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과실/들리는 소리를

제1의 소리는 나를 부르다
죄를 지은 인종(人種)의 말세(末世)여
더러운 피와 피가 뭉키어
시기(猜忌) 많은 네 형상을 지었다.

제2의 소리는 나를 꾸짖다
실로 꿰맨 옷을 입은 자여
네 스스로 땀 흘려 땅을 파서
먹을 것을 구(求)할 것이거늘.

제3의 소리는 나를 비웃는다
자신을 스스로 결박한 자여
네 몸의 위에 자유를 못 얻었거든
자유의 뜻을 알았더뇨.

제4의 소리는 나를 연민하다
전(全) 인류가 생전사후를 모르고
눈도 매이어서 이끌린 대로
너 또한 눈도 매인 것을 못 풀리라.

제5의 소리는 탄식하다
선악의 합체(合體)인 인류들아
선을 행하니 신이 되며
악을 행하니 악마가 되느냐.

제6의 소리는 크게 대답하다
우리는 죄의 죄를 받고
벌의 벌을 받고 우는
종의 종인 사람들이다.

제7의 소리는 다시 부르다
네 몸을 임의로 못하는 병자여
오관(五官)이 마비되었으니
판단력조차 잃었도다.

제8의 소리는 다시 대답하다
나의 주(主)여 조물주여
당신은 무엇 땜에
우리들을 그같이 지었습니까?

(京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