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면
밤도 아니고 낮도 아니고
남빛 안개 속의 조약돌 길 위를
한 처녀 거지가 무엇을 찾는 듯이
앞을 바라보고 뒤를 돌아다보고
새파랗게 질려서 보인다

내 머리를 돌리면
분명히 생각나는 일이 있다
삼 년 전 가을의 흐린 아침이었다
나는 학교에 가는 길가에서
나를 향해 오는 그림자를 보았다
그리고 “어디를 가시오?” 하는
그 분명한 음성도 들었다.

그러나 나는 멈추는 저의 발걸음을
멈출 틈도 없이 쏜살과 같이
저의 앞을 말없이 걸어갔다.
그러고 내 마음속에
겨우 삼 년 기른 환상(幻像)의 파랑새를
그 길 너머로 울면서 놓았다

하나 이 명상(冥想)의 때에
무슨 일로 옛 설움아 또 오는가,
사람에게 상냥한 내가 아니었고
새를 머물러 둘 내 가슴이 아니었다
가시덩굴 같은 이 가슴 속에서
옛 설움아 다시 내 몸을 상치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