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포(典當鋪)에 고물상(古物商)이 지저분하게 늘어선 골목에는 가로등(街路燈)도 켜지는 않았다. 조금 높다란 포도(鋪道)도 깔리우지는 않았다. 조금 말쑥한 집과 조금 허름한 집은 모조리 충충하여서 바짝바짝 친밀(親密)하게는 늘어서 있다. 구멍 뚫린 속내의(內衣)를 팔러 온 사람, 구멍 뚫린 속내의(內衣)를 사러 온 사람. 충충한 길목으로는 검은 망토를 두른 주정꾼이 비틀거리고, 인력거(人力車) 위에선 차(車)와 함께 이미 하반신(下半身)이 썩어가는 기녀(妓女)들이 비단 내음새를 풍기어가며 가늘은 어깨를 흔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