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꿈이 꺼질 때 바람과 황혼은
길 저쪽에서 소리없이 오는 것이었다

목화꽃 희게희게 핀 밭고랑에서
삽사리는 종이쪽처럼 암탉을 쫓는 것이었다

숲이 얄궂게 손을 저어 저녁을 뿌리면
가느디 가는 모기울음이 오양간쪽에서 들리는 것이었다

하늘에는 별떼가 은빛 웃음을 얽어놓고
은하는 북으로 북으로 기울어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