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사자니 제비가 그립다. 봄 삼월이면 해마다 잊지 않고 내 서재(書齋) 문〔窓(창)〕앞 처마 밑에 들어와 깃을 들이고 새끼를 치던 그 제비가 그리운 것이다.

시골 있을 땐 음력 이월 그믐이 접어만 들면 나는 제비가 들어와 둥지 틀 자리를 나무 판지라든가 그러한 것으로 적당한 곳에 마련을 해 놓고는 맞아들이곤 했다. 그리고는 그놈이 아무 지장도 없이 고이고이 새끼를 쳐 내가 기를 이심으로 바라곤 했다.

그것은 무슨 제비가 들어와 새끼를 쳐야 그 집에 운이 든다는 그러한 전설을 염두에 두어서가 아니라, 나를 찾아들어와 내 방문 앞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치는 그것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였다.

그것은 참으로 내 가족과 같이 귀여웠고 사랑스러웠다.

그러한 제비였건만 서울 와서 살게 되면서부터는 아주 소원하여졌다. 나를 찾아 들어오는 놈이 있기커녕 공중에 날아다니는 그것조차 찾을 길이 없어졌다.

내가 서울 살림을 이제 처음 하여 보는 것이 아니요, 학생시절로부터 통산을 하여 보면 십유여 년은 살았을 것이다. 그때는 집이라는 것이 없었고 남의 집 한 칸 방을 빌려 기숙을 하는 데 지나지 않았던 것이니까 특별히 그러한 관심이 없었던 것이나 집을 잡고 살림이라고 살게 되니 가족과 같이 여기던 그 제비라, 그 제비가 안 들어오니 가족이 안 들어오는 듯이 그 제비가 그리운 것이다. 실로 나뿐이 아니라, 선조대대로 봄이면 맞아들이고 살던 그 제비였다고 생각하니 제비 없는 집에 살기가 더욱 쓸쓸한 감이 있다.

시골선 제비가 안 들어오는 집이면 흉가라고 한다. 그놈이 참으로 이상한 짐승이기는 한 것이었다. 안 들어오는 집은 영 안 들어온다. 시골이라도 읍(邑)이라든가 그런 고층건물이 번화한 거리에는 으레 들어오지 않는 것이지만 농가로 떨어져서도 안 들어오는 집이 있다. 조금도 다름이 없는 그 집이 그 집이나 마찬가지인 초가이로되 집이면 집마다 다 들어오면서도 빼어놓는 집이 있다.

그러면 그 집의 그 해의 운은 나쁜 것이라고 추측을 하게 되는 것이 농촌 일반의 상식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흉수(兇數)를 말할 만한 것이라는 그렇게 믿을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니 그놈이 번화한 도시에는 들어오지 않는 것과 같이 어딘지 그 집에는 그놈의 비위에 맞지 않는 그 무슨 점이 필시 있을 것이라고 알 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일을 직접 한 번 내 집에서 지나 본 일이 있다. 십여 년 전 내 집이 파산을 당할 때 내 서재에는 물론, 건넌방 큰방 사랑방 할 것 없이 방이면 방마다 그 방문 앞 처마 밑 도리 짬에다가 세 쌍, 네 쌍, 심지어는 다섯 쌍, 여섯 쌍 그 수도 모를 만치 들어와 다투며 둥지를 틀던 것이, 이 해 따라 어느 방문 앞에나 깃을 들이지 않고 그저 들어와서는 처마 밑에 그 무슨 무서운 것이 있기나 하는 듯이 기웃 하다가는 달려나가서 지붕 위를 빙빙 돌아가는 나가고 하면서 간혹 가다가 마당에 건너 맨 빨랫줄에 앉아 보되, 그것도 못 앉을 데를 앉은 듯이 날름하니 앉았다 가는 곧 날아 나가곤 했다.

이렇게 하기를 삼사 쌍이 들어와서 봄내 하더니 여름철을 접어들면서 겨우 한 쌍이 내 서재 문 앞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새끼 한 배를 쳤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도 역시 그 전해 모양으로 제비란 놈이 들어와서는 지붕만을 빙빙 돌다 나가고 나가고 하다가 또 한 쌍이 남아서 깃을 들이고 하더니 설레는 집안이 조용해지자 삼 년째 되던 해 봄에 이르러서야 방문 앞마다 쌍쌍이 들어와 이른봄부터 예전대로 둥지를 틀었다.

이것이 이상하기는 했다.

대체 제비란 놈이 사람의 집 문전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치려는 그 이유는 오직 사람을 믿고 자기를 해할 고양이라던가, 이런 모든 짐승을 돌보아 주리라고 믿는 데 있다고 추측되는 것만은 사실 같으니, 가령 그놈이 새끼를 치려고 하던 집에 불안한 빛이 보이게 되면 자기의 신변까지 보호하여 줄 그러한 성의가 그 집에 없으리라는 것을 엿보는 데서가 아닐까 하고 그 원인이 어디 있을 것인가를 한동안 생각해 본 일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제비가 대답을 하지 않는 한, 영원한 숙제로 남을 그러한 성질의 것밖에 더 되는 것이 아니어서 다시는 더 그것을 생각하려고도 아니하고 있는 지가 오래다.

이제껏 내가 제비를 못 잊어 하는 것은 다만 나를 찾아 해마다 들어오던 그 귀여움을 못 잊어서고, 또 내 집이 있게 된 후부터 몇 백 년을 맞아 오던 그 제비를 맞지 못하는 섭섭함이 늘 마음에 남아 있는데서다.

서울도 제비가 들어오기만 한다면 내 서재 문 앞에 틀던 그 제비가 와 주기를 바라기나 하련만 내가 없으니 그 서재에 둥지 틀던 그 제비 필시 자리를 옮겨 뉘 집 문전에 깃도 들이고 그 집주인의 사랑을 받고 있을 것이라 아니 다시 그 시골집의 서재로 돌아가 그 제비를 불러다 놓고 책을 들고 앉아 보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간절하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