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민주당 지구당 연석회의 연설

존경하는 지구당위원장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두 차례의 패배에 대하여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당이 겪고 있는 혼란과 어 려 움에 대하여도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책임을 다 하는 것인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재경선은 불가피한 선택이자 잘만 하면 다시 한번 당을 살릴 수 있는 좋은 선택입니다. 재경선의 제안으로 당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놓은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의 부담이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저는 경선 중에 재신임을 공약했고, 지방선거 결과는 재신임을 받아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재신임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당의 분위기는 전당대회를 여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후보와 지도부를 불신임 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고, 다른 쪽은 전당대회를 열어서 불안한 입지를 확고히 하자는 생각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양 쪽 다 한번 겨루어 보자는 기세였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8. 8 보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라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8. 8 보선 이후 재경선을 제안하였고 여러분들이 이를 받아들여 주신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보선기간동안 당은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그 뿐 아니라, 저의 공약과 지지도 하락을 이유로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 이상 재신임이든 재경선이든 피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떻든 이 시점에서 재경선은 당내 분란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자, 당의 외연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경선이 성사되고 성공할 수 있도록 사심 없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신당논의가 시작되었으니 재경선은 신당에서의 경선이 되겠지만 그 의미와 효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경선은 국민경선으로 치러야 합니다.

국민경선은 한나라당도 흉내를 낼만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제도입니다. 이것을 폐기한 신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지도자에 대한 검증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새로운 정치문화가 되었습니다. 이제 본선에서 진정으로 이기고자하는 대통령 후보는 반드시 미리 국민적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신당으로서도 본선에서 무너지지 않으려면 국민적 검증을 거친 후보를 뽑아야 합니다.

이해관계로 셈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처럼 여론의 지지가 낮은 상황에서 국민경선이 제게 유리할 아무런 이유도 없습니다. 제게 유리해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경선으로 뽑힌 후보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것입니다. 경선을 할 것인지 아닌지는 적절한 시기까지 매듭을 지어 주시기 바랍니다.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로 검증을 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 그리고 당내 경선에서 후보 검증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을 역산해 보면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저도 후보로서 저를 지지해 주신 분들과 당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선출된 후보로서의 권리도 있습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 여론의 지지를 잃은 책임이라면 재 경선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저를 흔들기 위한 것이라면 그 것은 너무 불순하고, 검증도 없이 외부인사를 후보로 옹립하자는 뜻이라면 그 것은 너무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입니다. 후보는 덜렁 사퇴해 버렸는데, 경선자가 오지 않거나, 신당이 성립하지 않거나 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누가 책임을 지겠습니까? 대안도 없이 후보부터 흔들고 보자는 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신당후보 경선 하는 데 민주당 후보가 무슨 기득권이 있다는 겁니까? 국민경선 없이 후보를 빼앗자는 속셈을 사퇴요구로 표현한 것이라면 그것은 떳떳치 못한 일입니다.

저는 본선에서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여론의 지지를 계속 지키지 못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잘 될 것입니다. 이런 저런 악재들은 다 지난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큰 악재는 지금의 당내 상황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후보 지위문제가 매듭이 되고 한나라당 후보와 본격적인 검증과 정책대결이 시작되면 달라질 것입니다.

여론상의 지지라면 저도 한 때 60%를 훌쩍 넘기기도 했습니다. 저는 모두가 안 된다는 일을 여러 번 해 냈습니다. 그것도 누구의 각별한 도움이나 후광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스스로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모리와 술수가 아니라 대의명분을 좇아 희생을 바쳤습니다. 우연한 행운이 아니라 인생을 건 과감한 도전을 통해서 일구어 냈습니다. 저의 도전이 특권과 반칙으로 기득권을 쌓아 올린 주류 사람들에게는 무엄한 일이라서 거친 견제를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견디어 낼 것입니다. 저는 반칙이나 속임수 없이 정정당당하게 승부했습니다. 그리고 떳떳하게 살아 왔습니다. 그리고 가혹한 검증을 받았습니다. 검증이 아니라 온갖 악의적인 중상모략도 다 견디어 냈습니다.

저는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히딩크도 5:0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심 없이 정도로 가겠습니다. 저는 이길 것입니다. 그러나 오로지 승리에만 집착하여 사리에 닿지 않는 욕심을 부리지는 않겠습니다.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고 흔쾌히 승복할 줄 아는 떳떳한 정치를 하겠습니다. 저의 승리보다 우리의 승리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겠습니다.

2002. 08. 16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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