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노래 (시집)/만세소리

하도 억울하여
부르는 소리 피 섞인 소리가
만세였다
총뿌리 앞에서 칼자욱에서 채찍 아래서
터져 나오는 민족의 소리가
만세였다

무엇이라 형언할 수 없어
그저 부르는 소리가
만세였다

눌리다 눌리다
하도 기뻐 어안이 벙벙하여
그저 터져나오는 소리도
만세였다

만세는 손을 들어 함께 부르자
만세는
자유를 달라는 소리
꿈이 왔다는 소리
못 견디겠다는 소리
다시 일어난다는 소리
네 소리도 내 소리도 아닌
우리들 모두의 소리

민족과 역사와 원한과 소원을 한데 묶은
터질 듯 함축이 너무 무거워
걷잡을 수 없는 소리
폭죽처럼
별과 구름 사이에 퉁기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