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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편집

香閨(향규)[1]의 일이 업셔 百花譜(백화보)[2]를 혀쳐보니,
봉선화 이 일홈을 뉘라서 지어낸고.
眞游(진유)[3]의 玉簫(옥소) 소ᄅᆡ 紫煙(자연)[4]으로 ᄒᆡᆼᄒᆞᆫ 후에,
閨中(규중)[5]의 나믄 因緣(인연) 一枝花(일지화)[6]의 머므르니,
柔弱(유약)ᄒᆞᆫ 푸른 닙은 봉의 ᄭᅩ리 넘노ᄂᆞᆫ ᄃᆞᆺ[7].
 自若(자약)히[8] 붉은 ᄭᅩᆺ은 紫霞裙(자하군)[9]을 헤쳣ᄂᆞᆫ 듯.

白玉(백옥)섬[10] 조흔[11] 흘게 종종이[12] 심어내니,
春三月(춘삼월)이 지난 후에 香氣(향기) 업다 웃지 마소.
醉(취)ᄒᆞᆫ 나븨 미친 벌[13]이 ᄯᆞᄅᆞ올가 저허ᄒᆞ네[14].
貞靜(정정)ᄒᆞᆫ[15] 氣像(기상)을 녀자 밧긔 뉘 벗ᄒᆞᆯ고.

玉欄干(옥난간) 긴긴 날에 보아도 다 못보아,
紗窓(사창)[16]을 半開(반개)ᄒᆞ고 叉鬟(차환)[17]을 불너ᄂᆡ어,
다 픤 ᄭᅩᆺ을 ᄏᆡ여다가 繡箱子(수상자)[18]에 다마노코,
女工(여공)[19]을 그친 후의 中堂(중당)[20]에 밤이 깁고,
蠟燭(납촉)[21]이 발갓을제 나음나음[22] 고초 안자,
흰 구슬[23]을 가라마아[24] 氷玉(빙옥)[25]ᄀᆞᆮᄒᆞᆫ 손 가온ᄃᆡ 爛漫(난만)[26]이 개여ᄂᆡ여,
波斯國(파사국)[27] 저 諸侯(제후)의 紅珊宮(홍산궁)[28]을 혀쳣ᄂᆞᆫ ᄃᆞᆺ,
深宮風流(심궁 풍류)[29] 절고[30]에 紅守宮(홍수궁)[31]을 마아ᄂᆞᆫ ᄃᆞᆺ,
纖纖(섬섬)한[32] 十指上(십지상)에 수실로 가마ᄂᆡ니,
조희 [33]우희 불근 물이 微微(미미)히 숨의ᄂᆞᆫ[34] 양,
佳人(가인)의 야튼 ᄲᅣᆷ의 紅露(홍로)[35]를 ᄭᅵ쳣ᄂᆞᆫ ᄃᆞᆺ,
단단히 봉ᄒᆞᆫ 모양 春羅玉字(춘나옥자)[36] 一封書(일봉서)[37]를 王母(왕모)[38]에게 부쳣ᄂᆞᆫ ᄃᆞᆺ.

春眠(춘면)을 느초[39] ᄭᅢ여 차례로 풀어 노코,
玉鏡臺(옥경대)를 대ᄒᆞ여서 八字眉(팔자미)를 그리래니,
난데 업는 불근 ᄭᅩᆺ[40]이 가지에 부텃ᄂᆞᆫ ᄃᆞᆺ.
손ᄋᆞ로 우희랴니[41] 紛紛(분분)이[42] 흣터지고,
입으로 불랴 ᄒᆞ니 석긴 안개[43] 가리왓다.
女伴(여반)[44]ᄋᆞᆯ 서로 불러 朗朗(낭랑)이[45] 자랑ᄒᆞ고,
ᄶᅩᆨ 압희 나아가서 두 빗흘 比較(비교)ᄒᆞ니,
ᄶᅩᆨ닙희 푸른믈이 ᄶᅩᆨ의여서 푸르단말[46] 이 아니 오를손가.

은근이 풀을 매고 돌아와 누었더니,
綠衣紅裳(녹의 홍상)[47] 一女子(일여자)가 飄然(표연)[48]이 앞희 와서,
웃ᄂᆞᆫ ᄃᆞᆺ ᄶᅵᆼ기ᄂᆞᆫ ᄃᆞᆺ[49] 謝禮(사례)ᄂᆞᆫ ᄃᆞᆺ 下直(하직)ᄂᆞᆫ ᄃᆞᆺ,
朦朧(몽롱)이[50] 잠을 ᄭᆡ여 丁寧(정녕)이[51] ᄉᆡᇰ각ᄒᆞ니,
아마도 ᄭᅩᆺ귀신이 내게와 下直(하직)ᄒᆞᆫ다.
繡戶(수호)[52]를 급히 열고 ᄭᅩᆺ수풀을 점검ᄒᆞ니,
ᄯᅡ우희 불근 ᄭᅩᆺ이 가득히 수노핫다.
黯黯(암암)[53]이 슬허ᄒᆞ고 낫낫티 주어담아,
ᄭᅩᆺ다려 말 부치ᄃᆡ 그ᄃᆡᄂᆞᆫ 恨(한)티 마소.
歲歲(세세) 年年(년년)[54]의 ᄭᅩᆺ빗은 依舊(의구)[55]ᄒᆞ니,
허믈며 그ᄃᆡ 자최 내 손에 머믈럿지.
東園(동원)의 桃李花(도리화)[56]ᄂᆞᆫ 片時春(편시춘)[57]을 자랑 마소.
二十番(이십번)[58] ᄭᅩᆺᄇᆞ람의 寂寞(적막)히 ᄠᅥ러진ᄃᆞᆯ 뉘라서 슬허ᄒᆞᆯ고.
閨中(규중)에 남은 因緣(인연) 그ᄃᆡ ᄒᆞᆫ몸 ᄲᅮᆫ이로세.
鳳仙花(봉선화) 이 일홈을 뉘라서 지어ᄂᆡᆫ고 일로ᄒᆞ야[59] 지어서라.

현대문 편집

규방에 할 일이 없어 백화보를 펼쳐 보니,
봉선화 이 이름을 누가 지어 냈는가.
신선의 옥피리 소리가 선경으로 사라진 후에,
규방에 남은 인연이 한 가지 꽃에 머물렀으니,
연약한 푸른 잎은 봉의 꼬리가 넘노는 듯하며,
아름다운 붉은 꽃은 신선의 옷을 펼쳐 놓은 듯하다.

고운 섬돌 깨끗한 흙에 촘촘히 심어 내니,
봄 삼월이 지난 후에 향기가 없다고 비웃지 마시오.
취한 나비와 미친 벌들이 따라올까 두려워서라네.
정숙하고 조용한 저 기상을 여자 외에 누가 벗하겠는가?

긴긴 날 옥난간에서 보아도 다 못 보아,
사창을 반쯤 열고 차환을 불러내어,
다핀 봉선화꽃을 따서 수상자에 담아 놓고,
바느질을 중단한 후 안채에 밤이 깊어,
밀촛불이 밝았을 때 차츰차츰 꼿꼿이 앉아,
흰 백반을 갈아 바수어 옥같이 고운 손 가운데 흐무러지게 개어 내니,
페르시아 제후가 좋아하는 붉은 산호 궁를 헤쳐 놓은 듯하며,
깊은 궁궐에서 절구에 붉은 도마뱀을 빻아 놓은 듯하다.
가늘고 고운 열 손가락에 수실로 감아 내니,
종이 위에 붉은 물이 희미하게 스며드는 모양은,
미인의 뺨 위에 홍조가 어리는 듯하며,
단단히 묶은 모양은 비단에 옥으로 쓴 편지를 서왕모에게 부치는 듯하다.

봄잠을 늦게 깨어 열 손가락을 차례로 풀어 놓고,
거울 앞에서 눈썹을 그리려고 하니,
난데없이 붉은 꽃이 가지에 붙어 있는 듯하여,
그것을 손으로 잡으려 하니 어지럽게 흩어지고
입으로 불려고 하니 입김에 가리워 보이지 않는다.
여자 친구를 불러서 즐겁게 자랑하고,
봉선화 앞에 가서 꽃과 손톱을 비교하니,
쪽 잎에서 나온 푸른 물이 쪽빛보다 푸르단 말, 이것이 아니 옳겠는가?

은근히 풀을 매고 돌아와서 누웠더니
푸른 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입은 한 여자가 홀연히 내 앞에 와서,
웃는 듯, 찡그리는 듯, 사례하는 듯, 하직하는 듯하다.
어렴풋이 잠을 깨어 곰곰이 생각하니,
아마도 꽃귀신이 내게 와서 하직을 고한 것이다.
수호를 급히 열고 꽃수풀을 살펴보니,
땅 위에 붉은 꽃이 떨어져서 가득히 수를 놓았다.
마음이 상해서 슬퍼하고 낱낱이 주워 담으며
꽃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한스러워 마소.
해마다 꽃빛은 옛날과 같으며,
더구나 그대[봉선화] 자취가 내 손톱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동산의 도리화는 잠깐 지나가는 봄을 자랑하지 마소.
이십사 번 꽃바람에 그대들[도리화]이 적막하게 떨어진들,누가 슬퍼하겠는가?
안방에 남은 인연이 그대 한 몸뿐일세.
봉선화 이 이름을 누가 지었는가? 이렇게 해서 지어진 것이로구나!

주석 편집

  1. 부녀자의 방의 미칭(美稱)
  2. 온갖 꽃에 대한 설명을 쓴 책
  3. 신선 놀음
  4. 자줏빛 안개, 곧 선경을 말함.
  5. 아녀자가 거처하는 방. 규방
  6. 백화보의 봉선화
  7. 이리 저리 흔들리는 듯
  8. 침착히
  9. 신선의 옷(치마)
  10. 희고 고운 섬돌
  11. 깨끗한
  12. 촘촘히
  13. 방탕하고 경박스러운 남자를 비유
  14. 두려워하네
  15. 정숙하고 조용한
  16. 비단으로 바른 창. 여인 기거하는 방의 창
  17. 가까이 두는 젊은 여자 종
  18. 수놓는 도구 일체를 넣어두는 상자
  19. 여자가 하는 일, 곧 바느질
  20. 집 안채, 안방
  21. 밀초. 밀촛불
  22. 차츰차츰. 점점
  23. 흰 구슬, 백반을 말함
  24. 갈아 바수어
  25. 여인의 깨끗하고 예쁜 손을 가리킴
  26. 흐무러지게
  27. 페르시아
  28. 붉은 산호 궁궐
  29. 깊은 궁궐의 풍류
  30. 절구
  31. 붉은 도마뱀. 한나라 무제가 단옷날 도마뱀에게 주사를 먹여 붉은 도마뱀을 만들었다 함
  32. 가늘고 고운
  33. 종이
  34. 스며드는
  35. 붉은 이슬
  36. 비단에 옥으로 박은 글씨
  37. 한 통의 편지
  38. 서왕모. 요지(瑤池:신선이 산다고 하는 곤륜산)에 사는 선녀
  39. 늦게
  40. 손톱에 붉은 물이 든 것을 가리킴
  41. 움켜 잡으려 하니
  42. 어지러이
  43. 입김이 거울에 서린 것을 가리킴
  44. 여자 친구
  45. 명랑한 마음으로 즐거이
  46. 쪽 잎에서 나온 푸른 물이 쪽빛보다 푸르다는 말.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靑於藍)’-제자가 스승보다 나을 때 씀.
  47. 푸른 저고리와 붉은 치마. 곧 봉선화를 가리킴
  48. 훌쩍 나타나거나 떠나는 모양
  49. 찡그리는 듯
  50. 어렴풋이
  51. 곰곰이. 틀림없이. 꼭
  52. 수놓은 방장으로 가린 문
  53. 마음이 상함
  54. 해마다
  55. 옛날과 같음
  56. 복숭아꽃과 오얏꽃
  57. 잠깐 지나가는 봄
  58. 이십사번 화신풍(二十四番花信風: 소한에서 곡우까지 5일마다 봄바람이 분다하여 꽃 한 가지씩을 배당했음)’을 말함인 듯
  59. 이것으로 하여. 이렇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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