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未[을미]의 해도 그트나엔 가고 만다.
짖궂다 못하여 가고 만다
앙탈이 보람 없이 가고 만다.

어둡기 漆夜[칠야] 같던 乙未[을미]의 해
우중충키 曇天[담천] 같던 乙未[을미]의 해
뒤숭숭키 惡夢[악몽] 같던 乙未[을미]의 해

그예 그 어둠 두고 가려나
굳이 그 우중충 남기고 가려나
애써 그 뒤숭숭 쳐뜨리고 가려나

미움도 情[정]인양 간다니 서운할사
오는 해 사귀고 겪은 제 없어
반가움 앞을 서서 걱정 와락 되고녀.

그렇다고 지레 걱정 무엇하고
허투루 미리 근심 헛될진대
애닲다 다가 焦悶[초민] 헛 것이리.

애초에 갓이걸랑 눌러 쓰고
미리서 신이걸랑 들메하며
허리에 끈이걸랑 졸라매곤

오는 게 무엇이든 가림 없이
닥칠 것 닥치란듯 비킴 없이
忍耐[인내]와 仁勇[인용]으로 처할 것을.

지난 해 풀지 못한 우리 悲願[비원]
지난 해 씻지 못한 우리 羞恥[수치]
지난 해 逹[달]치 못한 우리 自立[자립]

허투른 妄想[망상]으로 풀을 것가
옛 버릇 고치지 않고 씻을 것가
私慾[사욕]에 눈 멀고서 이룰 것가

겨레여 가엾은 우리 겨레여
邪念[사념]뿐 魂魄[혼백] 없는 우리 겨레
언제나 어느 때나 깨려는가.

비노니 거듭 비노니 丙申[병신]의 해는
反省[반성]과 畏神[외신]의 해 되어지이다
結束[결속]과 勇躍[용약]의 해 되어지이다.

─195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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