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서울/입원실에서

저마다 기쁜 마음, 싱싱한 얼굴로
오래나 있었던 병실에서
나가는 사람들.
그러는 동안에
해방을 기약하는 그날이 왔고,
그 뒤에도 잇대어 여러 가지 병든 사람이나
흥분된 감격에 다쳐 온 젊은이
새로이 새로이 왔다는
모두 다 씩씩한 얼굴로 나간다.
 
아 억압이 풀려진 세상은 어떠하련가,
나 역시 나가게 되리라 믿고
또 나가고 싶은 마음에
―그러면 하루 바삐 쾌차하시오. 우리도 손목 잡고 일합시다.
하고,
먼저 나가는 이들 당부를 뼈에 새긴다.

누워서도 피끓는 가슴
아, 눕지 않으면 사뭇 불타오르리니
젊음이여!
여기서만 성장이 앞서는 자랑스런 시기여,
다만 흰 벽과, 거기에 걸린 간소한 그림과
머리속에 아직도 응석하는 쓸쓸함이
온 하루 나의 벗이라 하나

병든 몸이여!
병든 마음이여!
이런 것이 무어냐
어둔 밤의 횃불과 같이, 나의 싸우려는
싸워서 이기려는 마음만이
지금도 나의 삶을 지킨다. 채찍으로
마소와 같은 나의 걸음을 빠르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