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움뿌움 이야기


귀여운 프랑수아는 머리 좋고, 얼굴 곱고, 참새같이 싹싹하고 유쾌한 소년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 어느 날 저녁에 학교에서 돌아오면서부터 병이 나기 시작하여 여러 날째 앓았습니다. 그래 먹는 것이 없어, 기운이 없어 늘어져서 헛소리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얀 이불을 덮고 침상에 누워서 자기의 조그만 구두를 보면서,

“이제는 내 구두를 내버려도 좋아요. 영영 신지 않아요.”

이런 소리를 합니다.

저 애가 인제는 아주 죽으려고 저러나보다 하고 어머니는 그만 흑흑 흐느껴 우셨습니다.

약이나, 우유나, 국이나, 아무거나 먹이려 하면 입을 다물고 싫다고만 합니다.

“어떻게든지 얼른 낫게 해야겠는데…….”

하고 의사는 애를 쓰면서,

“저렇게 헛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대단히 위험하니, 저 어린 몸에 기운을 붙들어 주어야지, 기운을 못 차리면 큰일 납니다. 아무 짓을 해서라도 기운을 차리게 해 주시오.”

라는 말을 일러 두고 돌아갔습니다.

의사의 말대로 기운을 차리게 해 주려고 아버지는 재미있는 그림책과 납으로 만든 병정을 사다가 보여 주고, 또 그 그림을 가위로 오려내서 프랑수아의 머리맡에서 춤을 추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걸로 어린 병자 프랑수아를 위로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것도 싫으면 총을 사다 주랴? 공을 사다 주랴? 대장 칼을 사다 주랴?”

안타깝게 어머니, 아버지가 물어보아도,

“싫어, 싫어.”

할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무엇이든지 좋아하는 물건이 있겠지……, 말해라. 나한테만 말해요, 응? 꼭 엄마에게만…….”

하고, 어머니가 애걸하듯 달래었습니다.

그러니까 어린 프랑수아는 억지로 힘을 들여 윗몸을 일으키더니 목소리에 힘을 들여서,

“뿌움뿌움이 좋아요.”

하였습니다.

“뿌움뿌움?”

쇠약한 어머니는 눈물 젖은 두 눈을 궁금스럽게 아버지에게로 향하였습니다. 뿌움뿌움! 아버지도 그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아아, 뿌움뿌움! 뿌움뿌움! 나는 뿌움뿌움이 좋아.”

간신히 간신히 아버지는 한 달쯤 전에 프랑수아를 데리고 곡마단에 구경갔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 때에 그 곡마단에……, 어린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유명한 곡마사가 있었는데, 특별히 어린 사람들을 웃기고 즐겁게 해 주느라고 우습게 괘사(익살)를 피우면서 어릿광대 노릇을 하는 유명한 인물이어서, 그 날도 이상스러운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토끼같이 깡충깡충 뛰면서 나와서, 우스운 짓을 하며 빙빙 돌다가 일부러 미끄러져 쓰러지면서 그대로 바로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서, 그 많은 구경꾼들과 그 중에도 더 어린 사람들이 손바닥을 두드리고 ‘으아!’ 소리를 치면서 미친 듯이 날뛰었는데, 그 때 프랑수아도 아버지의 손을 잡아 흔들면서 깔깔거리고 허리가 아프게 웃던 것이 지금도 눈에 보이는 듯하였습니다.

그 때, 천하 어린이들의 동무로 유명한 그 곡마사가 뿌움뿌움, 그 뿌움이 나타날 때마다 구경꾼들은 손바닥을 치면서 좋아하고 더욱 어린 사람들은 뿌움뿌움이 보고 싶어서 일부러 구경 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지금 앓는 프랑수아가 보고 싶다는 것은 그 뿌움뿌움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보고 싶어도 지금 뼈만 앙상한 어린 병자가 이불을 덮고 누워서 어떻게 연극장으로 곡마단 구경을 가겠습니까…….

하는 수 없어서 아버지가 장난감 가게에 가서 어릿광대 옷을 입은 인형을 사 가지고 와서 프랑수아 보는데, 춤을 추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프랑수아는 한참이나 그 훌륭한 어릿광대 인형을 보더니,

“아니야, 아니야, 뿌움뿌움이 아니야. 정말 뿌움뿌움이 좋아요…….”

하였습니다.

할 수 할 수 없어서 늙은 아버지는 연극장에 가서 그 곡마사의 여관을 물어서 그 집을 찾아갔습니다. 가서 보니, 워낙 유명한 곡마사의 집이라 퍽 크고 굉장하여 으리으리하였습니다.

아버지는 겁나는 것같이 가슴이 두근두근하면서 곡마사를 보고 자기 집이 구차한데 아들이 앓는 것, 그 애가 약도 우유도 안 먹고 뿌움뿌움만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간신히 하고 나니까 땀이 비오듯 쏟아졌습니다.

“가지요. 어린 아드님을 위하여 가지요. 가서 뿌움뿌움을 보여 드리지요.”

아주 시원스럽게 친절하게 승낙하고, 그 길로 옷을 입고 나섰습니다.

이윽고, 그 유명한 곡마사가 어린 프랑수아의 앓는 방문을 열고 들어설 때에 아버지는 어찌도 기쁜지 미친 듯이,

“오셨다. 오셨다! 프랑수아야, 네가 좋아하는 어른이 너를 찾아 오셨다.”

소리쳤습니다.

어린 프랑수아의 얼굴에는 기쁨과 밝은 빛이 가득하여 어머니의 팔에 안겨 웃몸만 일어나 앉아서, 아버지 옆에 예복을 입고 서 있는 점잖은 신사의 다정스런 얼굴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차차 낙망한 듯이 머리를 숙이더니 다시 베개 위에 쓰러져 누우면서,

“아니야, 아니야, 뿌움뿌움이 아니야.”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신사는 퍽 부드럽고 정다운 소리로,

“옳지, 옳지. 뿌움뿌움을 보여 주지.”

하고, 방문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아, 뿌움뿌움을 보았으면, 뿌움뿌움을 보았으면…….”

하고, 프랑수아는 울었습니다.

그러자, 금방 방문이 다시 열리더니 머리에는 하얀 고깔을 쓰고, 몸에는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얼굴에는 하얗게 분칠을 하고, 벙글벙글 웃으면서 괘사스런 걸음걸이로 곡마단에서 보던 뿌움뿌움! 정말 뿌움뿌움이 들어왔습니다.

그것을 보자마자, 침상 위에서 웃고 깔깔대면서 참지 못하고 좋아 날뛰며 프랑수아는 뼈만 남은 손을 두들기면서 외쳤습니다.

“아아, 뿌움뿌움! 정말 뿌움뿌움이다! 아아, 뿌움뿌움님! 여기가 우리 집예요. 아아, 뿌움뿌움!”

그 때 병을 보러온 의사도, 어릿광대 덕으로 프랑수아가 그렇게 몹시 좋아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면서,

“인제는 나았다, 인제는 나았다.”

하였습니다.

뿌움뿌움은 재주를 한참 피우고 나서 보시기에 물약을 따르고 그 속에 사탕 한 개를 넣어 가지고,

“자아, 우리 동무 프랑수아 씨! 이것을 잡수셔요. 싫다하면 뿌움뿌움은 이 다음엔 아주 오지 않습니다.”

하니까, 전에는 영영 안 먹던 것을 이 날은 아무 말 없이 받아서 한 모금에 먹어 버렸습니다.

“어때요. 맛이 달지요?”

“네, 달아요. 고맙습니다. 뿌움뿌움님.”

아버지 어머니가 모두 울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기뻐서 운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날마다 날마다 이 가난뱅이 집에 훌륭한 마차를 타고 다니면서 유명한 뿌움뿌움이 단 한 사람의 어린 동무를 웃기려고 부지런히 다니었습니다. 그의 덕택으로 프랑수아가 하루 하루 기운을 차려 가서 문 밖에 나와 뛰어다니게까지 되었을 때 늙은 아버지가 그를 보고,

“이 감사한 은혜를 어떻게 갚으오리까?”

하니까, 점잖은 곡마사는 역시 벙글벙글 웃는 얼굴로 두 손을 내밀고,

“감사하거든 악수나 해 주십시오.”

하고, 손을 쥐어 정답게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프랑수아의 뺨에 입을 맞추고 돌아가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