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엥케이리디온

(엥케이리디온에서 넘어옴)

I.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과 달려 있지 않은 것: 외적인 것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관해

제1장 |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과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1. 존재하는 것들 가운데 어떤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이고, 다른 어떤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는 것들이 아니다.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은 판단, 충동, 욕구, 회피(혐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 자신이 행하는 그러한 모든 일이다. 반면에 우리에게 달려있지 않은 것들은 육체, 재산, 평판, 관직과 같은,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 자신이 행하지 않는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일이다.

§2. 게다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은 본성적으로 자유롭고, 방해받지 않으며, 훼방을 받지 않지만,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은 무력하고, 노예적이고, 방해받으며, 내 것이 아닌 다른 것들에 속한다.

§3 그러므로 다음을 명심하라. 만일 네가 본성적으로 노예적인 것들을 자유로운 것으로 생각하고, 또 다른 것에 속하는 것들을 너 자신의 것으로 생각한다면,너는 장애에 부딪힐 것이고, 고통을 당할 것이고, 심란(心亂)해지고, 신들과 인간들을 비난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네가 사실상 너의 것만을 너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속하는 것을(실제로 그런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속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 누구도 어느 때고 너를 강요하지 않을 것이고, 그 누구도 너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고, 너는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을 것이고, 그 누구도 힐난하지도 않을 것이고, 자의에 반해서 결코 어떤 한 가지 일이라도 행하지 않을 것이고, 그 누구도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고, 어떤 적도 없을 것임을 기억하라. 너는 해가 되는 어떤 것에도 고통을 당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4 그렇기에 네가 이토록 중대한 것들을 목표로 한다면, 너는 적절하게 힘씀으로써 그것들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어떤 것들은 전적으로 포기해야만 하고, 또 다른 어떤 것들은 당분간 미뤄 두어야만 한다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네가 그 모든 것들과 더불어 관직에 오르거나 부유하기를 원한다면, 앞엣것을 구하기 때문에 나중의 것들조차도 얻을 수 없을 것이고, 그것만으로 자유와 행복을 가져오는 앞엣것도 전혀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5 그러므로 너는 애초부터 모든 거친 인상에 대해서는 즉시 이렇게 말하도록 훈련하는 것이 좋다. “너는 인상이지만, 어쨌든지 간에 그럴듯하게 보이는 대로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다음 네가 가지고 있는 기준에 비추어 그 인상을 음미하고 검사해야만 한다. 우선 다음의 기준으로 음미해 보자. 그것이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에 관련되는지, 아니면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에 관련되는 것인지. 그래서 만일 그것이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 가운데 어떤 것에 관련을 맺고 있다면, 즉시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 두도록 하자.

제2장 | 욕구, 혐오, 충동에 대하여

§1 다음을 명심해 두는 것이 좋다. 욕구가 약속하는 것은 욕구하는 것을 얻는 것이지만, 회피가 약속하는 것은 네가 회피하고자 하는 것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또 욕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불운하지만, 회피하고자 하는 것에 빠지는 사람도 불행하다. 그러므로 만일 너에게 달려 있는 것들 중에서 자연에 어긋나는 것들만을 회피한다면, 네가 회피한 것들에 결코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질병이나 죽음이나 가난을 회피하려 한다면, 너는 불행해질 것이다.

§2 그러므로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모든 것들로부터 회피하는 마음을 제거하고, 오히려 그것을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 가운데 자연에 어긋나는 것들 쪽으로 돌리도록 하라. 그런데 당분간 욕구를 완전하게 억제하도록 하라. 왜냐하면 만일 네가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 가운데 어떤 것을 원하다면 너는 반드시 불행해질 것이고,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비록 그것들을 욕구하는 것이 좋을지라도, 아직 네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물을 향하는 충동과 충동에 대한 거부(반발)을, 단지 가뿐하게, 또 유보적으로, 거리낌 없는 방식으로만 사용하도록 하라.


제3장 I 사물의 본질에 대하여 생각하라

너의 혼을 끌어당기는 것들이나, 유용한 것들이나, 소중한 것들 각각에 대하여, 사소한 것들로부터 시작해서 그것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를 숙고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만일 네가 항아리를 좋아한다면, '나는 항아리를 좋아해'라고 말하라. 설령 그것이 깨진다고 해도, 너는 심란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네가 너의 자식이나 마누라에게 입을 맞춘다고 한다면, 너는 한 인간에게 입을 맞추고 있다고 너 자신에게 말하라. ‘그것’이 죽었을 때, 너는 심란해하지 않을 테니까.


제4장 I 짜증을 피하고 몸가짐을 바로 하라

네가 바야흐로 무슨 일을 시작하려 할 때, 그 일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를 너 자신에게 상기시켜라. 만일 네가 목욕을 하기 위해 나서려고 한다면, 공중목욕탕에서 일어날 것들을 너 자신에게 미리 내놓아 보라. 즉, 물을 튀기는 사람들, 몸을 부딪치는 사람들, 헐뜯는 사람들, 훔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와 같이 애초부터 너 자신에게 “나는 목욕하기를 원하며, 또 자연에 따르는 나 자신의 ‘의지’를 유지하기 원한다”고 말한다면, 더 안전하게 그 일을 착수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이와 마찬가지로 해야 한다. 그러한 방식으로 목욕을 하려는데 너를 방해하는 어떤 일이 일어난다면, “그래 나는 단지 목욕만을 원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의지를 자연에 맞게 유지하기를 원했어. 하지만 내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짜증을 낸다면, 나는 이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야” 라는 말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제5장 I 일 자체와 그 일에 대한 믿음은 같은 것이 아니다

(5a) 사람들을 심란하게 하는 것은 그 사안 자체가 아니라, 그 사안에 대 한 그들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죽음은 전혀 두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소크라테스에게도 역시 그렇게 여겨졌을 것이지만, 죽음에 관한 믿음, 즉 두렵다는 것, 바로 이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방해를 받거나 심란하거나 슬픔을 당할 때에도 결코 다른 사람을 탓하지 말고, 나 자신을, 즉 나 자신의 판단을 탓해야만 한다.

(5b) 자신의 일이 잘못됐다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교육받지 못한 사람의 일이다.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교육을 막 시작한 사람의 일이다. 다른 사람도, 자기 자신도 비난하지 않는 것은 교육받은 사람의 일이다.


제6장 I 참된 자만심을 가져라

너 자신의 것이 아닌 뛰어난 점 때문에 의기양양하지 말라. 만일 한 마 리의 말이 의기양양하면서 "나는 아름답다"라고 말했다면, 감내(堪耐)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네가 의기양양하면서 "나는 아름다운 말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면, 너는 말의 좋음에 대하여 의기양양하고 있음을 알아라. 그렇다면 너 자신의 것은 무엇인가? 인상들의 사용이다. 그러므로 네가 인상들의 사용에서 자연 본성에 따르고 있을 때, 바로 그때야말로 너는 의기양양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때에서야 너 자신의 어떤 좋음으로 의기양양할 수 있을 테니까.


제7장 I 선장의 부름

항해 도중에 배를 항구에 들어섰을 때, 네가 물을 구하기 위해 상륙했다면, 가는 그 길에서 부수적으로 조개나 알줄기[구경(球莖)]를 주울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는 배를 주목해야만 할 것이고, 또 지속적으로 선장이 부르지는 않는지 되돌아봐야만 한다. 그리고 만일 선장이 불렀다면 양들처럼 묶여 배 안으로 내팽개쳐지는 일이 없도록 가진 모든 것을 내던져야만 한다.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만일 작은 알줄기와 작은 조개 대신에 너에게 마누라와 아이가 주어졌다고 해도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선장이 부른다면 이 모든 것들을 버리고 뒤돌아보지도 말고 배를 향해 달려가야만 한다. 만일 네가 늙었다면, 그때에는 그가 부를 때 놓치지 않도록 배로부터 지나치게 멀리 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제8장 I 네 의지대로되는 일은 없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네가 바라는 대로 일어나기를 바라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일어나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일어나기를 바라는 게 낫다. 그러면 너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제9장 I 너 자신에 대해서는 어떤 방해도 없다

질병은 육체에 방해가 되는 것이지만, 의지 자체가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의지에 대해서 방해가 되지 않는다. 절름발이는 다리에 대해서 방해가 되는 것이지만, 의지에 대해서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너에게 일어나는 어떤 일에 대해서도 ‘이것을’ 너 자신에게 말하라. 왜냐하면 너는 어떤 다른 것에 대해서 방해가 된다고 해도, 너 자신에게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테니까.

제 10장 | 너 자신의 내면세계를 탐구하라

너에게 일어나는 각각의 것에 대해서, 너 자신을 향해 돌아서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것에 대해서 사용할 수 있는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를 탐구하라. 네가 아름다운 소년이나 소녀를 본다면, 너는 그것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힘인 자제력을 찾을 것이다. 만일 힘든 일이 지워졌다면, 너는인내심을 찾을 것이다. 욕먹을 일이 있으면, 참을성을 찾을 것이다. 그래서 네가 이런 식으로 습관을 들이게 되면 인상들이 너를 휩쓸어 가지 못할 것이다.


제11장 I 무관심하게 세상의 것을 대하라

어떤 것에 대해서도 결코 “그것을 잃어버렸다”라고 말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되돌려 주었다”라고 말하라. 자식이 죽었는가? 되돌려 주었다. 마누라가 죽었는가? 되돌려 주었다. 땅을 빼앗겼느냐? 그래, 그것 또한 되돌려 준 것이다. “그러나 빼앗아 간 자는 나쁜 사람이다.” 누군가를 통해서 그것을 준 사람이 너에게 되돌려 달라고 요청한 것이니, 너에게 그것이 무슨 상관 일 수 있겠느냐? 그것들이 너에게 주어진 한에 있어서만, 마치 나그네가 여인숙에 대해 돌보는 것처럼, 그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속하는 것인 양 돌보라.


제12장 I 무관심과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라

§1. 만일 네가 앞으로 진전되어 나아가기를 원한다면 다음과 같은 생각들을 버려라. “나 자신의 일들을 돌보지 않는다면, 먹고살 아무것도 갖지 못할 터이지.” “내가 어린 노예를 벌하지 않는다면, 버릇이 나빠지겠지.” 왜냐하면 심란한 마음 상태에서 풍족하게 사느니보다는 차라리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지낸 후에, 굶어서 죽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또한 네가 불행해지는 것보다 어린 노예가 버릇이 나빠지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2. 그러니 사소한 일부터 시작하라. 올리브 기름이 엎질러지고, 포도주를 도둑맞았다. 다음과 같이 생각하라. “이것은 정념으로부터 벗어남을 사기 위해 치러야 할 그만한 값이고, 이것은 마음의 평정을 사기 위해 치러야 할 그만 한 값이다. 값을 치르지 않고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리고 어린 노예를 부를 때에는 그 아이가 대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마음에 담아 두어라. 혹은 대답하고 있을 때에도 네가 원하는 것들을 전혀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 두라. 그러나 너의 심란해지지 않는 마음이 그에게 달려 있을 만큼 그가 그렇게 좋은 상태에 있지 않다.

제 13장 I 자연에 따르는 삶을 살라

만일 네가 앞으로 진전되어 나아가기를 바란다면, 외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고 어리석게 보이도록 그대로 머물러 있어야만 한다. 어떤 것을 알고 있다고 여겨지는 것을 원하지 말라. 만일 누군가가 너를 뭔가 있는사람으로 여긴다면, 너 자신을 믿지 말라. 왜냐하면 자연에 따라서 너 자신의 의지를 유지하면서, 또 그와 동시에 외적인 것들을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쪽에 대해 돌보는 사람은 다른 쪽에 대해서는 반드시 돌보지 않아야만 한다.

제 14장 I 너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만을 바라라

(14a) 너의 아이들과 마누라, 또 친구들이 전부 다 살기를 원한다면, 너는 어리석은 것이다. 왜냐하면 너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을 너에게 달려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고, 또 다른 사람에게 속하는 것들을 너에게 속하는 것이기를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노예 소년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면, 너는 어리석은 것이다. 왜냐하면 너는 나쁨이 나쁨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고, 오히려 다른 어떤 것이기를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네가 욕구하는 것을 얻는데 실패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성취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성취 가능할 수 있는 것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14b) 사람이 원하거나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그것을 확보하거나 또는 빼앗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는 그 사람의 주인이다. 그러므로 자유롭게 되고자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다른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을 원하거나 회피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노예의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제15장 I 네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려라

연회에 참석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무언가가 돌아다니다가 너의 자리에 올 때, 손을 뻗어서 예를 바르게 몫을 취하라. 그것이 지나가는가, 붙들지 말라. 아직 오지 않았는가, 그것을 향해 너의 욕구를 내놓지 말라. 오히려 너의 자리에 올 때까지 기다려라. 너의 아이에 대해서도, 마누라에 대해서도, 관직에 대해서도, 부(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행동하라. 그러다 보면 너는 언젠가 신들의 연회에 함께하기에 적합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네 앞에 놓였을 때조차도 이런 것들을 취하지 않고 경멸한다면, 그때에는 신들의 연회를 함께할 뿐만 아니라, 또한 그들과 함께 지배하는 자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행동함으로써 디오게네스와 헤라클레이토스, 또 그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마땅히 신들과 같이 되었고 또 그렇게 불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제16장 I 공감하라,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비통해하지 말라

자신의 아이가 집을 멀리 떠났기 때문에 혹은 자신의 소유물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누군가가 슬픔에 빠져 우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이 외적인 나쁜 일에 빠져 있다는 인상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주의하라. 오히려 너는 즉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도록 하라. “이 사람을 비탄에 잠기게 한 것은 일어났던 일이 아니라(그 일이 다른 사람을 비탄에 잠기게 하지는 않으니까), 그것들에 대한 그의 판단이다.” 그렇지만 위로의 말을 건네는 한에 있어서는 그에게 동정을 표시하는 데 주저하지 마라. 만일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면 그와 함께 비통해하라. 그러나 너는 내면적으로는 애통해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제17장 I 인간은 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기억하라

너는 극작가의 바람에 의해 결정된 그러한 인물인 연극에서의 배우라는 것을 기억하라. 그가 짧기를 바란다면 그 연극은 짧고, 길기를 바란다면 그 연극은 길다. 그가 너에게 거지의 구실을 하기를 원한다면, 이 구실조차도 또한 능숙하게 연기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가 절름발이를, 공직자를, 평범한 사람의 구실을 하기를 원한다고 해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해야만 하는 너의 일인지라, 너에게 할당된 그 역할을 훌륭하게 연기하는 것이지만, 어떤 역할을 선택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다.

제18장 I 징조에 대하여

까마귀가 깍깍대며 상서롭게 울었다고, 인상이 네 마음을 빼앗지 않도록 하라. 오히려 즉시 마음속으로 분별을 하고 다음과 같이 말하라. “이것들 중 어떤 것도 나에게 아무런 조짐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내 보잘것없는 육신이나 혹은 하찮은 재산, 내 평판이나 내 아이들이나 마누라에 대해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러기를 바란다면, 나에게 그 모든 것은 상서로운 조짐을 알리고 있는 셈이다. 왜냐하면 그런 조짐 중에 어떤 것이 일어나든지 간에, 그것으로부터 이득을 얻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제19장 I 자유에로의 길

(19a) 그 승리가 너에게 달려 있지 않은 싸움을 벌이지 않는다면, 너는 패배당할 수 없을 것이다. (19b) 명예를 누리고 있다거나,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거나, 다른 평판이 좋은 누군가를 보고, 그 인상에 마음을 빼앗기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축복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 왜냐하면 좋음의 본질이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한다면, 시기와 시샘이 들어갈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또 너 자신은 장군이나 원로원 의원이나 혹은 집정관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인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닌가. 자유에 이르는 단 하나의 길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을 경멸하는 것이다.

제20장 I 외적 인상에 무감각하라

너를 욕하는 것은 네게 욕을 퍼붓는 사람이나 때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이 모욕하고 있다는 너의 판단이라는 걸 기억하라. 그러므로 누군가가 너를 화나게 했다면, 너의 생각이 너를 화나게 했다는 것임을 알라. 그래서 먼저 인상에 의해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노력하라. 왜냐하면 일단 시간을 벌어 늦춘다면, 너는 손쉽게 너 자신을 물리칠 것이기 때문이다.

제21장 I 죽음에 대한 생각을 늘 유지하라

죽음, 추방, 그 밖의 온갖 무시무시 한 일들을 날마다 네 눈앞에 떠올리도록 하라. 모든 것들 중에서 특히 죽음을 생각하라. 그러면 결코 그 어떤 비참한 생각을 하거나, 무언가를 지나치게 욕구하지 않게 될 것이다.


II 철학을 공부하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 대한 충고


제22장 I 바른 원칙에 충실하라

만일 네가 철학에 뜻을 두려면, 당장 그때부터 비웃음을 당하거나, 대중의 조롱을 받거나, 그리고 “모르는 사이에 저 친구가 철학자가 되어 버렸네” 또는 “저 친구가 저 이마를 어디서 얻었지?”라는 말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너는 높은 이마를 갖지 말라. 오히려 신에 의해서 그 자리에 바르게 놓인 사람으로서, 너에게 최선으로 생각되는 것들을 유지하도록 하라. 만일 네가 동일한 원칙으로 머물러 있다가 보면, 처음에 너를 비웃던 사 람들이 나중에는 너를 찬탄해 마지않을 테지만, 네가 그것을 유지하지 못하면, 너는 이중으로 비웃음을 사게 되리라는 것을 기억하도록 하라.

제23장 I 모든 것에 철학자인 것으로 만족하라

만일 누군가의 호감을 얻고 싶은 마음에서 네가 외적인 것들로 마음을 돌릴 때가 한 번이라도 있다고 하면, 그 계획은 이미 망쳤다는 것을 아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도 철학자가 되는 것으로 만족하라. 그리고 철학자로 생각되려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도록 해야 하고, 너는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제24장 I 너의 능력에 맞는 자리를 차지하라

§1. 다음과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하라. “자신은 명예도 없고, 어디에서도 아무것도 아닌 자로 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명예가 없는 것이 [사실상] 나쁜 것이라고 할지라도, 네가 부끄러운 상태에 있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네가 다른 사람 때문에 나쁜 상태에 있을 수는 없을것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관직을 얻는 것이라든지, 혹은 연회에 초대받는 것이 자네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것이 너의 불명예이겠는가? 단지 너에게 달려 있는 것들에서만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한 사람일 것이고, 그것들에서만 가장 큰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어떻게 네가 어디에서나 아무것도 아닌 자일 수 있겠는가?

§2. 그러나,그렇다면 친구들은 내게서 도움을 받지 못할 겁니다?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들은 너에게 적은 돈을 받지도 못할 것이고, 또한 너는 그들을 로마의 시민으로 만들어 주지도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자네에게 이런 일들이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 중의 하나이지, 다른 것에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는가? 누가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단 말인가?

§3. “그러면, 우리가 또한 그것을 가질 수 있도록 돈을 벌어라”라고 누군가가 말한다. 만일 나 자신이 겸손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고결함을 유지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면, 나에게 그 길을 보여 주라. 그러면 나는 돈을 벌 것이다. 그러나 만일 자네가 좋음이 아닌 것을 얻기 위하여, 나 자신의 좋음을 버릴 것을 요구한다면, 네 자신이 얼마나 공정하지도 못하고, 분별이 없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도대체 너는 어느 쪽을 원하는가? 돈인가, 아니면 신뢰 할 수 있고 자존감을 지닌 친구인가? 그렇다면 제발 후자를 위해서 오히려 나를 도우라. 바로 이런 것들을 잃는 원인이 될 만한 것들을 굳이 하라고 나에게 요구하지 말라.


§4. 그러나 내 힘이 닿는 한, 조국은 내게서 받아야 할 도움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다시 한 번 묻자. 도대체 자네는 어떤 종류의 도움을 말하는 것인가? 너를 통해 스토아건물이나 목욕탕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신발은 대장장이에게서는 얻을 수 없고, 병장기는 구두장이에게서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각자가 자신의 고유한 일을 완전히 수행해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만일 자네가 조국을 위해 다른 사람을 신뢰할 수 있으며 자존감 있는 시민으로 만든다면, 그 일이 조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인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너 자신도 조국을 위해 아무런 쓸모가 없는것 아닐 것이다.

§5. “그럼, 나는 국가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까요?”라고 누군가가 말한다. 자네가 동시에 신뢰할 수 있으며, 자존감 있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면, 자네가 차지할 수 있는 어떤 자리라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에 도움이 되고 싶어도 그런 성품들을 잃어버린다면, 나중에 가서 네가 자존감도 없고 신뢰 할 수도 없는 사람임이 드러나게 되었을 때, 어떻게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겠는가?

제25장 I 칭찬을 하고 명예를 얻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1. 만일 연회 초대에서, 인사받는 자리에서, 조언을 구하는 데에서 누군가가 너보다 영예를 더 받았다면, 또 그것들이 좋은 것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이 영예를 받은 것으로 너는 기뻐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나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들을 받지 않은 것이니 슬퍼하지 말라. 만일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을 얻으려고 다른 사람이 한 것과 같은 일을 하지 않는다면, 너는 [다른 사람과] 똑같은 양을 받을 만하다고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2. 왜냐하면, 누군가의 현관에 찾아가지 않는 자와 늘 그렇게 하는 자가 마찬가지로 어떻게 똑같은 몫을 받을 수 있겠는가? 수행하지 않는 자가 수행하는 자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똑같은 몫을 받을 수 있겠으며, 남을 칭찬하지 않는 자가 칭찬하는 자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몫을 받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그것들이 팔리는 대가를 내놓지 않은 채, 공짜로 그것들을 얻으려고 한다면, 너는 정의롭지 않고 탐욕스러운 사람이 될 것이다.

§3. 그런데 얼마나 주고 속들이[결구(結球)] 양상추를 사는가? 아마도 1오볼로스일 게다. 그러면 누군가가 1오볼로스를 내놓고 속들이 양상추를 얻었는데, 반면에 너는 오볼로스를 내지 않고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없다면, 너는 그 사람보다 적게 가졌다고 생각하지 말라. 왜냐하면 그 사람은 속들이 양상추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너는 내놓지 않은 1오볼로스를 가진 것일 테니까.

§4. 지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네가 누군가의 연회에 초대받지 못했는가? 왜냐하면 너는 연회의 주인에게 저녁 식사를 파는 만큼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칭찬과 교환으로 그것을 파는 것이고, 보살핌과 교환으로 그것을 파는 것이다. 그러니 팔리는 것이 너에게 이익이 된다면, 그 대가를 지불하면 된다. 그러나 대가를 지불하지도 않고 그것[저녁 식사]을 받기를 원한다면, 너는 탐욕스럽고 어리석은 것이다.

§5. 그러니, 너는 식사 대가로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는가? 실제로 너는 칭찬하고 싶지 않은 그 사람을 '칭찬하지 않음'을 가지고 있으며, 너는 그의 ‘문지기들[의 오만함 따위]을 참아내지 않음’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

제26장 I 관용을 배우라

자연의 이치에 대해서는 우리가 서로 의견 차이가 없는 것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소년 노예가 술잔을 깼을 때, 그 당장에 우리는 “일어날 수 있는 일들 중의 하나야”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너 자신의 술잔이 깨졌을 때에도 다른 사람의 것이 깨졌을 때 하던 그 방식대로 같은 태도를 취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 중대한 일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적용하는 것이 좋다. 남의 아이나 혹은 아내가 죽었는가? 아무도 “그게 인간의 운명이죠”라고 말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러나 누군가 자신의 아이가 죽었을 때, 그 당장에 “아! 비참하도다”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남에게서 일어났을 때 우리가 어떻게 감정을 겪는지를 기억해야만 한다.


제27장 I 악의 본성에 대하여

빗맞히기 위해서 과녁을 세우지 않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우주에는 자연 본성적인 악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제28장 I 몸보다 정신의 혼란을 경계하라

만일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우연히 마주친 사람에게 떠넘긴다면, 너는 화를 낼 것이다. 그런데 너는 자신의 정신을 우연히 만나는 사람에게 떠넘겨서, 결과적으로 그 사람이 너를 욕하면, 너의 정신은 교란되고 혼란스럽게 될 텐데, 그렇게 맡기는 것을 너는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가?

제29장 I 먼저 오는 것과 그것에 따르는 것을 생각하라

§1.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먼저 오는 것들과 그것에 따르는 것들을 살펴야 한다. 그런 다음 그 일에 착수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그다음 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처음에는 기꺼이 의욕에 가득 차서 그 일을 하다가, 나중에 뭔가 곤란한 일들이 나타나게 되면 부끄럽게도 그 일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2. 너는 올림피아 경기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는가? 신께 맹세코 나도 그렇다. 그것은 영광스러운 일일 테니까. 하지만 그것에 앞서는 것들과 뒤따르는 것들을 살펴보고, 그런 다음에 그 일에 착수해라. 너는 훈련을 준수해야만 하고, 식이 요법에 따라야 하며, 맛난 과자를 삼가야 하고, 무더위에도 혹한에도 정해진 시각에 엄격하게 몸을 단련하고, 찬 것을 마시지 않으며, 가끔 술을 마실 기회가 있더라도 마시지 말아야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의사에게 몸을 맡기듯이 너 자신을 훈련 교관에게 맡겨야 한다. 그런 다음 경기에 나갔다고 하면, 서로 맞대고 때로는 손목이 탈구되거나, 복사뼈를 삐거나, 많은 양의 모래를 들이마시거나, 얻어맞아 끝내는 패배하는 수도 있다.

§3. 이것들을 다 따져 본 후에도, 그래도 네가 여전히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면, 운동선수가 되는 일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로 되돌아가 너는 어떤 때는 레슬링 선수로 놀다가, 어떤 때는 검투사로 놀다가, 다음에는 연설가가 되고, 그다음에는 철학자가 되어서, 너의 온 혼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될 것이다. 마치 원숭이처럼, 네가 본 것은 뭐든지 따라 하고, 차례차례로 여러 가지 것이 네 마음에 드는 것이다. 왜냐하면 너는 어떤 일에 대해 꼼꼼하게 따지고 모든 면에서 살펴보면서 그 일에 착수한 것이 아니라, 되는 대로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착수했기 때문이다.

§4. 이와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철학자를 볼 때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하는 누군가를 들을 때(그렇지만 누가 그분처럼 그렇게 말할 수 있겠는가?), 자신들도 철학을 하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5. 인간아, 먼저 그 일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라. 그런 다음에 네가 [그 일을] 견딜 수 있을지 없을지 자신의 소질(phusis)을 잘 살펴보는 것이다. 너는 5종 경기 선수나 혹은 레슬링 선수가 되기를 원하는가? 너 자신의 팔, 허벅지를 보고, 허리가 어떤지를 잘 살펴보라. 사람은 각자 본성상 서로 다른 일에 적합하도록 타고나기 때문이다.

§6. 네가 그런 일을 하는데, 다른 사람과 똑같이 먹고, 똑같이 마시고, 똑같이 화를 내고, 똑같이 역정을 낼 수 있다고 너는 생각하는가? 오히려 밤을 새우고, 고되게 일해야 하며, 집안 식구들에게서 떨어져 있어야 하고, 노예의 자식들에게서 멸시를 당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비웃음을 받고, 명예에서, 관직에서, 법정 등 모든 것에서 더 멀어져야만 할 것이다.

§7. 너는 이런 것들을 대신해서 정념으로부터 벗어남과 자유, 마음의 평정을 얻고 싶다면, 이런 것들을 잘 살펴보는 것이 좋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철학에 가까이 가지도 말라. 마치 어린아이처럼 지금은 철학자이지만, 나중에 세리(稅吏)로, 그다음에는 연설가로, 또 그다음에는 황제가 임명한 태수가 되고 싶어해서는 안 된다. 이것들을 혼자서 겸할 수는 없다. 너는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한’ 인간이어야 한다. 너 자신의 지도적 중심 부분이나 외적인 것들 중 하나를 완성하도록 전심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내적인 것에 힘쓰든지 외적인 것에 힘쓰든지, 즉 철학자든지 일반인이든지, 어느 한쪽의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Ill 적합한 행위들(kathēkonta)의 발견을 위한 충고


제30장 I 항시 너의 의무를 생각하라

우리의 의무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관계로 결정된다. 한 아버지가 있다. 그러면 돌보고, 모든 일에서 그에게 양보하고, 욕을 먹든 때리든 간에 참아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쁜 아버지예요.” 그런데 네가 좋은 아버지와 관계 맺기로 태어난 것은 아니겠지만, 오히려 ‘그저’ 아버지와 관계 맺기를 가질 뿐이다. “내 형제가 옳지 않게 행하고 있어요.” 어쨌든 그에 대해서 너 자신의 입장을 지켜, 그가 무엇을 행하느냐가 아니라, 네가 무엇을 하면 자연에 따르는 너의 의지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도록 하라. 왜냐하면 네가 그것을 원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이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네가 해를 입었다고 너 자신이 생각할 때, 그때야말로 네가 해를 입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방식으로 네가 사회적 관계를 바라보는 습관을 들인다면, 너는 동료 시민으로부터, 이웃으로부터, 장군으로부터 그들에 대한 적합한 행동을 찾게 될 것이다.


제31장 I 경건에 대하여

§1. 신들에 대한 공경과 관련해서 네가 알아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신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갖는 것이다. 즉, 신들은 존재하고, 전체를 아름답고 또 정의롭게 지배하고 있다는 것, 나아가 신들에 따라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내맡기고, 그것들이 최고의 지성에 의해 성취되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기꺼이 그것에 따르도록, 너 자신이 신들에 의해 정해진 위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방식으로 행위한다면, 신들을 결코 비난하지도 않을 것이고, 또한 자신이 버림받고 있다고 한탄할 일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2. 그러나 이 일은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을 포기하고,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에 대해 좋음과 나쁨을 가정하지 않는다면 가능하지 않다. 왜냐하면 네가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 중 어느 하나에 좋음과 나쁨을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네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또 네가 원하지 않는 것으로 떨어진다면 반드시 그 원인인 신들을 비난하거나 미워할 것이기 때문이다.

§3. 왜냐하면 모든 생물은 자연 본성적으로 해(害)가 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이나 그 원인이 되는 것들에서 도망치거나 회피하며, 유익한 것들이나 그 원인이 되는 것들은 추구하고 찬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해롭다고 생각할 때, 마치 해롭다는 것을 기뻐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마찬가지로 해친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기뻐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4. 따라서 아버지가 아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 중 어떤 것을 그의 아이에게 주지 않을 때, 그 아이들에게서 욕을 먹는 것이다. 이것이 또한 에테오클레스와 폴뤼네이케스를 (서로 적대적으로) 만든 것이다. 즉, 전제권력을 잡는 것이 좋은 것으로 생각하도록 만든 것이다. 역시 농부도 신들을 욕하고, 이것 때문에 뱃사람도, 이것 때문에 상인도, 이것 때문에 그들의 아내와 자식을 잃어버린 사람들도 신들을 욕하는 것이다. 즉, 유익함이 있다면 거기에는 신을 공경하는 마음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땅히 해야만 하는 바대로 욕구하고 회피하는 것을 돌보는 사람은 누구나, 동시에 신을 공경하고 배려하고 있는 셈이다.

§5.그러나 헌주(獻酒)하고, 희생 제물을 올리고, 조상의 전통에 따라서 첫 번째 수확물을 바치는 것은, 그때마다 깨끗한 마음으로, 부주의하지 않게, 인색하지 않고 아낌없이, 자신의 분수를 넘어서지 않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적합한 일이다.


제32장 I 점(占)을 그릇되게 사용하지 말라

§1. 네가 점을 볼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지 못하지만, 그것을 점쟁이에게서 듣기 위해 왔다는 것을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네가 진정 철학자라면, 그것이 어떤 성질의 것인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는 것들 가운데 하나라면, 그것은 당연히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2. 그러므로 점치는 자에게 너의 욕구나 회피를 가져가지 말고(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너는 그에게 두려움으로 떨면서 가게 될 것이다), 오히려 결과가 나오는 모든 것이 좋음과 나쁨에 무관한 것이며, 또 너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것을 훌륭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아무도 그것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다가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기운을 내서 조언해 주는 사람들에게 가듯이 신들에게 가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 네가 어떤 조언을 받을 경우에는, 네가 누구를 조언자로 받아들였는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누구를 따르고 싶어 하지 않았는지를 명심하라.

§3. 소크라테스가 주장한 것처럼, 탐구 전체가 미래의 사건과 관련이 있고, 이성으로도 다른 어떤 기술적 방식으로부터도 주어진 해당 사안에 대해 포괄적 앎을 알기 위한 어떤 방도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점을 치러 가도록 하라. 따라서 너의 친구나 너의 조국과 더불어 위험을 감수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경우에는 함께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 말지를 점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점쟁이가 희생 제물에 흉조가 생겼다고 말하면, 그것은 죽음이나 신체 일부를 손상시키거나 추방의 징조를 알리는 것임이 분명한데, 이성은 친구나 조국을 도와 함께 위험을 감수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더 위대한 예언자인 퓌티아 신전의 아폴론 신 쪽으로 마음을 돌리는 것이 좋다. 이 신은 친구가 살해당했을 때 돕지 않은 사람을 신전에서 내쫓아 버린 것이다.

제33장 I 중요한 삶의 원칙

§1. 자신을 위해 알맞은 성격과 삶의 방식을 정하고, 혼자 있을 때든 다른 사람을 만날 때든 이를 지키도록 하라.

§2. 대부분의 경우에 침묵하거나, 꼭 필요한 것만 몇 마디로 말하도록 하라. 하지만 드물게 그 상황이 무언가를 말하도록 요구할 때 말을 하면 되지만, 그러나 일상적인 어떤 것에 관해서는 말하지 말라. 즉, 검투사 싸움, 경마, 운동 경기자, 음식 등 평소 화제가 될 만한 흔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사람들에 대해 비난하거나, 칭찬하거나 혹은 비교하는 말을 하지 말라.

§3. 만일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네 자신의 이야기로 동료들의 대화를 적절한 방향으로 이끌도록 하라. 그러나 낯선 사람 속에서 홀로 남게 되었다면 침묵하는 것이 좋다.

§4. 크게 웃지 마라. 자꾸 웃는 것도, 또한 거리낌 없이 웃는 것도 좋지 않다.

§5. 가능하다면, 어떤 경우에도 서약을 하는 것을 회피하라.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사정이 허락하는 한 회피하도록 하라.

§6. 외부 일반인과의 연회는 삼가도록 하되, 부득이한 기회가 생기면 있을 수 있는 대화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라. 왜냐하면 너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즉 누군가의 동료의 몸이 더러워지면, 함께 짝을 이루는 사람의 몸도 비록 자신은 깨끗하다 하더라도 어쩔 도리 없이 불결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7. 몸에 관련된 것들은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을 취하도록 하라. 예를 들어 음식, 마실 것, 옷, 집, 집 안의 종 같은 것들이 다. 외적으로 화려하게 드러나는 것이나 사치스러운 모든 것을 단절하도록 하라.

§8. 성애(性愛)와 관련해서는 결혼 전에는 할 수 있는 한 깨끗해야만 한다. 행하는 경우에는 관습에 맞는(적법한 것) 정도로만 하도록 하라. 그렇지만 이에 빠진 사람들에 대해 불쾌한 태도를 보이거나 비난해서는 안 되며, 자신은 억제하고 있다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는 것도 좋지 않다.

§9. 만일 누군가가 너에게 심하게 욕을 해대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면, 네가 들은 것에 대해 변명할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이 답하라. “좋다, 그 사람은 내가 지니고 있는 다른 결점을 몰랐던 셈이군. [알았다면] 그가 단지 그것만을 듣지는 않았을 테니까.”

§10. 빈번하게 공공의 장소(theatra; 극장)에 들를 필요는 없다. 또 때에 따라 적절한 기회에 있더라도, 자기 자신이 외의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열을 올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서 일어나는 일만 일어나고, 승리하는 자가 단지 승리하기만을 바라면 된다. 그렇게 하면 너는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게 될 테니까. 누군가의 이름을 소리치거나, 환호하거나 혹은 몹시 흥분하는 일은 절대로 삼가하는 것이 좋다. 또 극장에서 돌아온 후에도 자신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곳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너무 많은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네가 그 구경거리를 찬탄했다는 것이 그런 데서 밝혀지기 때문이다.

§11. 분별 없이 혹은 쉽게 어떤 사람들의 공개적 강의에 가지 말라. 또 가는 한이 있더라도 진지하고 평정한 태도를 유지하고, 또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부담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라.

§12. 누군가를 만나려 할 때, 특히 높은 평판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을 만날 때는, 이런 경우에 소크라테스나 제논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도록 하라. 그러면 곤란을 겪지 않고도 자신이 직면한 사태를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13. 권력을 가진 사람을 만나러 갈 때는, 그 사람이 부재하거나, 쫓겨나거나, 눈앞에서 문을 닫히거나, 혹은 너에게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떠올리는 것이 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를 만나러 가야만 한다면,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을 [고스란히] 참는 것이다. 그리고 너 자신에게 결코 "그만한 가치가 못 되었군"이라고 말하지 말라. 왜냐하면 그것은 철학에 소양이 없고(idiōtikon), 외적인 일에 대해서 짜증을 내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14. 사람과의 교제에서, 자신의 행적(行績)이나 모험한 일에 대해서 장황하게 언급하는 것을 피하라. 왜냐하면 너 자신이 모험담을 떠올리는 것은 너에게는 즐겁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너에게 일어난 것을 듣는 것이 그리 즐겁지 않기 때문이다.

§15. 또한 다른 사람을 웃게 하는 것도 피하라. 왜냐하면 그 방식은 저속하게 흐르기 쉽고, 또 그와 동시에 가까운 사람들까지 너에게 품고 있는 존경심을 약화시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16. 상스러운 얘기로 빠져드는 것도 위험하다. 그러므로 뭔가 그런 얘기가 나오면, 적당한 때를 봐서, 그 말을 꺼낸 사람을 꾸짖는 데까지 나아가라. 그럴 기회가 없다면 적어도 입을 다물거나, 얼굴을 붉히거나, 얼굴을 찡그린다거나 해서 그런 이야기를 불쾌하게 여기는 것을 밝히는 게 좋다.

제34장 I 감각적 쾌락을 극복하라

어떤 쾌락의 인상에 떠오를 때는, 다른 인상들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그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너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아니, 오히려 그 사안에 좀 기다려 달라고 자네 자신에게 유예를 받도록 하라. 그러고 나서 두 때를 상기하라. 즉, 네가 그 쾌락을 누리는 데 걸리는 시간과 그 쾌락을 누린 후에 후회하며 스스로 자신을 탓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마음에 새겨 두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간들과 비교하여, 만일 네가 이것을 멀리한다면, 얼마나 기쁨을 느끼고, 얼마나 너 자신을 찬양하게 될지를 상기하라. 또한 이런 일에 관여해도 상관없는 때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경우에도, 그 감미롭고 쾌활하며 매력적인 것이 너를 이기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라. 오히려 그것에 맞서서 승리했다는 자각을 갖는 것이 너에게 얼마나 더 나은 것인지를 상기하라.

제35장 I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고 남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결정했을 때는, 비록 많은 사람들이 그 것에 대해 다르게 생각한다고 할지라도, 그 것을 행하는 것을 보이는 것을 결코 피하려고 하지 말라. 만일 네가 올바르게 행동하고 있지 않다면 그 일 자체를 피해야 하고, 또 네가 올바르게 행동하고 있다면, 잘못을 비난하는 사람을 너는 왜 두려워 해야만 하는 것인가?

제36장 I 몸가짐을 신중히 하라

'지금은 낮이다'와 '지금은 밤이다'라는 진술들은 선언명제로서는 충분한 의미를 가지지만, 연언명제로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회에서 더 큰 몫을 선택하는 것은 몸을 위해서는 가치가 있을 수 있으나, 연회에서 마땅히 해야만 하는 태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할 때에는, 비단 네 눈앞에 놓여 있는 것들의 신체를 위한 가치만 볼 것이 아니라, 연회를 베푼 사람에 대한 존경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제37장 I 네 능력을 넘어서는 역할을 떠맡지 말라

만일 네가 네 능력을 넘어서서는 역할을 맡는다면, 그 점에서 너는 부끄러운 행동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네가 해낼 수 있는 배역까지도 소홀한 것이다.

제38장 I 정신의 원리가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걸을 때는 못을 밟거나 다리를 삐지 않도록 조심하되, 그와 마찬가지로 네 마음의 지도적 부분(헤게모니콘)을 해치지 않도록 주의하라. 우리가 어떤 행동에서도 이 점을 배려한다면, 보다 안전하게 행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제39장 I 꼭 필요한 만큼만을 소유하라

마치 발이 가죽 신을 재는 척도인 것처럼, 개개의 신체가 소유를 측정하는 척도이다. 만일 네가 그 점에 머무른다면 척도를 지키겠지만, 그것을 밟고 넘어서면 그 후에는 반드시 낭떠러지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가죽 신의 경우에서처럼, 발의 척도를 넘어서면 금박을 입힌 가죽 신이 되고, 그다음에는 자주색으로 물든 가죽 신이 되고, 그다음에는 수를 놓은 가죽 신이 될 것이다. 일단 그 척도를 넘어서면, 어떤 한계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제40장 I 여성에게서의 존경

여성은 14세가 되자마자 남성들로부터 '부인들'로 불린다. 그래서 그들이 단지 남자들과 잠자리를 함께 하는 것 외에는 자신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화장을 시작하고 이 일에 온갖 희망을 걸게 된다. 그러므로 그들이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예의를 갖추며, 자긍심을 보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그 여자들이 깨닫도록 배려하는 것은 중요하다.

제41장 I 신체보다 정신을 돌보라

몸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어리석음의 징표이다. 예를 들어, 장시간 운동하거나, 장시간 먹고 마시고, 장시간 배설을 하거나, 장시간 성관계를 하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일들은 틈틈이 행해져야만 하고, 너의 온 관심을 정신에 집중해야만 한다.

제42장 I 관용의 태도를 가져라

누군가가 너에게 나쁜 짓을 하거나 나쁘게 말할 때는, 당사자는 그것이 적절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거나 말하고 있는 것임을 기억하라. 그렇다면 그 사람은 너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 자신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 사람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면, 속임을 당하는 바로 그 사람이야말로 곤욕을 치르게 된다. 왜냐하면 참인 연언명제(복합명제)를 거짓인 것으로 판단한다면, 곤욕을 치르는 것은 연언명제가 아니라, 속임을 당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으로 일을 시작한다면, 너를 욕하는 사람에 대해 온화한 태도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말하면 되기 때문이다.

제43장 I 모든 것은 두 개의 손잡이를 가지고 있다

모든 사안은 두 개의 손잡이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그것을 운반할 수 있지만 다른 하나는 운반할 수 없다. 너의 형제가 부정의한 짓을 하면, 부정의한 일을 한다는 그 손잡이 쪽에서 그것을 잡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운반할 수 없는 쪽 손잡이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가 너의 형제이자, 함께 자란 사람이라는 손잡이에서 그것을 잡으라. 그렇게 하면 너는 운반할 수 있는 손잡이로부터 그것을 잡게 될 것이다.

제44장 I 그릇된 추리

다음의 추론은 논리적이지 않다. ‘나는 너보다 더 부유하다. 따라서 나는 너보다 낫다.’, ‘나는 너보다 더 말을 잘한다. 따라서 나는 너보다 낫다.’

오히려 다음의 추론은 논리적이다. ‘나는 너보다 더 부유하다. 따라서 내 재산이 네 재산보다 낫다.’, ‘나는 너보다 더 말을 잘한다. 따라서 내 연설은 네 연설보다 낫다.’ 하지만 너는 재산도 연설도 아니다.

제45장 I 성급히 판단하지 말라

어떤 사람은 재빨리 목욕을 한다. 우리는 이 경우에 ‘그는 나쁘게 목욕을 한다’고 말하지 않고, 오히려 ‘그는 재빨리 목욕을 한다’고 말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포도주를 많이 마시면, ‘그는 나쁘게 마신다’고 말하면 안 되고, 오히려 ‘그는 많이 마신다’고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의 판단을 알기 전에, 어떻게 그것이 나쁜지 알 수 있는가? 이렇게 하면 어떤 것의 파악될 수 있는 인상을 받아들이면서, 다른 것으로 승인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제46장 I 철학적 원리들을 말하는 것 대신에 그것에 따르는 것을 행하라

§1.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철학자라고 해서는 안 되고, 일반인들 사이에서 철학 이론에 대해 길게 수다를 떨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철학 이론들에서 따라 나오는 것들을 행하라. 마치 술자리에서 어떻게 먹어야 할지를 말하지 않고, 마땅히 먹어야 하는 방식대로 먹는 것처럼. 그 이유는 이렇다. 즉,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과시하는 것을 모조리 거부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에게 철학자들을 소개받으려고 왔을 때, 소크라테스는 그들을 안내하러 갔다는 것을 기억하라. 이런 식으로 그는 자신이 무시당해도 참았던 것이다.

§2. 그리고 철학자가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철학 이론에 대해 화제가 된다면, 대체로 침묵하고 그냥 놔두라. 왜냐하면 소화되지 않은 것을 바로 뱉어낼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너에게 ‘아무것도 모르네’라고 말했을 때, 그 사람을 물거나 하지 않는다면 그때야말로 네 일을 시작하고 있음을 알면 되는 것이다. 또한 양들은 주인에게 찾아와 건초를 얼마나 먹었는지를 보여주지 않지만, 오히려 그 꼴을 신체 내부에서 소화한 다음에 외부에 털과 젖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너 또한 철학 이론들을 철학자가 아닌 사람들 앞에서 과시하지 말고, 오히려 철학 이론들을 잘 소화한 다음 거기서부터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제47장 I 자신을 내세우지 말라

네가 신체와 관련한 것으로 알맞은 생활을 한다고 해서, 이것을 자랑하지 말라. 또 물을 마시고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물을 마시고 있다고 말하지 말라. 또한 신체적 수고를 견디도록 단련하고 있을 때에는 외부의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너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조상(彫像)을 얼싸안지 말라. 하지만 몹시 갈증이 날 때는 차가운 물을 머금고 뱉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그 말을 하지 말라.


IV 가르침의 실천에 관한 결론

제48장 I 철학하는 자로 나아가는 것의 징표

48a, §1 비철학자의 사물에 대한 자세와 성격은 이익도 손해도 자신으로부터 생긴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외부로부터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철학자의 사물에 대한 자세와 성격은 어떤 이익도 손해도 자기 자신으로부터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48b, §2 진보한 사람의 징표. 그 사람은 아무도 탓하지 않고, 그 누구도 칭찬하지 않으며, 아무도 질책하지 않고, 자신이 무슨 인물이나 된 것처럼, 혹은 뭔가 중요한 것을 아는 것처럼 결코 말하지 않는다. 어떤 일로 방해받더라도 자기 자신을 비난한다. 또 다른 사람이 자신을 칭찬해도 마음속으로 칭찬한 사람을 비웃고, 비난을 받아도 변명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치 아픈 사람처럼 회복된 부분이 굳을 때까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며 주위를 돌아다닌다.

§3 자신에게서 모든 욕구를 배제하고,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 가운데 자연에 어긋나는 것만을 회피 대상으로 삼는다. 모든 것에 관해서 충동을 적당히 억제한다. 사람들이 그를 어리석거나 무지하다고 생각할지언정 전혀 개의치 않는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는 적이나 배신자를 대하듯 자신을 감시하는 것이다.

제49장 I 이론보다는 실천을 보여라

누군가가 크뤼시포스의 책들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다고 떠벌릴 때는, 너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라. “만일 크뤼시포스가 불명료하게 쓰지 않았다면, 이 사람은 떠벌릴 만한 어떤 것도 없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자연 본성을 배우는 것과 이에 따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것을 나에게 해석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고 있으며, 그것이 크뤼시포스라고 하면, 나는 그에게로 갈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가 쓴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나에게 해석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거기까지는 아직 내세울 만한 게 없다. 그렇지만 해석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은, 거기서 권유받은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남아 있어, 바로 이를 실천하는 것만이 내세울 만한 일이 된다.

하지만 이 해석에만 감탄한다면, 나는 철학자가 아니라, 다름 아닌 문법학자가 된 셈인가? 단 호메로스가 아니라, 크뤼시포스를 해석한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나에게 “제발 크뤼시포스를 해석해 주세요”라고 말할 때, 내 행동을 그의 말과 일치되고 조화되는 것으로 보여주지 못하면 자랑하기는커녕 얼굴을 붉히게 된다.

제50장 I 철학 이론에 충실하라

제시된 그러한 원리들은, 만일 어긴다면 이를 모독(冒瀆)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국법처럼 준수하라. 누군가 너에 관해 무슨 말을 하든 뒤돌아볼 필요가 없다. 그것은 더 이상 너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51장 I ‘지금’이 결단의 시점이다. ‘소크라테스가 되어라’

§1. 너 자신을 최선의 것으로 간주하고 어떤 일에 있어서도 결정을 내리는 이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언제까지 미루고 있는가? 너는 네가 동의해야만 할 철학 이론을 듣고 또 그것들에 동의했다. 그런데도 어떤 교사를 기다리고 있고, 그 사람이 올 때까지 자신을 개선하는 것을 미루려고 하는가? 너는 더 이상 청년이 아니라, 이미 완전한 어른이다. 만일 네가 지금 자신을 등한시하고 나태하며, 언제나 미루고 또 미루기만 해서, 자신을 돌보려고 하는 날을 정하고는 또 다른 날로 미루는 것이라면, 너는 진보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평범한 사람으로 계속 살다가 죽게 되는 것이다.

§2.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자신을 어른으로서, 진보하고 있는 자로서 살아갈 가치가 있는 자로 여기는 것이다. 그리고 너에게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모두 불가침의 법이라고 하자. 만일 힘든 일이나 즐거운 일, 명예로운 일이나 불명예스러운 일이 닥치면, 지금이야말로 경기가, 올륌피아 경기가 시작된 것이니, 이제 더 이상 한순간도 미루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과 단 한 번의 패배로서 또 굴복한 그 시점에서 그 (도덕적) 진보를 망치거나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3. 그리하여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마주치는 모든 것에 대해 이성 이외의 어떤 것에도 주목하지 않고 그 자신을 이끌어 감으로써, 이러한 방식으로 완성의 경지에 이르렀던 것이다. 비록 네가 아직은 소크라테스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소크라테스이길 바라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제52장 I 중요한 것은 철학 이론의 논증이 아니라 실천이다

§1. 철학에서 첫 번째의, 그리고 가장 필요한 영역은 철학 이론의 실천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면,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논증들에 관련된 것이다. 예를 들면, ‘왜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만 하는가?’이다. 세 번째는 이 두 가지를 확증하고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것이 왜 논증인가?’, ‘논증이란 무엇인가?’, ‘논리적 결론이 무엇인가’, ‘모순이란 무엇인가’, ‘참이란 무엇인가’, ‘거짓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2. 그렇기에 세 번째 영역은 두 번째 영역을 위해 필요하고, 두 번째 영역은 첫 번째 영역을 위해 필요하지만, 가장 필요하고, 거기에 머물러야 할 것은 첫 번째 영역이다. 그러나 우리로 말한다면 그 반대를 행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세 번째 영역에 시간을 낭비하고, 또 우리의 열의는 모두 그것을 향해 있으며, 첫 번째 영역을 완전히 등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실제로 거짓말을 하면서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대한 논증을 자기 것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제53장 I 명심해 둬야 할 명제들

§1. 모든 경우에서 아래의 말을 자신의 것으로 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나를 이끄소서, 오 제우스 신이여, 당신, 운명의 신이시여, 당신이 나에게 정해 주신 그 어느 곳이라도 가도록. 나는 주저 없이 따르겠나이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쁜 자가 되어도, 그럼에도 다름없이 따르겠나이다.”

§2. “필연의 힘에 잘 따르는 사람은 누구든지 우리들 사이에 지혜로운 사람이고, 또 그는 신적인 것들을 아는 자입니다.”

§3. “허나, 크리톤이여, 이렇게 하는 것이 신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4. “아뉘토스와 멜레토스가 나를 죽일 수는 있지만, 그러나 어떤 해도 내게 끼칠 수는 없을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