[영흥지방]으 로써 元[원]나라로 던져서, 이 때문에 고려의 朝廷[조정]이 얼마나 애를 먹 고, 또 韓國民族[한국민족]의 北進運動[북진운동]이 크게 방해를 받았음은 역사를 떠드는 이의 통탄하여 마지않는 바이다. 이러한 무리는 어느 나라에 든지 다 있는 것이매 그리 슬퍼할 것이 있으랴 할지도 모르지마는, 한두 놈 의 不義[불의]한 富貴[부귀]로 인하여 一國[일국] 一民族[일민족]이 비통한 운명에 오르게 됨을 보고는, 책을 던지고 한숨 쉬고 울지 아니치 못하는 것 이다. 우리의 덜미에는 언제든지 敵國[적국]이 있거니와, 우리의 앞길에는 다시 이러한 逆徒[역도]가 없어야 할 것이다.

D 民族[민족]이 外敵[외적]의 밑에 들어 있을 때

어떠한 나라와 민족을 물론하고 불행한 운명을 만나서, 다른 나라나 민족 의 밑에 억눌리어 지내는 시기가 없을 수 없으며, 더욱 韓國[한국]과 같이 대륙의 중요로운 지점에 놓여 있는 나라로서는 지난 번 일본의 관계와 같은 봉변을 당함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정치상, 경제상 과 개인적, 사회적으로 기막힌 고통과 손해를 받음이 無限量[무한량]이지마 는, 이 모든 불행보다도 더 크고 근본적인 禍厄[화액]이 따로 있으니, 그것 은 곧 국민 도덕의 타락과 민족 윤리의 파괴이다. 寇敵[구적]의 走狗[주구] 가 되어서 祖國[조국]과 同胞[동포]를 못살게 굴고 同胞[동포]를 희생하여 서 구적 寇敵[ ]의 歡心[환심]을 사는 각가지의 惡德[악덕]이 어느 것이 섧지 않겠는가마는, 그가운데서도 切齒掖腕[절치액완]하여 痛憤深憎[통분심증]할 것은 寇敵[구적]의 술책에 들어서 내부의 分裂離散[분열이산]을 激成[격성] 하고, 또 그것을 美名好言[미명호언]으로써 掩飾[엄식]하여 自欺欺人[자기 기인]하며, 自誤誤人[자오오인]하는 最惡質的[최악질적] 反民族行爲[반민족 행위]이다. 민족이란 것은 본래가 덩어리 된 백성을 의미하는 것인만큼, 그 덩어리 되는 성질을 잊어버리면 이미 민족이란 것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 므로 어느 민족이 다른 민족을 억누르는 경우에는 반드시 그 민족을 분열시 켜서 먼저 약하게 만들고 마침내 없어지도록 정책을 베푸는 것이다. 혹은 主義[주의]와 理念[이념]의 대립을 꾀하며, 혹은 단체와 계급의 抗爭[항쟁] 을 도우며, 혹은 私的[사적] 生活[생활], 인간적 交際[교제]의 면에까지도 동족끼리의 嫉妬[질투], 猜疑[시의], 謀陷[모함], 排擠[배제] 내지 紛擾[분 요], 투쟁 등의 독소를 撒布[살포]하여서, 기어이 同族愛[동족애]의 발생과 성숙을 방해함이 그들의 으례로 쓰는 정책이다.

그런데 거기 맞추어서 이쪽이 혹 利慾[이욕]에 눈이 어둡고, 혹 지위에 마음이 팔려서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그 寇敵[구적]의 術中[술중]에서 자기 분열 행위를 거듭하게 된다면, 세상에 이만큼 寒心[한심]스럽고 慨嘆[개탄] 스러운 일이 다시 있을까, 그런데 피압박 민족의 사이에는 이러한 可憐[가 련]한 상태가 흔히 보이고, 일본 정치하에 있었을 때의 우리도 아주 그 통 례를 벗었다 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이렇게 전체적 의미의 것만 말고도 里 民族[이민족]이 권력하에 눌려 있는 때에는, 권력자 편에 등을 기대는 것 하나가 愚者[우자]를 賢[현]케 하고, 惡子[악자]를善[선]케하며, 非者[비 자]도是[시]케하고 弱者[약자]도强[강]하게함으로써사회에는 윤리의 표준과 道德[도덕]의規範[규범]이 아주 권위를 가지지 못하고, 다만 권력의 주체인 里民族[이민족]에게 阿諛附從[아유부종]함이 인간의 최대 능사로 看做[간 주]됨을 막을 수 없는 일면이 있다. 이렇게 윤리, 도덕의 정당한 規準[규 준]을 가질 수 없는 것이 피압박 인민의 가장 근본적 비애이며, 그러노라니 까 사람으로서 옳은 사람 노릇을 할 수 없으니 싫고말고 더 할 말이 있겠는 가.

E 歷史[역사]를 거울로 하여 急[급]히 고쳐야 할 病通[병통]

韓國[한국] 역사에 나타난 민족적 또 국민적 佛健全性[불건전성]을 却說 [각설]하고, 그 조목만 말씀할진대, 자주 정신이 든든치 못함과 전체 의식 이 분명치 못함과 , 公共心[공공심]이 부족함과 책임 관념이 없음과 조직적 행동에 疎闊[소활]함 등이 그 두드러진 점들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탄 탄한 민족이 되고, 든든한 국민이 되고, 완전한 근대 생활을 營爲[영위]함 에 지극히 큰 결점들이다. 이 惡德[악덕]을 얼른 벗어남이 하루바삐 건전한 新韓國[신한국]을 건설하는 첫 걸음임을 생각하여 時時[시시] 反省[반성], 事事改善[사사개선]을 힘쓰지 아니하면 안되겠다.

<一九五六年[일구오육년] 一[일]〇月[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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