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천(逆天) (1935)
저자: 이상화

1935년 4월 《詩怨》 2호에 발표.

이 때야말로 이 나라의 보바로운 가을철이다
더구나 그림도 같고 꿈과도 같은 좋은 밤이다
초가을 열 나흘 밤 열푸른 유리로 천정을 한 밤
거기서 달은 마중 왔다 얼굴을 쳐들고 별은 기대린다 눈짓을 한다
그리고 실낫같은 바람은 길을 끄으려 바래노라 이따금 성화를 하지 않은가.
 
그러나 나는 오늘밤에 조하라 가고프지가 않다
아니다 나는 오늘밤에 조하라 보고프지도 않다.

이런 때 이런 밤 이 나라까지 복지게 보이는 저 편 하늘을
해쌀이 못 쪼이는 그 따에 나서 가슴 밑바닥으로 못 웃어 본 나는 선듯만 보아도
철모르는 나의 마음 홀아비 자식 아비를 따리듯 불 본 나비가 되야
꾀우는 얼굴과 같은 달에게로 웃늣 닛발같은 별에게로
앞도 모르고 뒤도 모르고 곤두치듯 줄다름질을 쳐서 가더니.
 
그리하야 지금 내가 어데서 무엇 때문에 이 짓을 하는지
그것조차 잊고서도 낮이나 밤이나 노닐 것이 두려웁다.

걸림없이 사는 듯하면서도 걸림뿐인 사람의 세상―
아름다운 때가 오면 아름다운 그 때와 어울려 한뭉텅이가 못 되지는 이 사리―
꿈과도 같고 그림 같고 어린이 마음 우와 같은 나라가 있서
아모리 불러도 멋대로 못 가고 생각조차 못 하게 지첬을 떠는 이 설음
벙어리 같은 이 아픈 설음이 츩넝쿨같이 몇 날 몇 해나 얽히여 트러진다.
 
보아라 오늘밤에 하늘이 사람 배반하는 줄 알었다
아니다 오늘밤에 사람이 하늘 배반하는 줄도 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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