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를 혼자 거닐 때……. 별안간 무슨 소리고 내고 싶은 충동이 난다. 입술을 새 주둥아리처럼 한데 모아야겠다. 새 주둥아리로 압축되었던 '김'이 질주한다.

그 소리가 (분명 소리리라) 건너편 절벽에서 반발한다. 곳곳에 작은 작열의 불꽃. 이때 나의 새 발견이 있다 하고 가슴이 외쳐준다. 경이다.

'시(詩)'란 작열이다. '저'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라 해서 죄는 안 된다. '돌'이 갈려 옥이 될 수 없다. 예서 더 진부한 상식이 있겠는가. 능금꽃은 능금나무 가지에 피고…….

'시의 생성'은 아메바적 분열 작용에만 유래한다. '시'와 '시인'은 같은 조각이다. 파란 시의, 시인의 얼굴빛의, 분홍색의 허위성의 진정을 알아야 한다. '시는 나다' 할 수 있는 시인이 '피로 썼다' 할 수도 있다.

'달이 청첩을 보냈다' 이 환자를 몽유병환자로 진단한 명의의 과학에 오류가 없다. 그러나 이때 '시'의 산욕은 어수선하였다. 진리는 달이라 하나, 시는 허무의 아들로 자처한다. 시에서 모순을 발견치 못하는 건 백치다. 그러나 시의 모순을 사랑하지 못하는 건 백치를 부러워해야 할 속한이다.

시커먼 바위에서 애정을 느낄 수 있을까? 있다. 어떻게? 시커먼 바위에서 애정을 느낄 수 없으니까 느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커먼 바위에서 애정을 느낄 수 있으니까 느낄 수 있다. 이때 위대한 시인은 월계관을 쓰고 동구 앞에 서 있게 되는 게다.

쥐 둥지 하나의 파괴를 로마 성의 함락보다 서러워한 천치가 있었다. 이날, 세상은 도량형의 이상을 경고한다.

아유(阿諛)할 때 시는 죽는다.

진흙에서 연꽃이 핀다. 이 점에서 자연은 시인이다.

시를 직업으로는 못한다. 정절을 직업으로 할 수 있을까.

시가 거울일 때, 그는 고독의 단 젖을 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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