離別[이별]도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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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잔디밭 옆에서 이 석란으로 하여금 「메이화즈」를 되풀이 하게 하고 헤어져 나온 채정주는 그길로 곧장 버스를 타고 오다가 서대문에서 내렸다.

곤색 스커어트에 흰 블라우스, 그 위에다 앞자락이 탁 터진 옅은 초록색 자켓을 걸치고 있었다.정주는 서대문 네거리로 또박또박 걸어갔다. 로타리를 건너 서울역 쪽으로 조금 걸어가다가 「기다림」이라는 다방 앞에서 오뚝 걸음을 멈추었다. 걸음을 멈추며 곰보 유리에 모란 꽃을 디자인한 울깃불깃한 모자이크 문 앞에서 정주는 후딱 눈을 감고 가만히 심호흡을 한번 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정주는 무섭다. 그 무서움을 심호흡으로서 정주는 엄버무려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와야지!』

정주는 눈을 떴다. 문을 열고 정주는 안으로 들어갔다. 아래 윗층이 다 다방이다. 정주는 위로 올라갔다. 석양이 쏟아져 들어오는 들창마다 하늘빛 커어튼이 느러져 있었다. 그 들창가 한 모퉁이에서 사나이는 기다리고 있었다.

삼십의 고개를 넘을락 말락한 사나이였다. 뒤로 넘긴 머리에 기름기는 별로 없었고 길음한얼굴이 정주를 맞이하면서 조용히 웃고 있었다.

『바쁠텐데, 이처럼 불러 내서……』

꼬리를 잃어버린 말을 사나이는 했다.

『…………』

정주는 대답을 하지 않고 자리에 부터 앉았다.

『무얼 들까요?』

『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무얼 한 잔……』

『선생님, 제게 필요 이상의 신경을 안 쓰셔도 괜찮아요.』

표정이 없는 정주의 얼굴이기에 사나이는 그 말의 내용보다 한층 더 차가움을 안 느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사나이는 홍차 두 잔을 청했다.

차가 올 때까지, 두 사람은 상당히 오랜 시간을 대화를 상실한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마주 앉아 있는 동안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던 사나이의 표정도 점점 어두어져갔다. 그 어두워진 얼굴로 사나이는 삐뚜러진 정주의 찻잔을 바로 놓아 주며,

『실은 정주씨가 와 주지 않을 줄도 알았지요.』

『그렇진 않아요. 어린애들처럼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 올 건 오구, 갈 건 가야 하니까요.』

그러면서 정주는 찻잔을 들어 입가로 가져갔다. 입술만 적시고 나서,

『선생님 마음, 말씀 안하셔도 다 알아요. 그러니까 오늘은 유쾌한 얘길 하다가 헤어짐돼요. 아, 참……』

정주는 비로소 표정을 풀며,『임교수의 연애 강좌, 대성황이었어요. 교실이 모자라서 복도까지 가뜩……』

안경 밑에서 정주의 눈초리가 곱게 웃었다.

『그래요? 아버지의 연애 강좌라면 듣지 않아도 대개는 짐작할 수 있지만 너무 딱딱해서 퇴장 명령이나 받지 않았는가요?』

『모르는 말씀이예요. 그와는 반대! 퇴장 명령을 받은 건 석란이랍니다.』

『석란?…… 누구한테?……』

『나한테……』

『왜요?』

『너무 까불어 대길래……』

『아, 하하……』

『왜 선생님, 불쾌하세요? 면굴 줘서……』

『…………』

사나이는 후딱 웃음을 걷우었다.

임학준 교수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 삼십 고개의 사나이가 바로 전도 유망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신진 작가 임지운(林智雲) 그 사람이었다.

『멀지 않아 선생님의 부인이 될 석란을 그처럼 학대해서 미안합니다.』

채정주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 놓고 고개를 가만히 숙였다.

지운은 웃었다. 일단 걷우었던 웃음이었다.

『그래서 정주씨를 한 번 만나고 싶었지요.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운도 정주의 흉내를 내며 머리를 숙였다.

정주도 웃었다. 지운도 또 웃었다. 확실히 웃지 못할 장면 같았으나 두 사람은 조용히 웃고 있었다.

『참 이제 보니, 임교수는 꼭 선생님 닮았어요. 그 싱긋이 웃는 품이라든가, 그 길음한 모습이라든가 꼭……』

『아버지가 아들을 닮아서야 되겠읍니까?』

『아, 하하…… 참 그렇군요. 아들이 아버지를 닮아야지.』

정주는 소리를 내어 억지로 웃고 있었다.

『그렇답니다. 아버지가 젊었을 때의 사진을 보면 현재의 나와 꼭 같으시답니다.』

거기서 두 사람의 대화는 또 중단이 되었다. 무거운 침묵이 또 한참 동안흘렀다. 지운은 애써 그것을 깨뜨려 버리려는 것처럼 웃음 띤 얼굴로,

『석란씨가 뭐랬기에 퇴장 명령을 내렸읍니까?』

그 말에 정주는 차거운 미소 한 오락을 입가에 띠우며,

『씨자는 왜 또 갑자기 붙이세요? 저한텐 그래도 무방하지만 석란이가 들음 노여워 하겠어요.』

『정주씨, 일어납시다.』

지운은 훌쩍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왜요? 할 말이 있다고, 저를 불러 낸 분은 누구신데요?』

『밖으로 나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십시다. 여기는 공기가 탁해서…… 가슴이 답답해요.』

『답답하실 거에요. 한 시간 후엔 영원히 헤어질 사람과 마주 앉아서 이러쿵 저러쿵 마음에도 없는 이야길 이어 나가실여면 가슴속이 다소 답답도 하실 거에요. 그렇지만 질문을 받았으니까 대답은 해야 겠어요.』

『질문?……』

지운은 다시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호호호호……』

입에다 손을 대고 정주는 차겁게 웃었다. 자기 입술에 떠오르는 질투의 표정을 상대편에 보이지 않기 위한 다섯 손가락이었다.

『석란은 위대해요.』

『무슨 말인데요?』

『선생님을 그처럼 돌게 만든 여성이니까요.』

『내가 돌았다구요?』

『그럼 돌은 거 아니구 뭐야요? 석란이가 왜 퇴장 명령을 받았느냐고 물으신 건 누군데요?』

『아, 참 그랬었군요.』

『그러니까 돌았다는 말예요.』

『그래 왜 퇴장 명령을 내렸읍니까?』

『임교수께서, 연애는 인생을 장난하는 목도시합이 아니고, 실로 한 번 빗맞으면 피를 보고 생명을 건드리는 진검승부라고 하셨죠.』

『그래서요?』

『그런는데 석란이가 까불어 댔어요.』

『뭐라구요?』

『너무 심각하다구요. 하나밖에 없는 목숨인데 연애를 두 번만 하다가는 목숨 하나가 모자라겠다구요.』『아, 하하핫……』

지운은 유쾌히 웃었다.

『아주 명랑하고 재치있는 야유야요. 그래서 선생님도 지금 그처럼 웃으시지만, 그렇지만 그 웃음이 언제까지 계속될는지는 의문일 거예요.』

『…………』

정주의 한 마디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말인지를 깨닫고 후딱 웃음을 걷우었다.

『석란은 제가 동생처럼 귀여워 해온 애에요. 여학교 시절부터 쭈욱……』

다방을 나서서 둘이는 서울역 쪽으로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기울어진 가을 햇발이 둘이의 등골을 따사롭게 쪼여주고 있었다.

『여학교 시절에는 소녀 화보의 주인공들처럼 아름답게……대학에 들어와서는 좀더 성숙한 애정을 가지고 정주와 석란은 열렬한 동성애 속에서 청춘의 일부를 불태워 온 것이다. 그들에게는 남성에 애정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것 만으로도 둘이는 영원히 행복할 것만 같았었다.

『그렇지만 태양 앞의 달빛모양, 동성애란 결국 이성애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가 보죠. 영원히 결혼하지 말자던 여학생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만이 폐허 위에 외로이 남은 한 기둥 이끼 낀 돌탑처럼……』

입술이 매말라 정주는 혀끝으로 아래 위를 추기고 나서,

『선생님, 석란을 영원히 귀여워 해 주세요. 선생님을 안 것은 제가 먼저였지만……』

지극히 쓸쓸한 당부였다. 이런 경우에는 뭐라고 대꾸를 해야만 하는지, 소설가인 지운도 그것을 모른다. 그래서 지운은 잠자코 있었다.

『석란은 제게서 두 가지의 애정을 뺏앗아갔지요. 제게 대한 선생님의 애정과 제게 대한 석란의 애정과……생각함 얄밉기 짝이 없지만 하는 수 없어요. 석란은 모든 것이 적극적이고 저는 또 저대로 소극적이고……』

얼마간 또 잠자코 걸어가다가,

『게다가 선생님 역시 소극적인 분이어서, 적극적으로 저를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그저 석란에게 점점 끌리어 들어갔을 거에요.』

『정주씨, 고맙소!』

채정주의 이 차거운 이해력이 지운에게는 무척 다사롭고 고마웠다.

『실은 오늘, 정주씨를 한 번 만나고 싶어 한 것도 그런 대목을……』『말씀 안하셔도 제가 다 잘 알아요. 그러니가 제게 대해서 지나치게 미안하다든가…… 그런 생각은 마셔도 괜찮아요. 저는 그 무엇을 단념하는데 있어서 비교적 수월히하는 생리적 조직을 갖추고 있지요.』

차다. 채정주가 무척 차거운 인간인 것을 지운도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

『선생님과 석란과의 결혼 문제 때문에 제가 굉장한 마음의 타격을 받은 것같이 생각하시는건 선생님의 오산일 거예요. 제게는 연애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것 때문에 자존심을 울리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잘 알았읍니다. 정주씨의 그 총명한 생각을……』

지운은 정주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정주도 따라 웃으며,

『선생님,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뭔데요?』

『결혼을 한다는 것은 반드시 연애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아, 그건……』

지운도 그 말에는 동감이었다.

『결혼은 연애 과정에 있어서 좀더 많은 차안스의 축복을 받은 것 뿐이니까요. 순수한 의미에 있어서의 연정(戀情)과는 구별을 해야만 될 거에요.』

그것은 결코 패배자의 허세만은 아니었다. 정주는 진심으로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동감입니다.』

지운도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하였다.

그리고 채정주의 그 총명한 한 마디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비밀 하나를 지운은 마음속 한 구석에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역까지 와서,

『어디 들어가서 식사를 하지요.』

『선생님, 시장하세요?』

『아니요.』

『저도 먹구 싶지 않아요. 좀더 걸어요. 석란과 만나자는 약속만 없으시 담……』

지운은 빙그레 웃었다.

『정말이예요, 선생님! 저는 조금만 냉정해 지면 선생님이 다른 여성과 사랑을 속삭이는 광경, 참 이쁘게 볼 수가 있을 것만 같아요.』

『맞았소. 맞았소!』

지운은 어린애를 달랠 때처럼 머리를 대폭적으로 끄덕거려 보았다. 괴로운 표정과 질투의 심정을 어디까지나 보이지 않으려는 정주의 노력이 지운에게 자꾸만 측은해 졌다.

『결혼은 인생의 모험이지요.』

남대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지운은 말했다.

『무슨 말씀인데요.』

『좋은 결혼 생활이 오느냐, 나쁜 결혼 생활이 오느냐는 해 봐야만 안다는 말이예요.』

『그렇지만……』

『원숭이가 호도를 까지요.』

『원숭이가?……』

『생생한 것 같애서 까 보면 썩은 놈도 있고, 썩은 것 같애서 내버린 놈 속에 생생한 놈도 있지요. 원숭이의 호도 까기 ——— 그것이 인간의 결혼이지요.』

지운이 말이 다소 허무한 것 같아서 정주는 힐끔 지운의 푸로필을 쳐다보면서,

『그럼 선생님도 그런 심정으로 석란과 결혼할 생각이세요?』

『나만이 아니겠지요. 다소의 차이는 있을는지 몰라도 그러한 모험심, 불안심은 누구나가 다 가지고 있을 테지요.』

『어마나! 석란을 그처럼도 몰라 보세요? 그만큼이나 교제를 해 보셨는데두……』

『알것같은 심정 뿐이지, 끝까지 알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요. 연애가 화장을 한 얼굴이라면 결혼은 본 바탕의 얼굴이니까요. 화장이 벗겨지면 바탕이 나타날 수밖에 나의 존경하는 임교수의 연애론에 의하면 그것은 연애의 미화작용(美化作用)을 말하는 것이랍니다.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모자라는 것도 자라는 것처럼……모두가 다 배우들모양 분장을 하고 나서니까요.』

『무서워요! 결혼이란……』

『그렇다고 결혼을 안할 수도 없으니까요. 비교적 알 수 있는 상대자를 골라 본다는 것뿐이지요.』

『그래서 비교적 석란을 아셨군요.』

그 말에는 일종의 비웃음이 내포되어 있었다. 정주의 눈에는 석란의 결혼 생활이 아무리 생각해도 무사 태평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지운도 역시 석란이가 풍기는 미화작용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니까 결혼은 모험이라는 거지요.』

남대문까지 둘이는 왔다.

『인제 그만 헤어져요.』

정주가 걸음을 멈추었다.

『이대로요?』

지운도 섰다.

『할 이야긴 하셨죠? 저도 들을 이야긴 이제 다 들은것 같으니까요.』

『조금만 더 걸어요.』

이번에는 지운의 편에서 먼저 걸음을 옮기며,

『이런 말 하지 않고, 그냥 헤어질 생각이었지만……내가 결혼을 한다면 실은 정주씨와 할 생각으로……』

『에……?』

정주는 후다닥 놀라며 걸음을 멈추었다.

『선생님이 저와 결혼을……?』

정말로 뜻하지 않았던 지운의 말이었다.

『자아, 여기 들어가서 무얼 좀 합시다.』

지운은 놀라는 정주를 데리고 한길 옆 조그만 그릴로 들어갔다. 정주가 좋아하는 치킨 요리를 주문하고 나서,

『다소 생각하는 바가 있어 나는 쭈욱 결혼하지 않을 셈으로 있었답니다.』

담배를 붙여 물며 지운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교제를 해온 여성은 비교적 많았으나 결혼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지요. 정주씨나 석란씨도 역시 마찬가지였답니다.』

『결혼을 안하심 어떻게 하세요?』

『네, 그건 집에서도 늘 듣는 말이지요. 내 나이가 벌써 갓설흔이고 보니, 늙으신 부모님은 며느리 얼굴을 보고 싶으셔서 야단이시고……나이 차도록 혼자 지난다는 건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도 많고 또 잘못하면 몸을 망칠 염려도 있고 해서 가정을 가져볼 생각이 요즈음에 와서는 없지도 않았답니다.』

식사가 왔다.『정주씨가 좋아하는 치킨, 많이 들어요.』

『선생님, 반주 한 잔 하셔야지.』

『오늘은 그만 두겠읍니다.』

둘이는 객적은 식사를 억지로 취하면서,

『솔직이 말해서 석란씨는 석란씨대로 좋은 데가 있고 정주씨는 또 정주씨 대로 좋은 데가 있지요. 그러나 내가 정말로 결혼을 한다면 기질이나 취미 같은 것으로 보아서 정주씨를 택해야만 했지요. 그러나 정주씨나 내나가 다 같이 다소 소극적이어서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표시하지를 못하고 그러는 동안에 석란씨의 개방적인 애정의 세계로 끌리어 들어가서……정주씨 내 말 알아 듣겠읍니까?』

『잘 알 것 같아요. 길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정주는 포오크를 살그머니 놓았다.

진심으로 지운을 사랑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석란의 결혼인지, 정주에게는 그 점이 의문이었다. 석란의 기질로 보아서 석란은 지금 자기에 대해서 무슨 욕심 같은 것을 부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말을 지운의 앞에서 할 자기의 입장이 아니기에 정주는 다만 지운의 행복을 바랐을 따름이다.

둘이는 말을 잃은 채 조용히 마주 앉아 있었다. 손을 대다가만 치킨 요리가 두 사람 앞에서 식을 대로 식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그러고 앉아 있을 수도 없는 일이어서 정주는 몸을 일으키며,

『선생님, 인제 일어서요.』

지운도 따라 일어서서 레지로 걸어가 계산을 하려는데 재빨리 따라 오던 정주가 먼저 돈을 치르며,

『오늘만은 꼭 제가 내야겠어요. 여러 가지 의미에서……』

『…………』

대답을 못하고 멍하니 서 있는 지운의 팔 하나를 정주는 잡아 끌며,

『어서 나가요.』

둘이는 그릴을 나섰다.

해 저문 남대문통, 어지러운 가두 한 가운데 둘이는 마주 서서,

『자아, 선생님, 악수!』

지운은 묵묵히 정주의 손을 잡았다.

『한 번 꼭 쥐어 보세요. 아프도록!』

정주의 부드러운 손을 지운은 꼭 쥐어 주었다.

『좀더……』『…………』

『인제 됐어요.』

정주는 지운의 커다란 손아귀에서 자기손을 뻤다. 주먹손모양 정주의 다섯 손가락이 한데 붙은 채 오무라져 있었다.

『자아, 인제 가세요.』

지운의 몸을 두 손으로 돌이켜 세우며 정주는 지운의 등을 밀었다.

『선생님, 돌아보심 안돼요.』

그리고 나서 정주는 도로 서울역 쪽으로 또박또박 걸어갔다. 한번도 돌아보지 않고 정주는 곧장 청파동 자기집까지 걸어가는데 성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