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병사가 있어서
오래 싸웠는지라
온몸에 상처를 받고는 싸움이 싫어서
군기(軍器)를 호미와 괭이로 갈았었다.

그러나 밭고랑은 거세고
지주는 사나우니
씨를 뿌리고 김을 매어도
추수는 없었다.

이에 늙은 병사는
답답한 회포에 졸려서
날마다 날마다 낮잠을 자더니
하루는 총을 쏘는 듯이 가위를 눌렸다.

아─ 이상해라 이 병사는
군기(軍器)를 버리고 자다가
꿈 가운데서 싸웠던가
온몸에 멍이 들어 죽었다.

사람들이 머리를 비틀었다
자나 깨나 싸움이 있을진대
사나 죽으나 똑같을 것이라고
사람마다 두 팔에 힘을 내뽑았다.

(서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