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이의 행복
해가 솟는다. 사람들이 가리켜 새해라 하는 아침, 해가 솟는다. 금선, 은선을 화살같이 쏘으면서 바뀌인 해 첫날의 해가 솟는다.
누리에 덮힌 어둠을 서쪽으로 밀어 치면서 새로운 생명의 새해는 솟는다. 오오, 새해다! 새아침이다! 우리의 새아침이다.
어둠 속에 갇히인 만상 모든 것을 구해내어 새로운 광명 속에 소생케 하는 것이 아침 해이니, 계림 강산에 찬연히 비쳐 오는 신년 제일의 광명을 맞이할 때 누구라 젊은 가슴의 뛰놂을 금할 자이냐!
새해의 기쁨은 오직 아침 햇발과 같이 씩씩한 용기를 가진 사람뿐만의 것이니. 만 근, 천만 근의 무게 밑에서도 오히려 절망의 줄을 넘어서려는 이뿐만이, 만 가지 천만 가지의 설움 속에서도 오히려 앞을 향하여 내딛는 사람뿐만이, 새 생활을 차지할 수 있는 까닭이다. 용기다. 용기 있는 그만큼밖에 기쁨은 더 오지 못하는 것이다. 용기다. 아침 햇발같이 내뻗을 줄만 아는 용기다.
내가 부잣집 자식이니 돈이 있느냐? 양반의 집 자식이니 세력이 있느냐? 네가 태평한 사회에 낳으니 정해진 업이 있느냐? 무엇에 마음이 끌려서 용기를 못 낼 것이냐? 아무것도 없는 사람의 힘은 여기서 나는 것이니, 아무런 용기를 내기에도 꺼릴 것이 없고 얼마만한 용기를 내어도 아까울 것이 없으며 내어서 밑질 것이 없지 않으랴.
없는 이의 행복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한없는 용기밖에 내놓을 것 없는 데에 있는 것이다.
부자가 돈 쓰듯 용기를 내기에 거침없는 데에 있는 것이다.
용기다. 용기로 맞이할 우리의 새해다. 아침 햇살보다도 더 씩씩한 용기를 내자! 어두운 구름을 밀쳐낼 용기를 가지자!
아아, 해가 솟는다. 우리의 새해가 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