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의 여름 저녁

산 그림자는 집과 집을 덮고
풀밭에는 이슬 기운이 난다
질동이를 이고 물짓는 處女[처녀]는
걸음걸음 넘치는 물에 귀밑을 적신다.
올감자를 캐여 지고 오는 사람은
서쪽 하늘을 자주 보면서 바쁜 걸음을 친다.
살진 풀에 배 부른 송아지는
게을리 누워서 일어나지 않는다.
등거리만 입은 아이들은
서로 다투어 나무를 안아 들인다.
하나씩 둘씩 돌아가는 가마귀는 어데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불교》제88호, 193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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