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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라는 것은 어느 물건이 변해서 다른 물건이 된다 하는 것입니다. 변화 한 물건에 대한 이름이 조선 현대어에는 없고 한문에도 통틀어 精氣[정기] ㆍ妖怪[요괴]ㆍ異物[이물]ㆍ魑魅罔兩[이매망량]이라는 汎博[범박]한 말 가 운데 집어넣어 말할 뿐이요, 따로 적절한 이름이 없읍니다마는, 일본어에는 마침 バケモノ(바케모노)니 ヘンゲ(헹게)니 하는 여기 해당한 말이 있음은 매우 편리합니다. 시방 변화라고 한 것은 곧 이 バケモノ를 가리키는 것입 니다.

대저 물건이 변화하는 능력을 가졌다 하는 관념은 인류가 퍽 오랜 옛날부 터 가진 것인 양합니다. 이를테면 씨가 떨어져서 나무가 나고 꽃이 피어서 열매가 되는 것이란다든지, 알이 깨어서 새 병아리가 된다든지, 누에가 번 데기가 되고 번데기가 나비가 된다든지 하는 자연계의 현상을 보는 중에서 무슨 물건이 이것저것으로 변화한다는 생각을 낼 기회가 있었으리라고 생각 할 수 있읍니다. 동양 고대의 철학에서 우주와 및 만물의 생성 발전을 이르 되 변화니 조화니 化育[화육]이니 하여 化[화] ─ 「될化[화]」字[자]로써 표현함은 이러한 간단 유치한 관찰에서 나온 총괄적 결론일 것입니다. <周 易[주역]>의 繫辭傳[계사전]을 보면 지나 철학의 정화인 易[역]의 원리가 글자부터 變異[변이]의 易[역] ─ 「바뀔易[역]」字[자]인 것처럼, 요하건 대 만물 변화의 도리를 밝힌 것에 벗어나지 아니함을 얼른 알 수 있읍니다. 가로되 在天成象[재천성상]코 在地成形[재지성형]하니 變化見矣[변화견의] 라 하고, 가로되 乾道成男[건도성남]하고 坤道成女[곤도성녀]하니 乾知大始 [건지대시]요, 坤作成物[곤작성물]이라 하고, 가로되 精氣爲物[정기위물]이 요 遊魂爲變[유혼위변]이라 是故[시고]로 知鬼神之情狀[지귀신지정상]하느 니라 하고, 가로되 子曰知變化之道者[자왈지변화지도자] 其知神之所爲乎[기 지신지소위호]ㄴ저 하고, 가로되 天地細縕[천지세온]에 萬物化醇[만물화순] 하고 男女搆精[남녀구정]에 萬物[만물]이 化生[화생]이라 한 것들이 죄다 端的[단적]하게 천지가 온통 변화의 과정이요 만물이 오로지 한 변화의 산 물임을 말한 것입니다. 얼른 말하면 천지의 本原[본원]은 氣[기] ─ 元氣 [원기]라 하는 것인데, 이 氣[기]가 進退鼓盪[진퇴고탕] 곧 오르내리고 출 렁거리는 변화 중에서 만사 만물이 생겨난다는 소견입니다. 이 <周易[주 역]>의 변화론은 저 희랍 신화에 카오스 ─ 混沌體[혼돈체] ─ 두루뭉수리 로서 우주 만물이 변화 생성한다는 所說[소설] 등으로 더불어 다 한가지 인 류의 어느 시기에 있는 우주관을 표시하는 일종의 상식적 또 원시(幼稚[유 치])적 조화론에 속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대 지나인은 원소(nalve)의 중 에 正氣[정기]도 있고 戾氣[여기]도 있어서 정기가 正理[정리]로써 발현한 것이 사람으로부터 보아서 정당한 존재 이유를 가지는 천지 만물이요, 戾氣 [여기]가 邪緣[사연]으로써 동작하는 것은 세상에 災亂[재난]이 되는 妖孼 怪物[요얼괴물]이 된다고 하였읍니다. 그러므로 요얼괴물이라도 다 당연한 존재지 결코 理外[이외]의 物[물]은 아니라 하고, 따라서 실재하는 줄로 믿 어 오는 요얼괴물이란 것이 실로 무량무수하고 또 정기나 <周易[주역]>의 이른바 遊魂[유혼]이 草木[초목] 禽獸[금수] 온갖 물건의 형상을 빌어서 변 화 동작하는 현상도 또한 무궁무진한 줄을 생각하였읍니다. 이것이 일변 陰 陽五行[음양오행]의 이론이 발전함을 따르기도 하고 일변 신선사상의 발달 과 印度[인도]사상 수입 등에 인하기도 하여 시대가 내려갈수록 그 내용이 더욱 복잡화하고 그 형태가 더욱 幻怪叵測[환괴파측]을 극한 것은 실로 자 연한 理勢[이세]이었읍니다.

지나인의 실제적 관찰의 결과로서 만물 변화의 神異[신이]한 자취라고 생 각한 것만 해도 그 수가 퍽 많습니다. 편의상으로 <搜神記[수신기]>의 怪異 論[괴이론] 가운데 적은 것을 보건대,

云云[운운], 千歲之雉[천세지치], 入海爲蜃[입해위신], 百年之雀[백년지 작], 入海爲蛤[입해위합], 千歲龜黿[천세귀원], 能與人語[능여인어], 千歲 之狐[천세지호], 起爲美女[기위미녀], 千歲之蛇[천세지사], 斷而復續[단이 복속], 百年之鼠[백년지서], 而能相卜[이능상복], 數之至也[수지지야], 春 分之日[춘분지일], 鷹變爲鳩[응변위구], 秋分之日[추분지일], 鳩變爲鷹[구 변위응], 時之化也[시지화야], 故腐之爲螢也[고부지위형야], 朽葦之爲蛬也 [후위지위공야], 稻之爲螢也[도지위형야], 麥之爲蝴蝶也[맥지위호접야], 羽 翼生焉[우익생언], 眼目成焉[안목성언], 心智在焉[심지재언], 此自無知化爲 [차자무지화위], 有知而氣易也[유지이기역야], 鶴之爲獐也[학지위장야], 蛬 之爲蝦也[공지위하야], 不失其血氣而形性變也[불실기혈기이형성변야], 若此 之類[약차지류], 不加勝論[불가승론], 應變而動[응변이동], 是爲順常[시위 순상], 苟錯其方[구착기방], 則爲妖眚[즉위요생], 故下體生於上[고하체생어 상], 上體生於下[상체생어하], 氣之反者也[기지반자야], 人生獸[인생수], 獸生人[수생인], 氣之亂者也[기지난자야], 男化爲女[남화위녀], 女化爲男 [여화위남], 氣之質者也[기지질자야], 魯牛哀得疾七日[노우애득질칠일], 化 而爲虎[화이위호], 形體變易[형체변역], 爪牙施張[조아시장], 其兄啓戶而入 搏而食之[기형계호이입박이식지], 方其爲人[방기위인], 不知其將爲人也[부 지기장위인야], 方其爲虎[방기위호], 不知其常爲人也[부지기상위인야] 云云 [운운], 從此觀之[종차관지], 萬物之生死也[만물지생사야], 與其變化也[여 기변화야], 非通神之思[비통신지사], 雖求諸己[수구저기], 惡識所自來[악식 소자래], 然朽草之爲螢[연후초지위형], 由乎腐也[유호부야], 麥之爲蝴蝶[맥 지위호접], 由乎濕也爾[유호습야이], 則萬物之變[즉만물지변], 皆有由也[개 유유야], 云云[운운].

이라 한 것이 있읍니다. 이것은 다 그네들이 실제의 관찰로부터 명백한 사 실이라고 생각한 物數[물수] 변화의 현상들입니다. 이것들은 무론 관찰이 정밀치 못하고 또 현미경적 방법이 없을 시절에 겉으로 얼른 봄에서 생긴 착각 또 오해에 말미암은 것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腐草[부초]가 爲螢[위 형]이니 麥爲蝴蝶[맥위호접]이니 하는 것은 죄다 螢[형]이나 蝴蝶[호접]이 그 유충을 푸새의 잎새 밑에 슬었을 제는 미세하여 보지를 못하고, 이것이 차차 변화하여 성충이 된 뒤에야 사람의 눈에 띄므로, 썩은 풀이나 보리 줄 기가 변화해서 螢[형]이나 蝴蝶[호접]이 나오는 줄로 생각한 것이 그 一例 [일례]입니다.

지나인이 가장 신기하게 생각한 변화물에 冬虫夏草[동충하초]란 것이 있읍 니다. 한 가지 물건이 겨울에는 버러지이다가 여름에는 풀이 된다고 하는 것이매, 미상불 신기야 하지요. 그것은 무엇이냐 하면 나비나 거위 같은 버 러지의 몸에 더부살이(寄生[기생]) 노릇 하는 균이 여름이 되면 싹을 터서 자라는 종류를 가리키는 것이니, 사실로 말하면 담장이덩굴이 다른 나무에 얽혀 자라는 것쯤 되는 것이지마는, 古人[고인]들이 보기에는 동일한 물건 이 어느 시절에는 버러지가 되고 어느 시절에는 싹을 터서 자라는 풀이 되 는 것과 같았었읍니다. 지나에서는 이 冬虫夏草[동충하초]를 매우 신비한 물건으로 생각하고 靈異[영이]한 약효가 있다고 생각하여 온통으로 다려 먹 으면 不足症[부족증]의 仙藥[선약]이 된다고 하고 台灣[대만] 같은 데서는 媚藥[미약]으로 쓰기도 한다 합니다. 그러나 물건을 이상하게 보는 데서 나 온 생각이지, 실제의 약효가 있을지는 무론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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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간 육안으로 또 상식적으로 모든 현상을 관찰하던 옛날에는 어느 물건 이 백주에 다른 물건으로 변화한다고 생각한 것이 많았음은 당연한 일입니 다. 더욱 남자가 여자로 여자가 남자로 화하는 일은 고래로 그 실례가 많은 바로서 우선 최근으로 말하면 올림픽의 여자경주 선수가 기록 보지자가 된 후에 남자의 몸으로 변화해서 금년의 伯林大會[백림대회]에도 種種[종종]의 문제거리가 된 것은 우리의 흥미가 아직도 生新[생신]한 바가 아닙니까? 무 론 이론으로는 호르몬 내분비의 변화나 내지 남녀 성적 기관의 가만한 전환 에 말미암는 것이지마는, 古人[고인]으로부터 보면 이런 것은 음양 변화의 가장 이상스러운 현상으로 驚怪[경괴]의 눈을 크게 뜨지 아니치 못할 사실 일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叵測[파측] 불가사의한 현상을 실제로 접촉하는 중에 거기 未開[미 개]한 시대나 인물에 있어서일수록 그 작용이 큰 심리적 착각, 신앙적 망상 같은 것의 분자가 덧씌우면 幻怪[환괴] 奇妙[기묘]한 여러 가지 異物[이물] 이 그리로서 산출될 것은 설명을 기다릴 것도 없을 일입니다. 이른바 귀신 이니 정령이니 하는 것이 객관상에 실재하고 실재치 아니하는 관계는 어찌 갔든지, 고인은 무론이요 시방도 다수한 사람에게 있어 그것이 심리적으로 존재함은 가릴 수 없는 사실이 아닙니까? 이러한 경우의 주관적 독단은 과 학이고 상식이고를 죄다 초월한 절대성의 것임이 사실입니다. 그것이 이른 바 애니미즘이나 애니머티즘이니 하는 사상적 지배의 하에 있는 古代[고대] 古人[고인]에게 있어 어떻게 큰 위력을 부렸을 것은 상상하기에 어려울 것 없는 바입니다. 학자의 말에 고대의 인민은 항상 보지 못하는 무수한 정령 에 싸여서 이것을 어떻게 대접할꼬 함으로써 생활을 삼았다 함이 진실로 확 언입니다. 이렇게 무한량한 영괴의 중에는 변화성을 가지고 자유자재히 형 체를 바꾸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 또 그 대부분입니다. 어느 의미로는 이 세계의 大部[대부]가 변화물의 장난터쯤으로 고대인에게 생각되었다고 할 수 있읍니다. 山川鐵石[산천철석], 禽獸虫魚[금수충어] 모 든 것에 다 요괴가 붙어 다니며, 뒤집어 말하면 天間[천간]의 요기 괴기는 草木金石[초목금석], 牛馬鷄犬[우마계견] 등 온갖 有情[유정] 無情物[무정 물]로 변화하면서 짓궂은 장난을 하는 모양입니다. 원시시대의 유산으로 물 려 가진 것도 있고, 시대와 한가지 연방 創作[창작] 造出[조출]되는 것도 있고 착각 망념도 있고 상상 고의의 산물도 있어서 그 종류의 번다함이 이 루 셈칠 수가 없을 만합니다. 그래서 <周禮[주례]> ─ 周[주]나라 시절의 관제를 기록하였다는 古典[고전]에는 大祝[대축]ㆍ小祝[소축]ㆍ女巫[여무] ㆍ男巫[남무] 등 무릇 신령 섬기는 직분으로 벼슬이 허다히 있고, 이네의 임무 중에는 귀신의 이름과 그 있는 곳과 그것을 풀어 먹이는 시기를 밝힘 이 주요한 일부를 지어 가지고 있는 터입니다. 하도 많고 어수선한 데서 전 문가가 요구된 것입니다. <莊子[장자]> <列子[열자]>와 <春秋左傳[춘추좌 전 ]> <國語[국어]> <戰國策[전국책]>과 같은 고전에도 고대 지나인의 신앙 하는 정령 귀신들의 이름이 산견되지마는, 특히 <山海經[산해경]> <論衡[논 형]> <白澤圖[백택도]> <博物志[박물지]> <抱朴子[포박자]> <搜神記[수신 기]> 같은 典籍[전적]의 중에는 더욱 상세한 구체적 所傳[소전]이 있읍니 다. <白澤圖[백택도]>란 책에 山野[산야]ㆍ道路[도로]ㆍ門戶[문호]ㆍ井溝 [정구] 등의 정령을 열거하여, 어디는 무엇, 무엇은 어떠한 것을 말하고 또 百歲狼化爲女人[백세낭화위여인], 名曰知女[명왈지녀], 狀如姜女[상여강 녀], 坐道傍告丈夫曰[좌도방고장부왈], 我無父母兄弟[아무부모형제], 丈夫 取爲妻[장부취위처], 三年而食人[삼년이식인], 以其名呼之則逃去[이기명호 지즉도거].

라 한 것과 <抱朴子[포박자]>란 책에 산중에서 모든 금수의 정령이 人形[인 형]을 쓰고 나는 원님, 나는 아전, 나는 재상, 나는 서생이로라고 제각기 자칭 자처함을 좍 열거한 것과 <玄中記[현중기]>라는 책에,

千歲樹精爲靑羊[천세수정위청양], 萬歲樹精爲靑牛[만세수정위청우], 多出 遊人間[다출유인간].

이라고 한 것 등이 다 변화물에 관한 당시의 민간 신앙을 말하는 것들입니 다. 시방 속담에도 物久則神[물구즉신]이란 말이 보통으로 쓰이고, 또 鷄不 三年[계불삼년]이요 狗不五歲[구불오세]라 하여 사람에게 가까이 도는 닭이 나 개는 三[삼]년 五[오]년만 되면 능히 변화를 부린다 하는 민간 신앙과 및 여기 관한 전설이 많이 있음은 누구나 아는 바와 같습니다.

한편으로 불교와 한가지 들어온 인도사상의 중에는 인도에서 특수한 발달 을 이룬 이른바 輪廻轉生[윤회전생]이라는 관념이 심히 강대하여서 거기 관 한 여러 가지 흥미 있는 새 요소를 우리에게 가져다가 주었읍니다. 闍多迦 [사다가] ─ 번역하여 본생이라 하여 불교에는 석가모니의 전생 일을 말하 는 부분이 있읍니다. 佛[불]이라 하는 인간 천상을 통틀어서 가장 높고 더 위가 없는 지위는 결코 사람의 한평생 동안 행실을 닦아 가지고 이를 얻을 수 있는 것 아니라, 실로 한량 없는 세월에 한량 없는 공적을 쌓아 가지고 야 비로소 가능할 일이니, 석가모니께서는 실로 과거 무량생에 걸쳐 이렇게 장구다대한 수양을 치르셨느니라고 하는 사실을 말하는 설화를 통틀어 부르 는 이름입니다. 실로 出生入死[출생입사]하며 천변만화하는 이야기의 끝 없 는 필름이 펼쳐 나가는 것입니다(남방 불교의 대장경 중에는 무릇 五五○ [오오공]의 本生談[본생담]을 전하여 있읍니다).

석가모니의 전생 몸이 도를 닦으실새, 어느 생에는 한 비둘기가 되어서 설 산에 사시는데 큰 눈이 오고 사람이 길을 잃어 고생하고 굶주려 다 죽게 되 었거늘, 비둘기가 이것을 보고 불쌍히 여겨서 제 스스로 나무를 긁어 모으 고 불을 얻어다가 붙이고 몸으로써 불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그 사람의 죽을 목숨을 살렸다 하며(智度論[지도론] 十一[십일]), 한 생에는 큰 사슴이 되 어 어진 소문이 나매 모든 사슴들이 와서 붙좇아서 수가 없는데, 노는 곳이 대궐 동산에 가까와 폐단이 되므로 동산지기가 나라에 말을 하고 몰이꾼을 풀어서 사슴을 좁은 몫으로 몰아넣어서 다 죽게 되거늘, 큰 사슴이 나 때문 에 이 지경이 되었다고 하여 스스로 비탈 밑에 가서 서고 여러 사슴들로 하 여금 제 등을 디디고 넘어가서 도망을 가게 하니, 원채 수가 많은지라 가죽 이 뚫어지고 고기가 으스러지고 피가 쏟아져 내를 이루되 조금도 괴로와하 지 아니하였다. 王[왕]이 이 광경을 보시고 감동하여 큰 사슴을 데려다가 그리 된 사정을 들으시고 나라에 영을 내어 사슴 사냥을 금하고 아무데서나 놀게 하였다(大壯嚴經[대장엄경] 卷十四[권십사]) 하는 종류의 이야기들입 니다. 어떤 때는 원숭이 어떤 때는 코끼리ㆍ토끼ㆍ범ㆍ앵무ㆍ공작ㆍ남생이 ㆍ물고기 내지 國王[국왕]ㆍ太子[태자]ㆍ神仙[신선]ㆍ商人[상인] 등 가지각 색의 인물이 다 되어서 보통으로 당하지 못할 일을 자진 담당하여 한 생 한 생씩을 쌓아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3

이것은 무론 인도 고래로 내려오는 모든 민간설화를 가져다가 석가모니의 전생을 나타내는 한 토막 한 토막의 이야기를 만든 것이겠지오마는, 여하간 그 모든 이야기의 줄거리가 되어 있는 것은 사람과 물건이 이것 저것으로 변화 자재하다는 관념입니다. 이밖에 佛菩薩[불보살]에게 신통력이란 것이 있어 필요를 따라서 무슨 형체로든지 자유로 변화한다는 이야기는 불교의 경전 가운데 수북하게 발견하는 바입니다. 관세음불이 三三身形[삼삼신형] 으로 변화해 가면서 중생을 보살 중으로서 구제해 주신다함은 그 중에서도 유명한 한 예증입니다. 불교의 이러한 사상의 원천이 되는 인도 고대의 종 교 及[급] 문학 중에 어떻게 奇怪叵測(기괴파측)한 변화물이 많은 것은 새 삼스레 소개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지나에서 생긴 사물의 정령과 인도에서 들어온 靈異[영이] 현상이 혹은 따 로따로 혹은 둘이 서로 결합하여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리 조선 반도로 들 어와서는 원시시대 이래의 신앙적 또 시적 상상을 자극하였읍니다. 그리하 여 반도에 있는 정령의 세계에는 변화물의 존재가 차차 두드러진 지위를 얻 었읍니다. 그 종류로 말하여도 물건이 화하여 사람 되는 것, 사람이 화하여 물건 되는 것, 또 어느 물건이 다른 물건으로 변화하는 것, 어느 사람이 다 른 사람으로 변화하는 것 등에 걸쳐서 이것 저것 퍽 많은 괴담의 성립을 보 게 되었읍니다.

먼저 물건이 화하여 사람 되는 이야기를 살펴보건대, 조선의 신화 전설 중 가장 꼬투리가 되는 壇君[단군]에 관한 이야기가 우선 변화물에 대한 큰 예 증이 되는 것입니다. 누구나 아는 바와 같이 하느님의 아드님이 곰을 변화 하여 여인의 몸을 만드시고 다시 당신이 사람의 몸으로 변화하여 이 곰 색 시와 혼인을 하여 이 사이에서 단군이 탄생하셨다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후세의 상식을 가지고 말하면, 곰이 사람이 되고 신령님이 사람을 장가들고 하는 것이 죄다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지오마는, 이러한 신화 전설도 어느 문 화 계급에 있는 인민들에게는 가능도 하고 필연도 한 적확한 사실로 믿어지 던 바입니다. 정령이 있다 하고 신령인 바에 사람이고 무엇으로고 변화할 수가 있을 것을 허락한다고 하면, 똑같은 의미로 곰이 사람으로 변화하는 것도 이를 허락해야 함이 논리적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이것이 저것으로 변화하는 원칙이 있으면 이 원칙은 똑같은 상태의 다른 것에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요, 둘째는 곰이란 것이 시방 와서야말로 동물 중에도 미련한 종류 를 대표하는 一物[일물]이 되어버렸지마는, 고대에 있어서는 특별히 동양에 있어서는 熊[웅]은 虎[호]와 한가지 동물계에서도 가장 威猛[위맹]한 것으 로 가장 사람에게 경외되던 최고 신성 동물의 하나입니다. 고대 인민은 동 물을 신성하게 알아서, 자기의 조상이 동물 중의 어느 것이라고 믿고 또 이 것을 자랑하는 이른바 토템이라는 풍속이 있었음은 시방와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거니와, 동북아시아의 여러 고대 민족간에는 곰을 토템으로 하는, 곧 자기네의 조상임을 믿는 부락이 많이 있었읍니다. 무론 곰을 신성 동물로 알고 위하는 것입니다. 우선 올림픽 경기계에 항상 거인적 족적을 남기는 芬蘭[분란](핀란드)에서는 熊[웅] 숭배가 가장 대단하여, 神熊[신웅]인 ofso라는 의미를 가진 각색의 아름다운 尊號[존호]를 바침은 두드러진 사실 입니다. 또 시방 아이누 민족의 사이에도 곰의 자손이라 하는 족속이 있고, 또 일반으로 아이누어에 熊[웅]을 바로 가무이라고 부르는 풍습이 있읍니 다. 가무이란 그네의 말로 신령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아이누는 천지간의 여러 가지 물건을 신령으로 아는 버릇이 있어서 여우는 여우 신령님, 승냥 이는 승냥이 신령님이라고 해서 다른 동물에도 신령님이라는 말을 쓰지 않 는 것이 아니지마는 특별히 熊[웅]에 대하여는 곰 신령님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만 신령님이라고만 부르는 것이 다릅니다. 곰이면 신령님이 기 때문입니다. 우리 단군의 신화를 가진 부족도 이러한 형태로 곰을 토템 으로 모시던 者[자]이리라고 생각되는 바입니다. 조선에 토템시대가 있었느 냐, 토템제도가 있었느냐 하는 것은 아직 명백한 검토를 치르지 못한 미심 한 문제지마는 줄잡아도 단군신화와 및 그 계통을 끈 부족의 사이에 곰 토 템이 있었던 것만은 여러 가지로 생각하여서 거의 틀림이 없으리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고구려를 고대 일본어로 コマ(코마)라고 읽는데, 이것 은 고구려인 자신이 자신네를 스스로 곰이라고 부르던 것을 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음이 그 한 증거일 듯합니다. 고대의 민족이 자기네를 다른 이 름으로도 부르는 동시에 자기네의 토템 이름으로 남에게 일컬임은 많이 있 는 사실이니까 고구려에는 토템이 있었으면 그 토템적 명칭을 사용하기도 했을 것이요, 설사 후일에 토템의 고풍이 잃어버려진 뒤에라도 토템적 명칭 만 타성적으로 전하고 지켜갈 수 있는 것입니다. 단군의 고전에 이미 곰을 조상이라 하는 귀절이 있고 고구려가 부여를 아울러서 단군의 직계 자손임 은 문헌상에 명백한 바인즉, 곰이라는 토템적 명칭에 행하였을 것을 생각함 은 과히 망발이 아닐 것입니다. 여기 관한 상세한 이야기는 여기서 말할 것 이 아니거니와, 여하간 단군의 신화는 곰이 화하여 여인의 몸을 얻음으로써 출발점도 삼고 또 중심 사실을 삼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즉, 조선 의 역사는 변화물로써 첫장을 넘긴 셈입니다. 일국의 건설자가 사람의 몸에 서 났다는 것보담 짐승의 몸에서 났다고 함이 고인의 말하고 싶은 바입니 다. 왜 그러냐 하면, 시방 사람과 반대로 그네들은 동물이 사람보담 갸륵함 을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우선 일본 神武天皇[신무천황]의 조모님은 와니 라는 동물이라고도 하고 혹 龍[용]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돌궐족의 조상은 狼[랑]에게서 났다고 합니다. 몽고족의 조상은 부계는 狼[랑]이요, 모계는 鹿[록]이라고 합니다. 고대 민족의 영웅 특히 건국 위인들의 조상, 거기서 도 특히 그 어머님들이 대개 동물임은 다만 신화학적 뿐으로만 아니라, 또 사회학적으로 퍽 재미있는 사실을 우리에게 시사하여 주는 점이지마는, 여 기서 이것을 말할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단군의 어머님이 곰이시라 함이 결 코 無據[무거] 不經[불경]한 做作談[주작담]이 아님을 주의하여 둠에 그치 겠읍니다. 또 熊[웅]을 조선이나 동북아시아 일대 지방에서 뿐 아니라 세계 일반으로 고대에 神聖獸[신성수]로 생각된 것은 지나에서도 夏禹氏[하우씨] 같은 이가 후에 熊[웅]으로 화해 버리고, 희랍에서는 하느님 제우스의 총애 하는 여신인 칼리스토와 및 그 사이에서 난 아드님을 大熊[대웅] 小熊[소 웅 으로 변화하여 천상에 ] 주요한 성좌 곧 북극성 부근의 위치를 주었다 하 는 전설 등으로써 그 一斑[일반]을 짐작할 수 있음을 붙여 말씀해 두겠읍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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物名攷一[물명고일], 十五後[십오후], 狸[리] 狢[학]담뷔 猯[단] 오소리 獾[환] 너구리, 辭源巳二四七狸獸名[사원사이사칠이수명], 狐屬[호속]‥‥ 按狸爲狐屬[안리위호속], 貍爲猫屬[이위묘속], 本二物而舊多通用[본이물이 구다통용]‥‥, 同[동] 酉八○[유팔공] 貉獸名[학수명], 似貍[사리], 同 [동] 八一[팔일] 貍獸名[이수명], 猫屬[묘속]

狐[호]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는 前者[전자]에 말씀한 바와 같거니와, 狐狸 [호리]라는 붙은 문자가 있는 것과 같이 너구리(狸[리])도 狐[호]에 지지 않을 만큼 변화를 잘하는 동물로 예부터 유명합니다. <搜神記[수신기]>에 있는 이야기만 해도,

漢[한]나라 시절의 유명한 儒者[유자]인 董仲舒[동중서]가 講堂[강당]을 베풀고 글을 가르치는데, 좀대 서투른 손이 와서 참예하므로 이상하다 하였 더니 좀 있다가 객이 「비가 오겠군」하거늘 舒[서]가 농담으로 말하기를 「巢居知風[소거지풍]이요 穴居知雨[혈거지우]라 하니 卿非狐狸[경비호리] 면 則是蹊鼠[즉시혜서]로다」하니 객이 드디어 화하여 老狸[노리]가 되었 다.

하는것과,

晋時[진시]에 吳興人[오흥인] 하나가 二男[이남]을 두었더니 아들들이 밭 에서 일을 하는데 그 父[부]가 와서 욕설을 하고 휘두드리고 가거늘, 아들 이 집으로 돌아와서 이 사연을 母[모]에게 말하여 母[모]가 父[부]에게 물 은대 父[부] 大驚[대경]하여 「응, 鬼魅[귀매]의 짓이니 이 다음 그런 일이 있거든 연장으로 후려 갈겨 버려라」하니, 鬼[귀] 이런 줄을 알고 다시는 밭에 가서 장난하지 아니하였었다. 그 父[부] 아들들이 또 鬼魅[귀매]에게 희롱되지나 않나 하는 걱정이 되어서 나가서 보살피니, 아들들이 옳지! 鬼 [귀]로다 하고 그만 때려 죽여서 파묻었다. 鬼[귀]가 인제는 집으로 가서 父家[부가]로 가서 父形[부형]을 나타내고 또 그 家人[가인]더러 二兒[이 아]가 이미 妖鬼[요귀]를 죽였느니라는 말을 하였다. 아들들도 저녁때 돌아 와서 서로 경사라고 하례를 하고 여러 해가 되도록 깨닫지 못하였다. 뒤에 一[일]법사가 그 집을 들렀다가 二兒[이아]더러 말하기를 「그대의 어른이 크게 요사한 기운을 가졌다」하거늘, 아들이 그 말을 父[부]에게 고한대 父[부] 大怒[대노]하는지라 兒[아] 나와서 이 말을 하매 법사 兒[아]들을 速[속]히 치우고 고함을 지르며 안으로 들어간대 父[부] 곧 큰 너구리가 되 어 마루 밑으로 들어가므로 그만 잡아 죽였다. 그제서야 전에 죽인 것이 참 부친임을 알고 고쳐 殯所[빈소]를 차려서 喪事[상사]를 치르고 一兒[일아] 는 그만 자살하고 一兒[일아]도 분통이 터져서 죽어버렸다.

하는 것과 또,

句容縣[구용현] 麋村民[미촌민]의 黃審[황심]이 밭에 일을 하는데, 한 여 자가 밭고랑으로 해서 두덕 위로 올라갔다가 고대 도로 올라와서 가니, 처 음에는 심상히 사람으로 알았더니 나날이 되풀이하므로 나중에는 괴상하여 여자더러 묻기를 「웬 여인이 일 없이 오락가락 하느냐?」한즉, 여자가 좀 머물러 서서 삥끗 웃기만 하고 말 없이 가버리거늘 더욱 의심하여 미리 長 鎌[장겸]을 준비하고 그 여자가 돌아오기를 노리다가 그 여자는 차마 갈기 지 못하고 다만 뒤따르던 계집종을 칼질하니, 여자가 화하여 너구리가 되어 서 달아나고 그 계집종은 곧 너구리의 꼬리라 審[심]이 곧 따라섰으나 이내 미치지 못하고 후에 사람이 보매 꼬리 없는 너구리가 근처에 돌아다녔다.

하는 것과,

博陵[박릉] 땅 劉伯祖[유백조]라는 이가 河東太守[하동태수]가 되어 가 있 더니, 거처하는 곳의 들보 위에 신령이 있어 말을 하고 항상 伯祖[백조]를 불러서 서울 소식을 일러 주고 來頭事[내두사]를 가르쳐주었다. 伯祖[백조] 가 무엇을 자시느냐 한즉, 양의 간을 먹고자 한다 하므로 양의 간을 사다가 앞에서 썰게 한즉, 고깃점이 썰기가 무섭게 어디론지 가 버리고 양 두 마리 의 간을 다 써니까 홀연 老狸[노리] 한 마리가 도마 앞에서 꾸벅꾸벅 하거 늘, 고기 썰던 이가 칼을 들어 찍으려 한대 伯祖[백조] 못하게 하고 들보 위로 올라가게 하였더니, 좀 있다가 크게 웃어 가로되, 「아까 양의 간을 과식하고 취하여 졸다가 영감과 상면을 하니 매우 부끄럽소」하였다. 이 뒤에도 모든 일을 미리 일러 주다가 伯祖[백조]가 법관이 되매 神[신]이 붙 어 있어서는 사람의 말이 있겠다고 한즉, 그렇다 하고 작별하고 가더니 다 시는 기척이 없었다.

하는 것 등 여러 가지 있읍니다 . 너구리의 변화부리는 이야기는 일본에서도 매우 성행하여 이른바 「狸惑[이혹]はし(타누키마도와시)」라는 폐풍까지 생기고 일변 특색 있는 발달을 보여서, 이를테면 지나에서는 狐[호]나 狸 [리]가 다 흔히 여자로 변화를 한다 하는데 일본에서는 「狸[리]は入道[입 도], 狐[호]は女[녀](타누키와뉴우도오키, 쓰네와온나)」라는 속담과 같이 너구리는 흔히 僧[승]으로 변화하며 또 속담에 「狸[리]の念佛[염불](타누 키노빈부쓰)」, 「狸[리]の腹鼓[복고](타누키노하라쓰즈미)」란 것처럼 空 山古寺[공산고사]에 제 배를 북 삼아 두드리면서 念佛行者[염불행자] 노릇 을 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또 지나에서는 狐[호]와 狸[리]가 다 약고 꾀 바른 물건으로 이야기에 나오지마는, 일본에서는 그 생김생김이 질둔함에 말미암음인지, 언제든지 멋이 없고 하는 것이 어설픈 놈으로 나타나서 생게 망게 한 엉뚱한 물건으로 변화하여 사람의 마음을 섬뜩하게 하는 것을 좋아 하는 것 같이 되었읍니다. 유명한 上野國[상야국] 邑樂郡[읍락군] 館林地 [관림지] 茂林寺[무림사]의 「分福茶釜[분복다부]」傳說[전설], 守鶴[수학]이라는 僧[승]이 應永年間[응영연간]에 開山禪師[개산선사]를 따라와서 이 禪刹[선찰]에서 十世住職[십세주직]을 내리 섬기고 會[회]가 있으면 茶[다]를 도르는데, 七世[칠세] 시절에 會衆[회중]이 千[천]명도 넘 어서 守鶴[수학] 새로 茶[다] 다리는 통노구를 장만해 왔는데, 주야 퍼내어 도 물이 없어지는 일이 없었다. 十世[십세] 시절에 이르러 守鶴[수학]이 잠 깐 잠을 자는데 수족의 털이 보이고 꼬리가 드러나니,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수천 년 묵은 老狸[노리]로서 開山祖師[개산조사]의 덕을 사모하여 따라와 있었는데 이제는 연이 다하였기로 물러가노라」하였다.

하는 이야기는 그것이 중으로 나옴이 역시 일본식이면서 多分[다분]으로 지 나인 멋을 띤 狸妖[이요] 설화로 보기도 할 것입니다.

조선에는 너구리에 관한 이야기가 그리 많지 못한 양하고 狐[호]에 비하여 도 더욱 零星[영성]합니다. 그러나 겨우 전해 있는 一[일], 二[이] 가지에 는 너구리가 역시 神變造化[신변조화]의 영물로 나오고 상당히 특색을 나타 내고 있읍니다. <與地勝覽[여지승람]>(潭陽[담양])에 이러한 것이 있읍니 다.

이영간 李靈幹[ ]이란 이가 어느 山寺[산사]에 가서 글 공부를 하는데, 寺僧 [사승]이 술을 담갔더니 老狸[노리]가 와서 훔쳐 먹거늘, 靈幹[영간]이 붙 들어서 죽이려 한대, 狸[리]가 사람의 말을 하여 가로되 「당신이 나를 놓 아 주면 神異[신이]한 술법을 전해 드리리다」하고 마침 一靑童子[일청동 자]가 책 한 권을 주는지라, 靈幹[영간]이 그 책을 받고 너구리를 놓아주어 서 드디어 신비한 술법을 통하였다.

고 하는 것입니다. 이 李靈幹[이영간]이란 이는 고려 文宗[문종] 시절에 神 術[신술]로 유명하던 인물이니, <高麗史[고려사]> 地理志[지리지](二二八頁 [이이팔엽])의 牛峰郡條[우봉군조]에 朴淵[박연]의 景勝[경승]을 적고, 朴淵[박연] 웃소의 한가운데 盤石[반석]이 있어서 올라가 구경할 만하니 文宗[문종]이 일찍 그 위에 올라갔더니 문득 風雨[풍우]가 大作[대작]하고 돌이 들먹들먹하여 王[왕]이 크게 驚怖[경포]하시매 마침 李靈幹[이영간]이 扈從[호종]하여 곁에 모셔 있다가 글을 만들어 용의 잘못한 것을 수죄하여 소로 들여뜨린대, 용이 곧 등을 내어놓거늘 곤장질을 하여 소의 물이 다 빨 개졌다.

한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李靈幹[이영간] 이야기의 알맹이가 역시 지나로 부터 수입한 것인지는 모르되, 여하간 조선에서도 너구리를 신통한 조화있 는 짐승으로 생각한 한 증거를 삼을 수 있읍니다.

5

동물의 죽게 된 것을 살려 주었더니 그것이 은혜를 갚았다 하는 모티프의 전설 중에 흔히 변화의 요소가 들어 있읍니다. <櫟翁稗說[역옹패설]>에, 通海縣[통해현]에서 유착하게 생기고 거북 같은 놈이 밀물을 타고 들어온 것을 어민이 잡아서 죽이려 하거늘, 縣令[현령] 朴世通[박세통]이 놓으라 하여 해중에 띄워 주었더니, 꿈에 한 늙은이가 와서 절하며 가로되, 「내 자식이 당신의 덕에 살았소. 당신과 아들 손자 삼대가 연하여 재상이 되시 리이다」하더니 그대로 되었다.

하는 것이 이미 그 一[일]예입니다. <靑坡劇談[청파극담]>에,

權宰相[권재상] 弘[홍]이 位[위]도 極[극]하고 나이도 많아서 문 밖 강가 로 놀러 다니기를 일삼더니, 하루 밤 꿈에는 한 老翁[노옹]이 와서 俯伏[부 복]하여 울며 하소하기를 「洪宰相[홍재상]이 우리 一族[일족]을 몰살하려 고 드니 대감이 우리를 살려줍소서」하거늘 權氏[권씨]가 「내가 어떻게 구해 준다는 말인고?」老翁[노옹]이 「洪宰上[홍재상]이 와서 동행을 請 [청]하거든 대감이 사퇴만 하시면 洪公[홍공]도 그만두시리니 이것이 저희 들을 살리시는 은덕이십니다」하였다. 좀 있다가 문 열라는 소리에 놀라 깨어 물은즉 「洪政丞[홍정승] 대감이 대감을 모시고 오늘 箭串[전곶]에 가 서 자라잡이를 하시자고 사람을 보냄이니이다」하거늘 權氏[권씨]가 그제 야 夢中[몽중]의 老翁[노옹]이 필시 자라의 어른이로군 하고 몹시 불편타 하고 사퇴하였더니, 뒤에 들으매 洪氏[홍씨]도 그만두었다.

한 것이 그 하나입니다. 자라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든지 언뜻 八鼈[팔별] 이야기를 생각할 줄 압니다. <靑邱叢書[청구총서]>의 적은 것을 據[거]하건 대,

益齋[익재] 子孫[자손]인 李公麟[이공린]이란 이가 朴彭年[박팽년]의 따님 에게로 장가를 드는데, 첫날밤 꿈에 老人[노인] 여덟이 와서 절을 하면서 가로되 「저희들은 이제 죽습니다. 만일에 살려주시면 갚을 도리가 있겠읍 니다」하거늘 놀라 깨어 물은대, 부엌에서 자라 여덟을 솥에 넣고 고으려 하는지라, 곧 꺼내서 강으로 가져다가 던지는데, 한 마리가 빠져 나가 도망 하려 하는 것을 계집종 아이가 부삽을 가지고 붙들다가 잘못하여 그 목을 끊어 죽였다. 이튿날 밤 꿈에 또 일곱 늙은이가 치사를 하더니, 後[후]에 李氏[이씨]가 八子[팔자]를 낳아 이름짓기를 龜[귀]ㆍ鰲[오]ㆍ鱉[별]ㆍ鼊 [벽]ㆍ□ㆍ鯨[경]ㆍ鯤[곤]ㆍ黿[원] 등이라고 하니 대개 夢兆[몽조]에 인한 것이었다. 八子[팔자]가 다 才名[재명]이 있어 사람들이 荀[순]의 八龍[팔 룡]에 비하고 黿[원](號[호] 再思堂[재사당])이 字[자]를 浪翁[낭옹]이라 하여 仁義[인의]와 문장이 더욱 세상의 推稱[추칭]하는 바 되고, 佔畢齋[점 필재]의 문인으로서 燕山[연산] 甲子[갑자]의 士禍[사화]에 죽으니, 그 징 험이 더욱 똑똑한 셈이다. 후세까지도 李氏[이씨] 집에서는 자라를 먹지 아 니하느니라.

하는 것은 원채 포퓰러해서 모르는 이가 없을 이야기입니다. <芝峰類說[지 봉유설]>에도 자라의 보은하는 이야기가 여럿 있지마는, 번거로우니 모르는 체하고 거기서는,

옛날에 전라감사 河某[하모]가 남원 지경에를 이르렀더니, 꿈에 一老翁[일 노옹]이 제 자식을 살려달라 하거늘 깨어서 물어보니, 숙설간에서 큰 鯉魚 [이어] 한 마리를 잡아다 놓고 방재 죽여서 다담床[상]의 饌羞[찬수]를 만 들려 하는지라 곧 놓으라 하여 山洞[산동]으로 가져다 두었다. 그 洞中[동 중]에 시방 龍淵[용연]이라고 하는 곳이 그 자리이다. 이르기를 감사가 글 을 지어 제사드리매, 용이 전신을 다 내놓아서 감사가 놀랍고 무서워서 죽 고 그 제문은 石上[석상]에 새겨 있다고도 한다.

하는 한 편을 끌어오겠읍니다. 잡혀 죽게 된 水族[수족]이 꿈에 목숨을 빌 어 살고 그 은혜를 두터이 갚았다는 이야기는 불교의 경전 중에도 많이 있 고 지나에도 예로부터 널리 행하는 바입니다. 사슴이 神仙[신선]ㆍ仙女[선 녀] 등으로 변화하여 재미있는 로맨스를 만든 것은 역시 불교의 전적 중에 많이 별견되는 바요, 그 일부는 우리 조선에도 영향을 미쳐 있거니와, 고려 名臣[명신] 徐熙[서희]의 가계에 대하여 <櫟翁稗說[역옹패설]>에 이런 전설 을 적었읍니다.

신라 말년에 徐神逸[서신일]이란 이가 시골 집에 있더니, 하루는 화살 맞 은 사슴이 앞으로 달려들거늘, 곧 살을 빼고 숨겨 두니 山行[산행]꾼이 보 지 못하고 가버렸다. 꿈에 神人[신인]이 치사하여 가로되, 「사슴은 내 자 식인데 당신 덕에 죽기를 면했으니 마땅히 자손으로 하여금 대대 재상이 되 게 하리이다」하였다. 神逸[신일]이 年[년] 八○[팔공]에 子[자] 弼[필]을 낳고 弼[필]이 熙[희]를 낳고 熙[희]가 誠[성]을 낳아서 서로 이어 宰相[재 상]이 되었다.

하는 것입니다. <芝峯類說[지봉유설]>에도,

제주 한라산에는 사슴이 수북하여 여름 밤에는 사슴들이 시냇가에 내려와 서 물들을 먹는데, 산행꾼이 弓矢[궁시]를 가지고 풀숲에 숨어 보니 몰켜 오는 사슴이 千[천]인지 百[백]인지 모르겠고 그 중에 하나는 키가 크고 몸 이 흰데, 背上[배상]에 白髮翁[백발옹]이 타고 앉았었다. 산행꾼이 놀라와 서 감히 범치 못하고 겨우 뒤에 떨어진 놈 하나를 쏘아 잡았더니 얼마 뒤에 사슴 탄 이가 사슴 수효를 점검하는 모양으로 보이고 인하여 다시는 보이지 아니하였다.

하는 이야기를 뉘에게 들었다고 적어 있읍니다. 그 白髮翁[백발옹]은 사슴 의 왕이 人形[인형]으로 나타났던 것이겠지요.

이 밖에 說話學上[설화학상]의 이른바 神婚說話[신혼설화]에 속하는 것들 은 신라 崔致遠[최치원]의 어른이 金猪[금저]요, 後百濟[후백제] 甄萱[견 훤]의 어른이 蚯蚓[구인]이라는 것 같은 동물 변화담 아닌 것이 없으며, 또 특히 龍[용] 虎[호] 등에 관하여는 갖가지의 變化談[변화담]이 두루두루 많 지마는, 이것들은 다른 날 따로 떼어 말씀함이 편의하겠기로 여기는 생략하 겠읍니다.

다음에는 아까와 반대로 사람이 화하여 동물 기타가 되는 모티프의 이야기 를 살펴보겠읍니다. 이러한 투도 이미 신화의 중에서부터 발견하는 바입니 다. 저 北夫餘[북부여]의 解慕漱天王[해모수천왕]이 靑河河伯[청하하백] 곧 鴨綠江神[압록강신]에 天帝子[천제자]인 표적을 보이라 하여 河伯[하백]이 庭前水[정전수]에서 鯉[리]로 화하매, 天王[천왕]이 獺[달]이 되어 쫓고, 鹿[록]이 되어 달아나매 豺[시]가 되어 따르고, 꿩이 되매 매가 되어 덤비 는 대문과, 昔脫解[석탈해]가 海外[해외]로서 떠들어와서 金官國[금관국]에 이르매 金首露王[김수로왕]으로 더불어 재주 다툼을 하여 누가 왕이 되겠느 냐를 판결하려 할 때에 脫解[탈해]가 매가 되매 首露王[수로왕]이 수리가 되고 참새가 되매 새매가 되니 脫解[탈해]가 당치 못할 줄을 깨닫고 항복하 고 辰韓國[진한국]으로 물러 갔다는 대문들이 이미 사람이 다른 것으로 변 화하는 투임이 무론입니다. <新羅殊異傳[신라수이전]과 <三國遺事[삼국유 사]>에 나오는 이 종류의 몇 개 이야기는 前日[전일]에 소개한 바와 같습니 다.

6

이 외에도 허다한 類話[유화]가 있지마는, 여기는 <琑錄[소록]>이라는 책 에서 水族[수족]에 관계되는 數例[수례]를 들어 보겠읍니다.

강릉 땅에 한 어부가 늙은 후에 자꾸 해변으로 내보내 달라고 하므로, 시 험삼아 내다놓으니 그만 옷을 벗고 물로 들어가서 곧 화하여 八梢魚[팔초 어]가 되었다.

는 것과 또,

용강현 에 龍岡縣[ ] 어부로 업을 삼던 늙은이가 나이 九○[구공]이 지나서는 항상 말하기를 「왜 나를 水傍[수방]에다가 두어 주지 아니하느냐」하므 로, 그 아들이 시험삼아 물 한 동이를 담아서 곁에 놓으니 翁[옹]이 멱을 감기 시작하매 수족이 차차 魚形[어형]으로 화하고 동업자들이 달려와서 웬 일이냐 한즉 翁[옹]이 쳐다보고 미소하는데, 허리부터 아래는 魚[어]이었 다. 수일 후에 온 몸이 죄다 화하여 鱸魚[노어]가 되므로 그 아들이 海[해] 에 가져다가 놓았다.

하는 것이 있읍니다. 무론 인과응보의 관념이 반영된 이야기입니다. 또 이 類話[유화]는 지나의 고전 중에 많이 찾을 수 있기도 합니다. <搜神記[수신 기]>(十四[십사])에,

漢[한]나라 靈帝時[영제시]에 江夏[강하] 黃氏[황씨]의 母[모]가 盤中[반 중]에서 멱을 감더니 오래도록 나오지 않다가 변하여 黿[원]이 되었다. 계 집하인이 놀라서 家人[가인]에게 연통을 하여 여러 사람이 달려들 때에는 黿[원]이 深淵[심연]으로 轉入[전입]하여 버렸다. 그 뒤에 가끔 수중에서 나오는데, 처음 멱할 때에 꽂았던 銀釵[은채] 하나가 그냥 머리에 있으니, 이로부터 黃氏[황씨]는 代代[대대]로 감히 黿肉[원육]을 먹지 못하였다. 하는 것,

魏[위]나라 黃初中[황초중]에 淸河[청하] 땅 宋士宗[송사종]의 母[모]가 夏天[하천]에 浴室[욕실]에서 멱을 감는다 하고 집안 대소 식구는 죄다 내 보내고 혼자 방 속에 있기를 이윽하더니, 家人[가인]이 하도 이상스러워서 벽에 구멍을 뚫고 들여다본즉, 사람은 간 곳 없고 盆水[분수] 중에 一大鱉 [일대별]이 있을 뿐이므로, 문을 뜯고 온 식구가 다 들어가나 이미 말 한 마디 통하는 수 없으며, 머리에 꽂았던 銀釵[은채] 여전히 꽂혀 있으며 붙 들고 울어야 하는 수 없고,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만 하므로 단단히 지키더 니, 여러 날 되어 사람들이 마음이 좀 풀린 틈을 타서 그만 문 밖으로 나가 서 쏜살같이 달아나는데 좇으나 따를 수 없고 그만 물로 들어갔다. 후 數日 [수일]에 홀연 돌아와서 온 집안을 돌아다니기를 평일과 같이 하되, 말을 한 마디 하는 일 없이 가버렸다. 時人[시인]이 이르기를, 士宗[사종]이 마 땅히 발상 發喪[ ]하고 服[복]을 입을 것이라고 들하되, 士宗[사종]은 말하기 를 모친의 形相[형상]이 비록 변하였으나 분명 생존한 것이라 하여 마침내 초상을 치르지 아니하였다. 이것은 江夏[강하] 黃氏[황씨] 어머니의 일과 같다.

하는 것과 또,

吳[오]나라 孫性[손성]의 寶鼎元年[보정원년] 六月[유월] 晦日[회일]에 丹 陽[단양] 땅 宣騫[선건]의 母新[모신] 八○[팔공]되신 이가 또한 멱 끝에 화하여 黿[원]이 되기를 黃氏[황씨]의 일과 같거늘, 騫[건]의 兄弟[형제] 四人[사인]이 문을 꼭 닫고 지키며 대청 마루를 뜯고 큰 구덩이를 파고 물 을 부어 놓으니 黿[원]이 구덩이 속에 들어가서 놀면서 數日間[수일간] 항 상 고개를 쳐들고 바깥을 내다보다가 언뜻 문틈 열린 것을 보고는 그만 뛰 어 나와서 쭈르르 深淵[심연] 있는 곳으로 달려 들어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아니하였다.

하는 것 등 거의 비슷한 세 편 이야기를 적었읍니다. 이것은 판에 박은 듯 이 여자들이 멱을 감다가 자라가 되었음을 말하는 것이 특색이지마는, 사람 이 물짐승으로 화하는 때문으로, 우리 어부가 물고기 된 이야기에 비교해 볼 것입니다. <搜神記[수신기]>에는 이 밖에도 水獺[수달]ㆍ돼지 내지 蜘蛛 [지주] 같은 것까지 화해서 미녀자가 되어서 사람을 호리는 여러 가지 이야 기도 실려 있읍니다.

高木氏[고목씨] 硏究[연구] 三二三頁[삼이삼엽].

說話學上[설화학상]에 「ウエ―ルウオルフ(웰울프 또 맨울프) ─ 번역해서 狼人[낭인]이라는 종류의 이야기가 있읍니다. 이리로 변화한 사람이란 말입 니다. 서양에는 이리로 변화하는 예가 많으므로 사람이 동물로 변화한 것을 편의상 통틀어 이렇게 부르게 된 것인데, 사실인즉 반드시 이리에 한하는 것이 아니라, 虎[호]도 있고 熊[웅]도 있고 鹿[록]ㆍ狐[호]ㆍ蛇[사]ㆍ魚 [어]ㆍ鳥[조] 등 온갖 동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이 투의 이야기는 세계 어디든지 다 행하고 인도와 지나에도 무론 많이 있고, 우리 조선에도 고래 로 작다 할 수 없을 만큼 여러 가지 실례가 있는 터입니다. 前者[전자]에 말씀한 <於于野談[어우야담]>에 나오는 果川[과천] 狐峴[호현]의 지명 기원 설화가 이미 적절한 一例[일례]가 되는 것인데, 여기서 우리는 狐峴[호현] 의 전설은 실상 지나에 행하는 造畜術[조축술]이라 하는 민간 신앙하고 관 련이 있음을 말씀하기 위하여 <聊齋志異[요재지이]>의 「造畜[조축]」(卷十 四[권십사]이라는 이야기를 잠깐 소개해 두겠읍니다. (桂南方[계남방] 三一 四[삼일사])

강남 지방에는 사람을 변하여 짐승 만드는 술법이 돌아다니더니 이것을 造 畜[조축]이라고 이른다. 揚州[양주] 땅 어느 旅店[여점]에 웬 사람이 나귀 다섯 마리를 끌고 와서 구유간에 잡아매고, 「내가 저기 잠깐 다녀올 것이 니 그 동안에 아무것도 먹이지 말라」고 하면서 나갔다. 나귀들이 暴陽[폭 양]을 쐬고 더워서 소리를 지르고 땅바닥들을 두드리므로, 주인이 귀가 시 끄러워 서늘한 음지쪽으로 끌고 갔더니, 나귀가 물을 보고 얼른 달려들어 꿀떡꿀떡 켜고 한바탕 땅바닥에 누워 뒹굴더니 화하여 여인이 되거늘 괴상 하여 곡절을 물으나 혀가 굳어서 말을 못 하는지라, 그만 방중[房中]으로 들여가 숨겼다. 고대 나귀 주인이 돌아와 양 다섯 마리를 안뜰로 몰아들이 면서, 놀라서 나귀가 어디 갔느냐고 묻거늘, 주인이 그 사람을 끌어다가 앉 히고 酒饌[주찬]을 갖추어 대접하면서 이르기를, 「우선 요기나 하시오. 나 귀가 곧 오리다」하고서 주인이 나가서 양 다섯 마리를 모조리 물을 먹이 니 뒹굴뒹굴 구르다가 화하여 童子[동자]가 되었다. 몰래 관가에 고발하여 군졸을 풀어 잡아다가 數罪[수죄]하고 죽여 버렸다.

하는 이야기를 보면, 여우 고개의 사람으로서 변화된 소가 무우를 먹고 도 로 사람 되는 투의 출처를 짐작할 것입니다.

사람이 화하여 有情物[유정물] ─ 새, 짐승 같은 것이 되는 것은 그만 두 고, 無情物[무정물] ─ 돌이나 물 같은 것이 된다는 이야기도 옛부터 內外 [내외] 諸國[제국]에 다 행하는 바입니다. 유명한 漢[한]나라 張良[장량]의 선생님이 黃石公[황석공]이라 해서 사람인가 하면 黃石[황석]이요 黃石[황 석]인가 하면 사람이매, 張良[장량]이가 어리둥절했다는 이야기가 이미 그 것이거니와, 支那[지나]에는 사람이 화해서 돌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가지가 지로 많이 있읍니다. 소년 과부가 기어이 정절을 지키려 하는 것을, 부모나 웃어른이 뜻을 빼앗으려 하면 물에 빠져 성금을 세우고, 그 단단한 마음이 화해서 돌이 되었다는 이른바 貞婦石[정부석]이라는 것, 멀리 나가 돌아오 지 않는 남편을 사모하여 항상 높은 산상 같은 데서 남편 있는 쪽을 바라보 다가 못하여, 마침내 돌이 되고 말았다는, 이른바 望夫石[망부석]이라는 것 따위만 해도 각처에 있는 것을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하며, 이 밖에도 신선ㆍ어부 등이 화해서 생겼다는 돌도 허다히 많습니다. 또 妬忌[투기] 대 단한 여인이 죽어서 나루터도 되고 샘물도 되어서, 무릇 젊은 여인이 곱게 차리고 지나가려 하면 물결을 일으킨다 안개를 피운다 하여 고생을 시킨다 는 곳도 여기저기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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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선에도 무릇 이러한 전설의 임자가 있읍니다. <高麗史[고려사]>의 樂志[악지]에도 백제의 古歌[고가]라는 禪雲山曲[선운산곡]을 올리고 설명 하기를,

長河縣人[장하현인]이 군사로 나가서 기한이 지나되 돌아오지 아니하므로 그 처가 그리워서 禪雲山[선운산]에 올라가서 바라보고 노래한 것이다. 한 것도 있거니와, 전라도 茂長[무장] 禪雲山[선운산]의 어느 마루에는 시 방도 사람 형상으로 생긴 돌이 있어, 이것을 望夫石[망부석]이라고 부르는 것을 나도 연전에 지나면서 보았읍니다. 또 <晴窓軟語[청창연어]>란 책에, 개성 명기 黃眞伊[황진이]가 본대 士人[사인]의 딸로서 어느 남자를 실연시 켜 죽게 한 후에, 그 원인이 된 인간의 계급과 예절이라는 防範[방범]을 타 파하자는 반항 정신으로부터 그만 떨치고 나와서 기생이 되어, 일종의 속죄 적 봉사라 할 생활을 하고, 죽은 후에도 영원히 남자의 목마름을 축여 주리 라는 뜻으로, 長湍[장단]으로부터 개성으로 들어가는 어느 꽤까다로운 고갯 목에 맑은 샘으로 화하여 있어서, 지나는 손마다 이것을 떠 먹고 시원함을 느끼게 하였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읍니다. 이런 것들도 다 사람이 물건으로 변화하는 종류의 이야기에 집어넣을 것입니다.

희랍의 신화나 支那[지나]의 고전에도 사람과 식물이 서로 화하는 이야기 도 퍽 많이 있어서, 그것이 문학 예술상에 중요한 지위를 차지함은 누구나 잘 아는 바와 같습니다. 이를테면 희랍 신화에,

太陽神[태양신] 아폴로가 페네우스 강변에 사는 다프네(Daphne)란 색시를 戀愛[연애]하여 一[일]년을 두고 사랑을 구하니, 다프네가 쫓겨 다니다 못 하여 옷사 山[산]으로 올라가다가 그 부친에게 구원을 청한대, 부친이 그를 안개 속에 싸 가지고 그만 月桂樹[월계수]로 변화해 주었다. 아폴로가 달려 와서 월계수를 껴붙들고 입을 맞추려 한즉, 가지가 다른 쪽으로 돌려대서 그것을 피하였다. 그러나, 아폴로는 「그대는 내 아내가 되어 주지 아니하 였지마는, 나는 기어이 그대를 내 소유를 만들리라. 그대로써 내 갓을 만들 고 내 거문고와 弓矢[궁시]를 꾸미리라. 영구한 청춘이 나의 소유인 것처럼 그대도 항상 푸르고 시들어짐이 없으리라」하니 월계수 된 다프네도 이 말 에는 감격하여 고개를 숙이고 고마와하였다.

하는 것이 이미 그 하나입니다. 이번 올림픽 대회에서 우리 손기정ㆍ남승룡 양 선수의 머리에 그 영광을 표창하여 준 월계관이란 것이 실상 이러한 출 처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역시 아폴로에 관계되는 신화에,

수중의 선녀인 클뤼티에(Klytie)가 깊이 아폴로를 사모하나, 이번에는 아 폴로가 그 사랑을 받지 아니하니, 클뤼티에가 낙심하여 終日終夜[종일종야] 축축한 땅바닥에 앉아 땋은 머리를 풀어 헤치고, 九[구]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다만 샘솟듯 흘러나오는 제 눈물과 차디찬 이슬만을 받아 마시면 서, 아침에 태양신 아폴로가 동천에 오르면 다만 그것을 바라보고 온종일 그 발측을 좇아서 저녁 서해로 들어갈 때까지 잠시도 눈을 떼지 아니하고 지냈더니, 어언간 그 몸에서 뿌리가 내려서 흙으로 들어가고, 그 얼굴은 꽃 이 되어 해 가는 데를 따라가게 되었다. 해바라기란 꽃은 이 클뤼티에의 설 움이 뭉쳐 된 것이다.

하는 것이 있읍니다. 동양에서는 임금을 해에 비하고, 해바라기는 해를 따 르기만 한다 해서 이 꽃을 충신의 심벌로 아는데, 서양에서는 희랍 신화에 의지하여 남녀간의 연모를 표시하는 줄로 알기도 합니다. 이 밖에 아프로디 테 여신과 아도니스란 美丈夫[미장부]의 연애 비극의 결과로, 여신의 눈물 에서 아네모네란 화초가 나고 아도니스의 피가 장미화의 붉은 빛이 되었다 는 것이며, 트로이 전쟁의 최대 용사인 아작스가 홧김에 취태 부린 일을 후 회하여 자살하매, 그 혼령이 변하여 오늘날 우리가 관상하는 서양 화초 중 의 명품이 되는 히아신드 風信子[풍신자]가 되었다는 것 등, 희랍 신화에 꽃 그것보다도 아름다운 꽃의 내력을 말하는 이야기가 허다히 있읍니다. 이 러한 신화를 배경으로 해서 花[화]를 기호로 하여 일정한 의미를 나타내게 하는 花詞[화사](꽃말 Language of flower, Florigraphy ─ 백합은 순결, 蓮花[연화]는 웅변, 아카시아는 비밀한 사랑, 매화는 高潔[고결], 감람은 평화, 월계수는 명예)라 하는 풍습이 희랍에서 구주 각국은 물론이요, 시방 우리 時體[시체] 좋아하는 청년의 사이에도 행하게 되기도 한 것입니다. 조선 노래의 花篇[화편],

牧丹[목단]은 花中王[화중왕]이요 向日花[향일화]는 충신이로다. 蓮花[연 화] 君子[군자]요 呆花[매화] 山人[산인]이라. 국화는 隱逸士[은일사]요 매 화 寒士[한사]로다. 박꽃은 노인이요 石節花[석절화]는 소년이라. 葵花[규 화]는 무당이요 해당화는 창녀로다. 이 중에 梨花[이화]는 詩客[시객]이요 紅桃碧桃[홍도벽도] 三色桃[삼색도]는 風流郞[풍류랑]인가 하노라.

하는 것은 좀 인품적으로 치우친 병은 있지마는, 그대로 동양 사상에 기본 한 조선의 花詞目錄[화사목록]쯤으로 보아도 가할 것입니다.

支那[지나]의 식물 ─ 草木花卉[초목화훼]에 관한 전설은 분량도 많고 내 용도 재미있으며, 또 草木花卉[초목화훼]의 내력을 말하는 전설의 아름다 움, 그 희곡적인 점은 희랍의 그것에 비해서 一段[일단]의 애절함을 느끼게 하는 것들이 있읍니다. 그 일부분은 조선에 전해 와서 아낙네, 어린애 들도 심상히 입술에 오르내리는 것이 있으니, 곧 虞美人草[우미인초]니 楊貴妃 [양귀비]꽃이니 하는 것 같음이 그 一[일], 二[이]의 예입니다. 두 가지가 다 罌粟科[앵속과]의 식물로 대개 사촌 관계쯤의 것이지마는, 一[일]에 麗 春花[여춘화]라 하는 것을 一[일]에 虞美人草[우미인초]라 함은 支那[지나] 昔日[석일]부터 일로, 六朝[육조] 이래의 시에 이것을 읊은 것이 많은 터이 거니와, 罌粟花[앵속화]를 양귀비의 화신이라 함은 支那[지나] 기타에 출처 가 없고, 아마 조선인의 창설인 듯합니다. 여하간 罌粟科[앵속과] 꽃의 楚 楚可憐[초초가련]하여 한에 겨워하는 듯한 양이 이러한 전설을 유발하는데 支那[지나]에서 우미인을 가져다가 댐에 대하여, 우리의 先民[선민]이 양귀 비까지를 끌어들인 것은 재미있는 일이라고도 하겠읍니다. 이렇게 어느 누 가 죽어서 무슨 꽃으로 화하였다고 하는 것보다도, 꽃의 정령이 아름다운 여자로 화하여 매양 良辰[양진] 美景[미경]에 혹 혼자 나와서 놀기도 하고 또 글 읽는 소년 선비를 홀렸다는 이야기가 支那[지나]에 더 많습니다. 저 <酉陽雜爼[유양잡조] 續集[속집]>에,

唐[당]나라 天寶年間[천보연간]에 處士[처사] 崔玄微[최현미]가 혼자 山亭 [산정]에서 늦어가는 봄을 아끼는데, 달 밝은 밤에 웬 靑衣[청의]가 와서 잠깐 國中[국중]의 길을 빌어 몇 낱 女伴[여반]을 데리고 가고파 한다 하므 로 이를 허락하였더니, 그 이끌고 오는 이의 綠衣[녹의] 입은 이에는 楊氏 [양씨]ㆍ李氏[이씨]ㆍ陶氏[도씨]란 이가 있고, 緋衣[비의] 소녀는 姓[성]이 石名[석명] 阿措[아조]라 하여 封十八姨[봉십팔이]란 이를 청하여다가 놀이 를 하고 공론도 하다가 헤어졌는데, 뒤에 요량해 보니 다 衆花[중화]의 精 [정]이요, 緋衣少女[비의소녀] 石阿措][석아조]라던 것은 安石榴[안석류] 요, 封十八姨[봉십팔이]란 것은 風神[풍신]이며, 이네들이 仙藥[선약]을 가 져다 주어 언제까지고 늙지 않음을 얻으니라.

한 것은 그 가장 어수선한 一[일]편 설화입니다.

<今古奇觀[금고기관]>에 灌園叟晩逢仙女[관원수만봉선녀]란 一[일]편은 곧 이것으로 본을 삼아서 또 한편 花靈小說[화령소설]을 만들어 낸 것임은 흔 히 아실 바와 같습니다. <龍城錄[용성록]>에,

隋[수]나라 開皇年間[개황년간]에 趙師雄[조사웅]이란 이가 羅浮[나부] 땅 으로 향해 가는데, 一[일]일은 天寒日暮[천한일모]한데 주막집 곁에서 淡粧 [담장]한 미인이 나와 맞는 것을 만나서, 雪中[설중]에 따뜻한 술을 서로 나누면서 잘 놀았더니, 술이 깨고서 보니 몸이 大梅樹下[대매수하]에 있었 더라.

하는 것은 대개 雪滿山中高士臥[설만산중고사와], 月明林下美人來[월명임하 미인래]라는 詩[시]를 具體化[구체화]한 이야기려니와, 이런 유의 이야기는 여러 가지 꽃에 관하여 무수히 발견되는 바입니다. 밤마다 어느 舍廊[사랑] 의 窓外[창외]에 와서 누르고 여윈 손을 들이밀고 말참례를 하고 가는 놈이 있는 것을, 그 손에 실을 잡아 매었다가 밝는 날 따라가서 보니 뒷동산의 葡萄[포도]순이더라(宣室志[선실지]) 하는 것 같음도 재미있는 한 意匠[의 장]입니다. 또 古木[고목]에는 반드시 신령이 들어 있어서, 이것을 베면 신 령이 나와서 책망도 하며, 재앙도 주고, 어떤 것은 벨 때에 피가 난다는 이 야기도 퍽 많이 있읍니다. 이것은 저 희랍의 신화에 삼림과 수목에는 님프 라는 여신이 그 정령으로 들어 있어서, 함부로 나무를 베면 그를 다쳐서 피 가 나고, 크게 그 버력을 입는다는 것과 아마 一[일]맥이 서로 통하는 성도 싶습니다.

조선에도 壇君[단군]의 나라 배포가 이미 神壇樹下[신단수하]라 하는 것처 럼, 모두 신성한 처소에는 반드시 신성을 표하는 수림이 있었으니, 경주의 계림 이하 허다한 숲은 다 신라 시절 신성한 처소의 遺址[유지]요, 시방도 각 지방 동리마다에 있다시피 하는 堂山[당산] 나무도 실상 그 유풍임이 무 론입니다. 그리고 老樹[노수] 巨木[거목]에는 반드시 신앙적 사실이 부수해 있고, 그 수가 全道[전도]를 통틀면 수천이 넘을 것입니다. 연전 당국에서 조사 발행한 <朝鮮巨樹老木名木誌[조선거수노목명목지]>에 오른 것만 해도 총 일팔공공 一八○○[ ]주에 동리의 제사 대상 된 것이 四六○[사륙공]입니 다. 그러나, 이 조사가 반이나 되었을는지 무릇 의문입니다. 이렇게 수목 숭배의 사실이 현저할 바에 그 신앙의 내력을 말하고 존엄한 가치를 표시하 는 전설도 의당 많이 있을 것을 생각할 수 있지마는, 오늘날 실제에는 식물 에 관한 전설, 희랍이나 支那[지나]에 비할 만한 아름다운, 또 재미있는 전 설은 그리 많이 있달 수 없읍니다. 연전에 남도 지방에 계신 어느 서양 선 교사의 부인이 자기 손으로 寫生畵[사생화]를 만들고 또 글을 지어서, 조선 의 식물과 및 그 전설이라는 훌륭한 책을 저술한 것이 있지마는, 그 외관의 화려함에 비하여 그 내용 ─ 收載[수재]된 전설은 암만해도 빈약 적막한 느 낌이 없지 아니합니다. 원채 밑바탕이 부실하니까 하는 수 없겠지요. 식물 변화의 이야기와 더욱 그 文致上[문치상]에 있는 유물은 더한층 蕭條零落 [소조영락]한 느낌이 있기는 하되, 약간 재미있는 실례가 없지는 아니합니 다. 신라뿐 아니라 어느 의미에서는 조선 한문학의 시조라 하여도 가한 薛 聰[설총]이란 어른의 花王喩[화왕유]란 글,

花中王[화중왕]인 牧丹[목단]의 앞에 朱顔玉齒[주안옥치] 鮮粧靚眼[선장정 안]의 經世佳人[경세가인]인 薔薇[장미]가 나타나서 薦枕[천침]하기를 請 [청]하는데, 布衣韋帶[포의위대] 戴日持杖[대일지장]한 路旁[노방]의 白頭 翁[백두옹]이 나와서 좋은 이야기를 하겠다 하니, 왕의 마음이 佳人[가인] 에게로 기울어지거늘, 白頭翁[백두옹]이 「왕께서 잘나신 줄 알고 찾아왔더 니, 역시 凡衆[범중]하시구료. 무릇 人君[인군] 된 이는 옛부터 親近邪侫 [친근사녕] 踈遠正直[소원정직]함이 通例[통례]이다 싶으니 어쩔 수 있으리 까」하여 왕이 크게 깨우쳐 佳人[가인]을 물리치고 白頭翁[백두옹]을 붙들 었다.

는 사연입니다. 이것이 이미 식물이 사람으로 변화함으로써 내용의 일부를 삼은 것이지마는, 이것은 우화이매 그만두고 <三國遺事[삼국유사]>를 떠들 어 보면 분명한 식물의 변화어를 약간 발견할 수 있읍니다. 우선 신라 味鄒 王[미추왕] 시절의 竹葉軍傳說[죽엽군전설],

신라의 朴[박]ㆍ昔[석]ㆍ金[김] 三王統中[삼왕통중] 金氏[김씨]의 시조가 되는 味鄒王[미추왕]이 돌아가고, 그 다음 代[대]인 儒理王[유리왕] 시절에 伊西國[이서국]이 와서 신라 金城[금성]을 침노하니, 신라의 병력이 부쳐서 형세가 자못 위급한 판에 홀연 서투른 軍士[군사]의 떼가 와서 신라 편을 드는데 귀에 일제히 죽엽을 끼웠다. 國軍[국군]과 倂力[병력]하여 적군을 물리치고는 그만 간 곳이 없는데 다만 보니 죽엽이 味鄒王陵[미추왕릉] 앞 에 쌓였으므로, 비로소 先大王[선대왕]이 저승에서 도우심인 줄 알고 이 때 문에 그 陵[능]을 竹現陵[죽현릉] ─ 대 잎새 꽂은 군사의 나온 陵[능]이라 고 불렀다.

하는 것은 味鄒王[미추왕]이 죽엽을 화하여 軍士[군사]를 만들어서 국가의 환란을 구원하였다는 것입니다. 前者[전자]에 말씀한 신라의 惠通法師[혜통 법사]가 중국에 있으면서 制馭[제어]해 쫓은 毒龍[독룡]이 신라로 와서 文 仍林[문잉림]에 자리를 잡고 장난을 하매, 鄭恭[정공]이란 이가 唐[당]에 가서 그런 말을 하여 惠通[혜통]이 곧 귀국하여 文仍林[문잉림]에서 다시 몰아내니, 毒龍[독룡]이 鄭恭[정공]을 미워하여 그 집 문앞에 버드나무가 되어 鄭[정]의 사랑을 받다가, 마침 國喪[국상]이 나고 因山[인산]이 나가 노라고 길을 넓히기 위하여 그 버들을 베라는 영이 나되 鄭恭[정공]이 듣지 를 안하여, 이 때문에 나라에 잡혀 죽게 되었다 하는 것도 다른 물건이 수 목으로 변하는 투의 한 이야기입니다. 또 包山二聖[포산이성]이란 제목 하 에 있는 신라 시절에 觀機[관기]ㆍ道成[도성] 두 법사가 所瑟山[소슬산]에 숨어 十里許[십리허]를 격하여 남북 두 마루에 각각 암자를 엮고 지내는데, 여기서 저기 법사를 부르려면 산중의 나무가 죄다 그 쪽으로 기울어지고, 저기서 여기를 청하려 하면 죄다 이 쪽으로 씨그러졌다는 이야기도 반드시 변화는 아니로되 또한 나무의 신령스러움을 표하는 이야기임이 무론입니다. 또 이조의 <靑坡劇談[청파극담]>에,

坡城君[파성군]의 댁은 興仁門[흥인문]에 있으니 그 문 앞에 큰 槐樹[괴 수]가 있었다. 坡城君[파성군]의 婿[서] 某[모]가 어느날 밤 그 집으로 돌 아올 때에 射廳[사청]의 前路[전로]로 해서 길을 질러오려 한즉, 이윽한 밤 중이거늘 거기 무수한 무사들이 모여서 활 쏘는 이, 말 달리고 창 쓰는 이, 擊毬[격구]하는 이, 온갖 무예들을 한참 경쟁하노라고 射廳[사청] 앞이 뿌 듯하였다. 婿[서] 某[모]가 그 앞을 지나서 집으로 향하려 한즉, 「저런 무 례한 놈 봐라」하고 무사들이 덤벼서 금세 그를 결박해 놓고 치고 때리고 걷어차서 용서를 청하나 듣지 안하였다. 앞으로 무서워서 어쩔 줄을 모르더 니, 홀연 한 장군 같은 偉丈夫[위장부]가 여러 사람 틈에서 우뚝 나서서, 「이 양반은 우리 댁 서방님이시다. 이것들이 웬 일이냐?」고 나무라고 얼 른 그 결박을 끄르고 어깨로 업어서 집으로 데려왔다. 그이가 집 문으로 돌 아와서 뒤를 돌아다보니 그 장부가 槐花[괴화]나무 밑까지 가자마자 그만 형용이 보이지 아니하였다. 이 허다한 武士[무사]들은 鬼衆[귀중]이요, 一 [일]장부는 槐樹[괴수]의 정령이었다.

하는 것은 나무가 분명 사람으로 변화했다는 이야기의 一[일]예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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支那[지나]식의 화목 정령 변화담도 조선에 더러 있읍니다. 이를테면 李德 洄[이덕회]의 <竹窓閒話[죽창한화]>에,

우리 族人[족인] 金縣監[김현감]의 집이 인왕산 하에 있어 뜰에 장미화가 굉장하여 이를 사랑하더니, 하루는 베개를 비겼노라니까 홀연 黃衣丈夫[황 의장부]가 와서 인사하고 하는 말이, 「내가 당신 댁에 있어 여러 대 門庭 [문정]을 호위하고 나오는 터인데, 요사이 당신 아드님이 무례가 심하여 항 상 더러운 물로 내 면목을 더럽히고 가지가지 창피히 구는 일이 많으니, 그 것을 금단하셔야지 그렇지 않으면 좋지 못한 일이 있으리라」하고 말이 마 치자 장미화로 들어가거늘, 놀라 꿈을 깨어 무슨 일인고 하였더니, 그 한 아들이 장미화 나무 밑에 소변을 깔겨 잎새와 꽃이 다 더러워지거늘, 「옳 지! 이 일이로군」하고 곧 불러서 꾸짖고 물을 가져다가 더러운 것을 다 씻어주고 詩[시]를 지어 사과하여 아무 일이 없었다. 또 南中[남중]의 어느 원은 그 동헌 앞에 小池[소지]가 있고 池中[지중]에 小島[소도]가 있고, 島 上[도상]에 老梅[노매]가 있어 古査[고사]가 엉클덩클 龍蛇[용사]처럼 뒤틀 려졌더니, 그 손자의 年少好事[연소호사] 하는 者[자] 한곁지내 있음을 싫 어하여서 동헌 뜰 앞으로 옮겨 오는데, 뿌리를 캐어 보니 깊고 널리 온 섬 에 퍼져서 섬이 거의 헐어질 뻔하고 간신히 옮겼던 바 그 소년의 꿈에 한 白頭翁[백두옹]이 와서 말하기를, 「내가 이 땅에 安居[안거]하기 거의 백 년이거늘 네가 무고히 내 집을 헐고 내 몸을 다쳐 내가 살 수 없이 되었으 니 너도 이 세상에 오래 있지를 못하리라」하고 노기가 낯에 그득해 가므 로, 그이가 그제는 몹시 뉘우쳤으나 저지른 일이라 할 수 없고, 그 매화가 그만 말라 죽고 미구에 이 소년도 세상을 떠났다.

하는 것 같은 예가 있읍니다. 돌이켜서 근래의 민간 설화를 살피건대, 또한 약간의 遺珠[유주]가 없지 아니합니다. <콩쥐 팥쥐> <흥부 놀부>와 기타 민 담의 중에 그 뿌리를 구경하지마는, 여기는 <흥부 놀부> 이야기의 類話[유 화] 하나를 소개하겠읍니다.

한 사람이 아들 형제를 데리고 살다가 죽으니, 형이 세간살이를 혼자 물려 가지고 아우에게는 피천 한 닢 주지 않고, 게다가 어미 누이들 딸림추를 다 내어맡겼다. 그래서, 아우가 농사를 짓는다 나무를 한다하여 僅僅得生[근근 득생]한다는 것이 오죽지 아니한데, 그래도 천성이 仁孝[인효]하여 어머니 봉양과 누이동생 거느릴 수 있는 정성을 다하였다. 가을날 하루는 산중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가 상수리가 하나 발 앞에 떨어지매, 「옳지! 어머니 가져 다 드려야겠군」한즉 이상하다 땅바닥에서 그대로 입내내는 놈이 있으므로 살펴본즉, 조그만 남생이 한 마리가 엎드려서 그리 하는 것이었다. 또 하나 가 떨어지매, 「이번에는 누님 드리고」하니 남생이도 따라서 「이번에는 누님 드리고 ─」하며, 또 하나가 떨어지매, 「이번에는 누이동생 ─」 「이번에는 우리 마누라 ─」「이번에는 우리 아들놈 ─」「이번에는 나 먹고 ─」한즉, 남생이도 그대로 입내를 내었다. 그래 상수리 일곱 개를 줍고 고놈 남생이가 기이하니 그것도 가져다가 남에게 구경시키리라 하고 주워서 허리춤에 넣고 동리로 돌아와서, 「말하는 남생이 구경들 하시오」 하고 외치고 다닌즉, 금새 허다한 사람들이 몰려 나와서 모두 처음 보는 것 이라고 嘖嘖稱嘆[책책칭탄]하고, 한 닢 두 닢 돈들을 내어놓아서 금세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 일부러 이 남생이를 구경거리로 하여 이리저리로 다니면 서 돈도 벌고, 벌어 온 돈을 늘이기도 하여 어언간 가세가 좋이 피었다. 兄 [형]이 아우가 살 걱정이 없다는 말을 듣고 어떻게 그리 되었느냐고 묻거 늘, 사실을 말하니 욕심이 더럭 나서, 「그러면 그 남생이를 좀 빌어 달 라」고 하므로 어진 아우가 곧 그리 하였다. 그래 형이 남생이를 가지고 나 가서 거리로 다니면서, 「말하는 남생이를 구경하시오」하고 외고 다녀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는데, 아무 소리를 하여도 입내를 내지 아니하여, 이놈 거짓말장이라 하여 매만 실컷 맞고 노자만 허비하고 憤[분]김에 그 남 생이를 바윗돌에 내어부쳐서 그만 죽였다. 아우가 이 말을 듣고, 「신세를 많이 진 남생이인데 에구 불쌍해라」하고 그 주검을 거두어다가 뒷동산 깨 끗한 곳에 곱게 파묻어 주었다. 얼마 지나서 그 무덤 한가운데서 파란 것이 나오더니만, 아침이면 이슬을 먹고 낮이면 볕을 쬐는 동안에 무럭무럭 자라 서, 얼마 아닌 동안에 구름을 뚫고 하늘로 사무쳐서 천상의 보고를 찔렀던 지 금은 보배가 밤낮없이 나무를 타고 내려와서, 뜰이 그득하고 집안이 그 득하고 庫[고]집을 지으면 庫[고]집에 꽉꽉 차서 금세금세 천하에 제일 가 는 큰 장자가 되었다. 형이 게염도 나고 욕기도 떠서 그 나무의 한 가지를 얻어다가 뜰에 심었더니 , 과연 우쩍우쩍 자라서 하늘을 찌르매, 「옳다! 금 은 보배가 쏟아진다」고 식구를 모아 가지고 기다린즉, 쏟아지기는 쏟아지 는데 금은 보배가 아니라 똥구덩이를 찔러서 누르고 냄새나는 견딜 수 없는 것이어서, 그만 온 집이 여기 파묻히고, 형은 부끄럼을 무릅쓰고 식구를 끌 고 아우의 집에 와서 얻어먹고 지내게 되었다.

하는 것이 있읍니다. 남생이가 화하여 나무가 되어 가지고 끝까지 어진 아 우를 도와준 것입니다.

또 인삼은 이름과 같이 형상부터 사람으로 생기고, 또 기사회생하는 신력 영검이 있다 하는만큼 그 변화의 기담, 특히 童子蔘[동자삼]의 이야기는 조 선, 支那[지나]를 통틀어 허다히 많은 것은 누구나 아는 바와 같습니다마 는, 여기는 그것을 말씀할 겨를이 없읍니다. 마지막으로 비교적 근세에 멀 리서 전래한 바 담배에 관한 一[일]례를 말씀하겠읍니다. 담배가 그 원산지 인 西印度[서인도]의 土語[토어] Tobbacco를 전한 말임은 새삼스레 말할 것 도 없는 바이거니와, 옛날에는 이것을 한자로 痰破塊[담파괴]니 담파고[淡 婆姑]니 踏花鬼[답화귀]니 하는 對音[대음]을 쓰고, 먹으면 痰[담]이 삭기 때문이라는둥 淡婆姑[담파고]라는 女人[연인] 혹 踏花鬼[답화귀]라는 妓生 [기생]이 어쨌다는둥 하는, 이른바 望文生義的[망문생의적] 전설이 생겼읍 니다 저 <林下筆記>에,

南蠻國[남만국]의 여인 淡婆姑[담파고]란 者[자]가 痰疾[담질]을 앓더니 담배를 얻어 먹고 나았으므로 그 사람 이름에 인하여 풀 이름을 담파고[淡 婆姑]라 하였다는 말도 있거니와, 또 一[일]설에는 元時[원시]에 기녀 踏花 仙[답화선]이란 者[자]가 있어서 사후의 그 塚上[총상]에 만인을 기쁘게 할 양으로 이 풀이 나니 그래서 踏花鬼[답화귀]라고 한다느니라.

하는 것 같음이 그것입니다. 이 외에도 담배에 부수해 있는 전설이 또 있거 니와, 우선 踏花鬼[답화귀] 云云[운운]이라는 植物化生[식물화생]의 이야기 와 함께 이 蠱惑的[고혹적] 기호품이 만인의 입술에 오르내리게 된 것으로 매우 재미있게 보고 싶습니다.

이상으로써 변화를 내용으로 하는 전설 중에서 動植鑛物[동식광물] ─ 禽 獸虫魚[금수충어]ㆍ草木花卉[초목화훼]ㆍ岩石井湖[암석정호] 등이 화하여 사람이 되기도 하고, 사람이 化[화]하여 動植[동식] 鑛物[광물]이 되기도 하는 부분을 약간 고찰해 보았읍니다. 다시 내켜서 물건이 물건끼리 서로 변화하고 사람이 사람으로 , 서로 변화한 부분을 말씀해야 변화에 관한 전면 을 다 하게 될 것이지요마는, 이번에는 이미 그러할 여유를 가지지 못함을 유감이라 할밖에 없읍니다.

요하건대 천지 만물이 이렇게 자유로이 형상을 바꾸어서 이것이 저것도 되 고 저것이 이것도 된다 하는 관념은 인류의 미개한 어느 시대로부터 있어 오던 바, 곧 그네의 혼령 사상으로부터 근원이 발해 오는 것입니다. 곧 천 지 만물은 겉으로 나타난 형상의 밖에 따로 정기나 혼령이란 것이 들어 있 는데, 이 정기와 혼령은 무형 무제한한 것으로 어디로든지 마음대로 드나들 고 왔다갔다 하는 능력을 가져서, 필요한 대로 어느 물건을 빌어서 그 조화 를 나타낸다 하는 원시적 철학입니다. <周易[주역]>에 있는 遊魂爲變[유혼 위변]이라는 것이 이미 이 계단의 사상을 표한 것입니다. 유명한 철학자, 심리학자인 분트가 그 민족 심리학의 중에 인류 발달의 둘째 큰 시기인 토 테미즘적 시대의 영혼 신앙으로 지적한 프시케, 번역하여 遊離魂[유리혼]이 라 한 것이 역시 그것입니다. 유리혼의 관념이 성립함으로부터 인류의 종교 의 신화는 비로소 활발한 비약과 광범한 발달을 보이고, 이 중에서 허다한 정령과 신령이 생겨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변화물, 일본어로 バケモノ(바케 모노)라는 것도 무론 이때로부터 시작하여 생긴 것입니다. 그러나, 변화물 의 종류와 및 그 전설의 내용이 복잡하고 또 세련되기는 이로부터 훨씬 시 대를 거듭하여 점차로 성취하였을 것은 무론입니다. 조선에 있는 변화물의 관념과 및 그 전설도 그 시초가 원시 시대의 심리에 나왔을 것은 무론이지 마는, 그 발달의 과정에 支那[지나]ㆍ인도 등 외래 문화의 영향이 컸음은 上來[상래]에 實例[실례]로써 말씀해 온 바와 같습니다.

<一九三八年四月十四日[일구삼팔년사월십사일]∼五月二日[오월이일] 每日申報[매일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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