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서(律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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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정사를 바로잡고, 법도를 세우며, 사물의 규율과 법칙을 헤아릴 때 모두 육율(六律, 옛날 음악의 12율 가운데 양성(陽聲) 여섯 가지로 황종(黃鍾), 태주(太簇), 고선(姑洗), 유빈(蕤賓), 이칙(夷則), 무역(無射)을 뜻한다.)로부터 받아들였으니, 육율은 모든 일의 근본이다.

그것은 전쟁에 있어 특히 소중한 의미를 가진다. 고로, 이르길 “적진의 구름 기운과 햇무리를 보고 길한지 흉한지를 알고, 율성(律聲)을 들으며 이기고 지는 것을 헤아릴 수 있다.”라고 했다. 이는 역대 제왕들이 바꾸지 않는 도(道)였다.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은(殷)나라 주왕(紂王)을 정벌할 때 율(律)을 불어넣고 소리를 들었다. 맹춘(孟春)부터 계동(季冬)까지를 열두 가지 율성을 듣고, 살기를 서로 드러난다고 하여 궁성(宮聲, 궁성을 들으면 장졸들이 화합을 도모함)을 숭상했다. 같은 소리가 서로 따르는 것은 사물의 자연스러운 바이니, 어찌 괴이할 것이 있으랴?

한나라 이전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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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란 성인이 사납고 포악한 자를 토벌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평정하고, 험난함을 없애버리며, 위태로움에서 구하기 위함이다. 날카로운 이빨과 뿔을 가진 짐승은 침범을 당하면 곧 보복하는데, 하물며 사람이 좋아하고 싫어하며, 기쁘고 분노하는 기운을 품고 있다. 기뻐하면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분노하면 악독함이 더해지니 이는 성정(性情)의 도리이다.

옛날 황제(黃帝)는 탁록(涿鹿)의 전투에서 염제(炎帝)의 화공(火攻)으로 인한 재앙을 평정했으며, 전욱(顓頊)은 공공(共工)과의 전투에서 수공(水攻)으로 인한 해(害)를 평정했다. 성탕(成湯)은 하(夏)나라의 걸왕(桀王)을 남소(南巢)로 쫓아버려 하나라의 혼란을 끊고 없애었다. 번갈아 흥(興)하고 폐(廢)하니, 이긴 자가 집정(執政)하는 것은 하늘로부터 받은 소명이다.

이때 이후로 유명 인사들이 번갈아 일어나서 진(晉)나라는 구범(咎犯)을 등용하고, 제(齊)나라에서는 왕자(王子)를 등용했으며, 오(吳)나라는 손무(孫武)를 등용해서 군기를 거듭 밝히고 상벌을 반드시 믿음성 있게 적용하니, 마침내는 뛰어난 제후는 국토를 겸병, 확장시켰다. 비록 삼대(三代)의 고서(誥誓, 고대 군왕의 훈계 및 민중을 격려하기 위한 포고문)에 미치지 못했지만, 자신은 총애를 받고 군주는 존귀해져서 당대에 이름을 드날렸으니, 이 어찌 영광스럽지 않은가?

어찌 세속의 유생(儒生)처럼 큰 정치에 어두워서 일의 경중을 분별하지도 않고 함부로 덕(德)으로 감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용병술을 타당하게 생각하지 않고, 크게는 군주가 나라를 지키지 못하게 하는 치욕을 주고, 작게는 곧 외적의 침범을 받아 강토가 깎여 쇠약해지는데도 두려워하며 꼼짝하지 않는 것과 같다! 고로 집안에서 가르침을 주기위한 회초리를 금할 수 없으며, 나라에서 형벌을 없앨 수가 없고, 천하에는 주살하고 정벌하는 것을 중지할 수가 없으니, 그것을 사용함에 교묘하고 졸렬함이 있고, 그것을 실행함에는 순종과 거역함이 있을 뿐이다.

하(夏)나라의 걸왕(桀王)과 은(殷)나라의 주왕(紂王)은 맨손으로 승냥이와 이리를 때려잡았고, 맨발로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뒤쫓을 수 있었으니, 그 용맹이 결코 자질구레한 것이 아니었다. 전투할 때마다 승리를 거두어서 제후들이 두려워하고 복종했으니, 그 권세가 가볍지 않았다. 진(秦)나라의 2대 황제는 쓸모없는 땅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변방에도 군대를 파견했으니, 그 무력이 약한 것이 아니었다. 흉노(匈奴)와는 원한을 맺었고, 월(越)나라에도 근심거리를 만들었으니 그 세력 또한 적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위엄과 세력을 다했을 때엔 골목길에 사는 평범한 백성들마저 적국으로 여기었다. 그 잘못은 무력을 다 써도 만족할 줄을 모르며 탐욕스러운 마음이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 고조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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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漢)나라 고조(高祖)가 천하를 평정했으나 세 곳의 변방에서 모반이 일어났었다. 큰 나라의 왕들이 비록 천자를 수호하고 거들어주는 제후국 뜻에서 ‘번보(蕃輔)’라 칭했으나 신하로서의 절개를 다하지 못했다. 고조는 군대를 일으켜 전쟁을 벌이는 것이 싫어했으므로 소하(蕭何), 장량(張良)의 계책으로 전쟁을 잠시 그치게 할 수는 있었으나, 상대방을 완전히 복속시키거나 적당히 친선관계를 유지하는 회유책을 갖추지는 못했다.

한 효문제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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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효문제(孝文帝)가 즉위하자 장군 진무(陳武) 등이 간언을 올려 말했다.

“남월(南越)과 조선(朝鮮)은 진(秦)나라 전 시기에 걸쳐 신하로 복속했습니다. 후에 또한 군대를 소유하며 험난한 요새를 의지하여 꿈틀거리며 난을 일으킬 기회를 관망하고 있습니다. 고조(高祖) 때에 천하를 새로 평정하여 백성들이 조금 안정되었으나 다시 전쟁을 일으키기는 못했습니다. 지금 폐하는 어진 혜택을 베풀어 백성들을 어루만지시고 은택을 천하에 늘렸습니다. 때문에 병사와 백성들에게 기꺼운 마음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으니, 반역의 무리들을 토벌하여 그들을 제후로 봉할 때 내린 강토를 통일해야 합니다.”

효문제가 대답했다.

“짐은 즉위한 이래 그것까지 생각하지 않았소. 여씨(呂氏) 일족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에 공신과 종친들이 모두 짐을 황제에 추대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아, 짐이 잘못하여 보위를 차지했으나 항상 전전긍긍하면서 황제로서 정치를 잘 마무리하지 못할까 두려워했소. 또 병기는 흉한 도구라서 비록 바라는 바를 이룰 수 있다 해도, 군대를 동원하면 또한 물자가 소모되는 병폐가 생기고, 백성들을 먼 변방으로 보내야 할 것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또한 선제(先帝, 고조)도 피로해진 백성들을 번거롭게 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정벌할 뜻을 실행하지 않으셨소. 짐이 어찌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지금 흉노가 내륙으로 침범해 와도 군사와 관리들이 전공을 세울 수 없기에 변방의 백성들은 직접 칼을 들고 살아온 지가 오래 되었소. 짐은 항상 이를 마음이 아프고 슬펐으며, 그것을 잊은 날이 없었다오.

지금 군사를 동원할 상황이 아니니, 변방의 요새를 견고히 하고 적의 정세를 염탐하는 시설을 설치하며, 화친을 맺어 사신을 왕래시키면 북쪽의 변방 부근이 아무 걱정 없이 편안히 여겨서 마음을 놓을 것이므로 성과가 많을 것이오. 또다시는 전쟁에 대한 논의가 없도록 하시오.”

이로써 백성들은 안팎의 부역이 없어져 논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천하가 부유해져서 곡식 열 말에 10여 전에 이르렀고, 닭 울음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리게 되었으며, 밥 짓는 연기가 만 리 까지 피어나게 되었으니, 참으로 화목하고 즐거운 정경이다!

태사공은 이렇게 말한다.

“문제(文帝) 때에 천하가 새로워져 도탄의 괴로움이 없어졌으며, 백성들이 즐겁게 일했다. 때문에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혼란스럽지 않았고, 백성들이 마침내 안락하게 되었다. 육, 칠십 먹은 노인들이 그때까지 저잣거리에 가보지 않았고, 마음껏 노닐고 즐기는 것이 마치 어린 아이들과 같았다.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신 덕(德)을 가진 군자라고 일컬음만 하다!”

28사(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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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書經)』에는 칠정(七正, 칠정(七政)과 같다.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 등 오성(五星)과 해, 달)과 28사(二十八舍, 이십팔성수(二十八星宿), 악률(樂律)과 역법(曆法)), 하늘은 오행(五行, 우주 만물을 이루는 다섯 가지 원소로 금(金)·목(木)·수(水)·화(火)·토(土)이다.)과 팔정(八正, 여덟 가지 절기. 즉 춘분(春分), 추분(秋分), 하지(夏至), 동지(冬至), 입춘(立春),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立冬)이다. 혹은 동서남북, 동남, 서남, 동북, 서북 등의 방향을 가리키기도 한다.)의 기운을 소통시키고 만물을 성숙시킨다고 하였다. 사(舍)란 해와 달이 머무는 곳이다. 사(舍)란 완만하게 기운을 펼치는 것이다.

부주풍(不周風, 서북풍)은 서북쪽에 위치하며 살생을 주관한다. 동벽(東壁, 벽수(壁宿)라고도 한다. 28수의 하나로 현무(玄武) 7성(星)의 끝별로 문서(文書)를 맡은 별이다.)는 부주풍의 동쪽의 자리 잡고 있다. 생기를 주관하며 동쪽으로 가서 영실(營室, 28수의 하나인 실수(室宿)이다.)에 도달하게 된다. 영실은 주로 양기(陽氣)를 배양하고 있다가 그것을 태어나게 한다. 영실은 동쪽으로 가서 위수(危宿, 이십팔수의 열두 번째 별)에 도달하게 된다. 위(危)는 무너진다는 뜻이다. 양기가 여기 이르러 무너지는 까닭에 위라고 하는 것이다.

위수는 10월에 해당하고, 십이율(律) 중의 응종(應鍾)에 속한다. 응종이란 양기가 상응하지만 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12지지(十二地支) 중의 해(亥)에 해당된다. 해는 갈무리한다는 뜻이다. 양기가 땅 속에 감추고 잠그기 때문에 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광막풍(廣莫風, 팔풍(八風) 중의 하나로 북풍(北風))은 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광막이란 양기가 땅 속에 있어 음기(陰氣)는 아득하고 양기는 광대하여 광막이라고 하는 것이다. 광막풍은 동쪽으로 가서 허수(虛宿, 이십팔수 중에 북방 칠수(七宿) 중에 네 번째 별)에 도달하게 된다. 허(虛)란 채울 수도 있고, 비울 수도 있는 것으로, 양기가 겨울에 허공 속에 완연히 감추어져 있는 것을 말한다. 동지(冬至)날에는 한번은 음기가 되어 땅 속에 감추어져 있고, 한번은 양기가 되어 위로 올라가니, 고로 허라고 말한다.

광막풍은 동쪽으로 가서 수녀수(須女宿, 28수(宿)의 하나로, 수녀성(須女星), 무녀(婺女)라고도 한다.)에 도달하게 된다. 만물의 변화와 움직임이 그곳에 있으며, 음양의 두 기운이 서로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기다리고 있는듯하여 수녀(須女)라고 말했다.

[수녀수는] 11월에 해당하고, 십이율 중에 황종(黃鍾)에 속한다. 황종이란 양기가 황천(黃泉)을 쫓아 나온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십이자(十二子, 십이지지(十二地支))에서 자(子)에 해당된다. 자(子)는 자(滋)를 말하는데, 만물이 땅 속에서 번식한다는 뜻을 지녔다. 그것은 십모(十母, 십간(十干)) 중의 임(壬), 계(癸)에 속한다. 임이란 곧 맡긴다는 뜻이다. 양기가 만물을 땅 밑에서 양육(養育)시키는 것을 뜻한다. 계는 헤아린다는 뜻으로 만물을 추측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계라고 한다.

동쪽으로 가서 견우성(牽牛星)에 도달하게 된다. 견우(牽牛)란 양기가 만물을 끌어당겨 나오게 하는 것이다. 우(牛)란 무릎 쓰다는 뜻이다. 땅이 비록 얼었지만 그대로 참고 견디면서 생장한다는 뜻이다. 우란 만물을 심고 경작한다는 뜻이다. 동쪽으로 건성(建星, 남두육성(南斗六星)과 함께 속한 두수(斗宿))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건성이란 여러 생명을 형성시킨다는 뜻이다. 12월을 뜻하고 십이율 중에서 대려(大呂)에 속한다. 대려는 12지지 중에서 축(丑)에 속한다.

조풍(條風, 동북풍)은 동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만물이 출생시키는 것을 주관한다. 조(條)는 만물을 다스려 그것을 나게 하기 때문에 조풍라고 한 것이다. 조풍은 남쪽으로 가서 기수(箕宿, 28수의 하나로 동방청룡 7수(宿)에 속함.)에 도달하게 된다. 기(箕)란 만물의 근본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기라고 한다.

[기수는] 정월에 해당하며 율 중에서 태주(泰簇)에 해당된다. 태주는 만물이 무더기로 자란다는 말이며, 고로 태주라고 한다. 그것은 12지지에서 인(寅)에 해당한다. 인이란 만물이 처음 생겨나서 절지동물처럼 꿈틀거리는 것을 이르기 때문에 인이라고 한다. 남쪽으로는 미수(尾宿, 동방 청룡(靑龍) 칠수(七宿) 중에 여섯 번째 별, 청룡의 꼬리 부분)에 도달하게 되는데, 만물이 처음 생겨나는 모양이 마치 꼬리와 같다는 것이다. 또 남쪽으로 심수(心宿, 동방 청룡 칠수 중에 다섯 번째 별자리, 청룡의 허리 부분)에 도달하게 되는데, 만물이 처음 생겨나 꽃술이 되는 것을 이른다. 남쪽으로 방수(房宿, 동방 청룡 칠수 중에 네 번째 별, 청룡의 배 부분)에 도달하게 되는데, 방(房)이란 만물의 문을 말하며, 문에 도달하면 나가게 된다.

명서풍(明庶風, 동풍)은 동방에 자리 잡고 있다. 명서(明庶)라는 것은 뭇 사물이 다 나오는 것을 밝힌다는 뜻이다. 2월에 해당하고, 십이율 중에서 협종(夾鍾, 12율의 하나인 음률. 달로는 음력 2월의 별칭, 방위로는 서북쪽 중간.)에 속하는데, 음기와 양기가 서로 섞여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12지지 중에서 묘(卯)에 해당한다. 묘는 무성하다는 뜻으로 만물이 무성함을 말한 것이다. 이는 10천간에서 갑(甲), 을(乙)에 해당한다. 갑이란 만물의 껍질을 쪼개서 싹을 나오게 하는 것이다.

을이란 만물이 밀치고 생겨나는 것을 말한다. 명서풍은 남쪽으로 가서 저수(氐宿, 동방 청룡 칠수 중에 세 번째 별, 청룡의 가슴 및 앞 발톱 부분)에 도달하게 된다. 저(氐)란 만물이 모두 도래하는 것을 말한다. 또 남쪽으로 항수(亢宿, 동방 청룡 칠수 중에 두 번째 별, 청룡의 목 부분)에 도달하게 된다. 항(亢)이란 만물이 성장하여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남쪽으로 가서 각수(角宿, 동방 청룡 칠수 중에 첫 번째 별, 청룡에 뿔 부분)에 도달하게 된다. 각(角)이란 만물이 모두 가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마치 뿔과 같다는 뜻이다. 3월에 해당하고 십이율 중에서 고선(姑洗)에 속한다. 고선이란 만물이 깨끗하게 생겨난다는 뜻이다. 이는 12지지 중에서 진(辰)에 해당한다. 진이란 만물이 움직여 나간다는 뜻이다.

청명풍(淸明風, 동남풍)은 동남쪽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다. 바람을 일으켜 만물을 서쪽으로 가게 하는 것을 주관하는데, 진수(軫宿, 남방 칠수(七宿) 중에 일곱 번째 별)에 도달하게 된다. 진(軫)이라는 것은 만물을 더욱 크게 번성시키는 것으로, 서쪽으로 익수(翼宿, 남방 칠수 중에 여섯 번째 별)에 도달하게 된다. 익(翼)이라는 것은 만물이 모두 날개를 가지고 있음을 말한다. 4월에 해당하고, 십이율 중에 중려(中呂, 12율 중에 제 여섯 번째 율)에 속한다. 중려라는 것은 만물을 차례로 서쪽으로 가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12지지 중에서 사(巳)에 해당한다. 사라는 것은 양기가 이미 다했음을 말한다.

서쪽으로 칠성(七星, 남방 칠수 중에 네 번째 별자리)에 도달하게 된다. 칠성이란 양수(陽數) 7로 이루어져 칠성이라고 하는데, 서쪽으로는 장숙(張宿, 남방 칠수 중에 다섯 번째 별)에 이르게 된다. 장(張)이라는 것은 만물을 모두 확장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서쪽으로 주수(注宿, 유성(柳星)으로도 불린다. 남방칠수 중에 세 번째 별자리)에 도달하게 된다. 주라는 것은 만물이 쇠(衰)하기 시작함을 말하는 것이며, 양기가 아래로 쏟아지어 주(注)라 했다. 5월을 뜻하고, 십이율 중에 유빈(蕤賓, 12율 중에 제 칠 율)에 해당한다. 유빈은 음기가 어리고 어린 고로 유라고 한다. 양기가 위축되어 효용 되지 못하여 빈(賓)이라고 한다.

경풍(景風, 남풍)은 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경(景)이라는 것은 양기(陽氣)의 작용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경풍이라고 한다. 그것은 12지지 가운데 오(午)에 속한다. 오라는 것은 음양이 서로 교류하기에 때문에 오라고 한다. 그것은 10천간 중에서 병(丙), 정(丁)에 해당한다. 병이란 양기의 작용이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에 병이라고 한다. 정이란 만물이 강성하기 때문에 정이라고 한다. 서쪽으로 호수(弧宿, 호시성(弧矢星), 천궁(天弓)으로도 불린다. 천낭성(天狼星) 동남쪽에 아홉 개 별자리 중 여덟 번째 별로 그 형태가 활 모양이다.)에 도달하게 된다. 호(弧)란 만물이 쇠퇴해서 바로 죽게 된다는 뜻을 지녔다. 서쪽으로 낭성(狼星, 천랑성(天狼星)의 준말. 큰개자리의 별 가운데 가장 밝은 별.)에 도달하게 된다. 낭(狼)이란 만물을 헤아리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낭이라고 부른다.

양풍(凉風, 서남풍)은 서남쪽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고, 땅을 주관한다. 땅은 만물의 기를 빼앗는 것을 역할을 한다. 6월에 해당하며 십이율 중에서 임종(林鍾, 십이율의 여덟 번째 음)에 속한다. 임종은 만물에 사기(死氣)가 번성함을 말한다. 그것은 12지지에서 미(未)에 해당한다. 미는 만물이 모두 성숙해 감칠맛이 있다는 것이다. 북쪽으로 가서 벌수(罰宿, 벌성(伐星)으로도 불리는데, 삼수(參宿)에 속하며 참살과 정벌의 일을 주관한다.)에 도달하게 된다. 벌(罰)은 만물의 기운을 빼앗고 정벌한다는 말이다. 북쪽으로 가서 삼수(參宿, 서방 백호칠수(白虎七宿) 중에 끝 별)에 도달하게 된다.

삼(參)이란 만물을 헤아리고 비교하기 때문에 삼이라고 한다. 7월에 해당하고 십이율 중에서 이칙(夷則, 양율(陽律) 중 다섯 번째, 이십율려에 아홉 번째)에 속한다. 이칙이란 음기가 만물을 해치는 것이다. 그것은 12지지에서 신(申)에 해당된다. 신이란 음기가 사물에 작용한다는 뜻이며, 만물을 해치기 때문에 신이라고 한다. 북쪽으로 가서 탁수(濁宿, 서방 백호칠수 중 다섯 번째 별)에 도달한다. 탁(濁)이란 부딪친다는 뜻이다. 만물은 모두 부딪쳐 죽기 때문에 탁이라고 한다. 북쪽으로 가서 유수(留宿)에 도달하게 된다. 유(留)라는 것은 양기가 머물러 있기 때문에 유라고 말하는 것이다. 8월에 해당하며 십이율 중에서 남려(南呂)에 속한다. 남려란 양기가 들어가서 저장된다는 말이다. 그것은 12지지 중에서 유(酉)에 해당한다. 유는 만물이 노쇠했기 때문에 유라고 말한 것이다.

창합풍(閶闔風, 태괘(兌卦)의 바람, 즉 정서풍(正西風)으로 가을바람을 가리킨다.)은 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 창(閶)은 인도한다는 뜻이고, 합(闔)은 감춘다는 뜻이다. 양기가 만물을 인도해 황천 아래로 감추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10천간으로는 경(庚), 신(辛)에 해당한다. 경이란 음기가 만물을 바꾸기 때문에 경이라고 말한다. 신이란 만물을 새로 생겨나게 하기 때문에 신이라고 말한다. 북쪽으로 가서 위수(胃宿, 서방칠수(西方七宿) 중에 세 번째 별)에 도달하게 된다. 위(胃)란 양기가 깊이 숨어 있다가 모두 위(胃)로 들어감을 말한다.

북쪽으로 가서 누수(婁宿, 서방칠수 중 두 번째 별)에 도달하게 된다. 누라는 것은 만물을 호라 부르고 또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북쪽으로 가서 규수(奎宿, 서방 백호칠수 중 첫 번째 별)에 도달하게 된다. 규(奎)란 독을 주관하고, 독충으로 만물을 쏘아서 죽인다는 뜻이다. 규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감춘다는 의미이다. 9월에 해당하고 십이율 중에서 무역(無射, 십이율 중 양률로 제십일율)에 해당하며, 무역이라는 것은 음기가 성해져서 일마다 운용되고, 양기가 남음이 없기 때문에 무역이라고 한다. 그것은 12지지로는 술(戌)에 해당한다. 술은 만물이 다 소멸되기 때문에 술이라고 말한다.

율수(律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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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에 9를 곱하면 81분(分) 길이의 율관을 궁성(宮聲, 오음(五音)의 하나이다. 나머지 사성인 상성(商聲), 각성(角聲), 치성(徵聲), 우성(羽聲)의 벼리로서 그 성질은 둥글다. 임금을 상징)이 된다. 이 율관의 3분의 1의 길이를 제거하면 54분 길이의 율관인 치성(徵聲, 오음(五音)의 하나이다. 그 성질은 밝고 사물을 분별한다. 일[事]을 상징)이 된다. 이 율관의 3분의 1의 길이를 더하면 72분 길이의 율관인, 상성(商聲, 오음(五音)의 하나이다. 그 성질은 네모 진다. 신하를 상징)이 된다. 이 율관의 3분의 1의 길이를 제거하면 48분 길이의 율관인 우성(羽聲, 오음(五音)의 하나이다. 그 성질은 사물을 윤택하게 한다. 사물을 상징)이 된다. 이 율관의 3분의 1의 길이를 더하면 64분 길이의 율관인 각성(角聲, 오음(五音)의 하나이다. 그 성질이 꼿꼿하다. 백성을 상징)이 된다.

황종(黃鍾)의 길이는 8촌 7분의 1으로 궁성(宮聲)이다. 대려(大呂)의 길이는 7촌 5분과 3분이다. 태주(太簇)의 길이는 7촌 70분의 2로 각성(角聲)이다. 협종(夾鍾)의 길이는 6촌 7분과 3분의 1이다. 고선(姑洗)의 길이는 6촌 70분의 4로 우성(羽聲)이다. 중려(中呂)의 길이는 5촌 9분과 3분의 2로 치성(徵聲)이다. 유빈(蕤賓)의 길이는 5촌 6분과 3분의 2이다. 임종(林鍾)의 길이는 5촌 70분의 4로 각성이다. 이칙(夷則)의 길이는 5촌 3분의 2로 상성이다. 남려(南呂)의 길이는 4촌 10분 8로 치성이다. 무역(無射)의 길이는 4촌 4분과 3분의 2이다. 응종(應鍾)의 길이는 4촌 2분과 3분의 2로 우성이다.

황종률(黃鍾律)에서 일어나는 비례는 다음과 같다.

자(子)는 1분(分, 푼)이다. 축(丑, 임종)은 3분의 2이다. 인(寅, 태주)은 9분의 8이다. 묘(卯, 남려)는 27분의 16이다. 진(辰, 고선)은 81분의 64이다. 사(巳, 응종)는 243분의 128이다. 오(午, 유빈)는 729분의 512이다. 미(未, 대려)는 2,187분의 1,024이다. 신(申, 이칙)은 6561분의 4,096이다. 유(酉, 협종)는 1만 9,683분의 8,192이다. 술(戌, 무역)은 황종의 5만 9,049분의 3만 2,768이다. 해(亥)는 17만 7,141분의 6만 5,536이다.

황종을 계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하생(下生, 원래의 숫자에서 3분의 1을 빼 가면서 율관을 만드는 방식)은 실수(實數)에 2를 곱하고 3으로 나눈다. 상생(上生)은 실수에서 4를 곱하고 3으로 나눈다. 가장 높은 배수(配數)는 9이고, 상성은 8이며, 우성은 7, 각성은 6, 궁성은 5, 치성은 9이다. 1을 기수(基數)로 삼아 9제곱한 3을 법(法, 분모)으로 삼는다. 만약 실(實, 분자)과 법(法, 분모)가 같으며 얻어지는 수는 1이다. 무릇 얻어지는 수가 9촌(寸)이면, ‘황종의 궁(宮)’이라고 명명한다. 고로 음(音)은 궁성에서 시작되고, 각성에서 마친다. 수(數)는 1에서 시작되고 10에서 끝나며 3에서 완성된다. 기(氣)는 동지(冬至)에서 시작되어 1년을 주기로 다시 생겨난다.

신(神)은 무(無)에서 생성되고, 유(有)에서 형성(形成)되며, 형성된 후에 수(數)가 있고, 형성되면 성(聲)을 이루는 것이다. 고로 신은 기(氣)를 부리고, 기는 곧 형을 이룬다. 형체와 이치가 같은 종류가 있고 비슷한 경우도 있다. 혹은 형체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종류로 나눌 수 없는 것도 있다. 혹은 형체가 같으면 종류도 같은 것이 있고, 종류에 따라 나눌 수 있고, 종류에 따라 식별할 있다.

성인(聖人)은 천지를 식별할 줄 알기 때문에 있는 것에서부터 없는 것에 이르기까지 미약한 기운을 얻게 되더라도 성율(聲律)같이 미묘해 질 수 있다. 그러나 성인은 신(神)으로 인해 그것을 살피고, 비록 미묘한 것일지라도 반드시 참된 정(情)을 다하고, 그 빛나는 도를 자세히 대조하여 살펴서 밝힌다.

성스러운 마음이 없고, 단순히 총명함에만 의지한다면, 어떻게 천지의 신(神)과 형체가 이루어지는 정(情)을 살필 수 있겠는가? 신이란 만물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 가고 오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한다. 고로 성인은 외경하면서도 그것을 살피려고 하는 것이다. 오직 그것을 살피려고 한다면 신 또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보존하려고 하기 때문에 더없이 귀한 것으로 여긴다.

사마천의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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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공은 말한다.

선기옥형(旋璣玉衡, 고대 천문을 관측하는 기구)으로 칠정(七政, 북두칠성, 또는 해와 달 및 금성ㆍ목성ㆍ수성ㆍ화성ㆍ토성 등을 지칭함)을 가지런히 하니, 즉 천지의 28수(宿)이다. 10모(母, 천간)과 12자(子, 지지), 12율의 조합은 상고(上古) 때부터 비롯되었다. 율을 만들고 역법을 계산하고 태양의 운행과 도수를 만들어서 이를 근거로 법도로 삼았다. 사물의 실제와 부합하고 도덕과 통하게 되는 것이니, 곧 이것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