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홀로 외롭게 슬픈 마음이기에
밤도 깊어 자지러지는 이 거리로 왔다

분수가 푸른 불꽃을 불어올리는 거리
그 옆에서 언약도 없는 사람을 나는 기다린다

푸른 반달이 기울어진 하눌을 향하여
구슬처럼 불꽃처럼 타오르는 물줄기

가슴속 외론 시름에 지는 한숨처럼
슬픈 소리를 하면서 떨어지는 물줄기

온데 간데 모르게 다가온 시름이
끝없는 마음의 층층다리를 기어올라간다

눈동자 속 저도 모르게 고인 눈물처럼
소리없이 떨어져 흩어지는 물줄기

밤의 늪을 걸어가는 지친 바람처럼
가벼웁게 불려서 스러지는 물줄기

얼굴도 모습도 없는 슬픔이기에 이 한밤
보이지 않는 발자취를 마음은 가늠한다

마음속 헛된 꿈에 타는 불꽃처럼
불똥도 없이 불똥도 없이 가라앉는 물줄기

동아배암의 꼬리우는 소리처럼……
송장 우에 스러지는 잦은 탄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