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노래 (시집)/파도
< 새노래 (시집)
좀먹는 왕궁의 기둥 뿌리를 흔들며
월가 하늘 닿는 집들을 휘돌아
배미는 문짝을 제끼며 창살을 비틀며
향기와 같이
조수와 같이
음악과 같이
바람과 같이
또
구름과 같이
모-든 그런 것들의 파도인 거서럼
아- 새 세계는 다닥쳐 오는구나
이름 지을 수 없으면서도
그러나
항거할 수도 없이
확실하게
뚜렷하게
아-무 타협도 여유도
허락지 않으면서
시시
각각으로
모양을 갖추면서 다가오는 것
아- 파도여 너는 온 지평선을 골고루 퍼져 오는구나
어두침침한 산협을 지나 낭떨어진 벼래를 스쳐 들은 건너
개나리
버찌
진달래
나리 창포꽃 일일이 삼켜 가며 여러 밤과 밤
쏟아지는 별칩을 녹여 담아 가지고
강은 지금 둥그렇게 굽이치며 파도쳐 온다
여러 육지와 바다 뒤덮으며 휘몰려 온다
벌써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닌
너나 나나
출렁이는 파도의 지나가는 파문일 뿐
얽히고 설킨 파동의 이 굽이 저 굽이일 뿐
아- 지금
파도는 굴러온다
무너진다
쓰러진다
떼민다
박찬다
딩구나 보다
이
호탕한 범람 속에
모-든 우리들의 어저께를 파묻자
찢어진 기억을 쓸어 보내자
지금 파도를 막을 이 없다
그는 아무의 앞에서도 서슴지 않는다
파도는
먼
내일의 지평선을
주름잡으며
항거할 수 없이
점점
다가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