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오즈의 마법사/제20장


제20장 앙증맞은 도자기 나라


나무꾼이 숲에서 나무를 잘라 사다리를 만드는 동안 도로시는 누워 잠이 들었다. 오랫동안 걸어서 힘들고 지쳤기 때문이었다. 사자도 잠을 자기 위해 몸을 둥글게 말았고, 토토는 사자 옆에 자리를 잡았다.


허수아비는 나무꾼이 일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이 벽이 왜 여기에 서 있는지, 그리고 무엇으로 만든 것인지 모르겠어.”


나무꾼이 대답했다.
“머리를 좀 식히고 벽에 대해서는 걱정하지마. 저 위에 올라가게 되면 반대편에 뭐가 있는지 알게 될테니까.”


시간이 좀 지나자 사다리가 완성되었다. 사다리는 조금 엉성해 보였지만, 양철나무꾼은 벽을 올라가기에는 부족함 없이 튼튼하다고 장담했다. 허수아비는 도로시와 사자와 토토를 깨워 사다리가 준비됐다고 말했다. 허수아비가 제일 먼저 사다리를 올라갔다. 하지만 너무 서툴고 위험해 보여서 도로시가 그 뒤에 바짝 붙어 따라가면서 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주어야만 했다. 허수아비는 벽 꼭대기 위로 머리를 내밀자마자 탄성을 질렀다.
“우와, 세상에!”


“어서 올라가” 하고 도로시가 소리 쳤다.


허수아비는 조금 더 올라가서 벽 위에 걸터 앉았다. 도로시도 벽 위로 얼굴을 내밀면서 허수아비와 똑같이 “어머, 세상에!”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토토는 벽 위에 올라서자 마구 짖어대서 도로시가 조용히 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 다음으로 사자가 사다리를 올라왔고, 마지막으로 양철나무꾼이 올라왔다. 이 둘도 역시 벽 너머를 바라보며 “우와, 세상에!” 하고 소리쳤다. 그들은 모두 벽 꼭대기에 일렬로 앉아 신기한 광경을 내려다 보았다.


그들 앞에는 커다란 접시의 바닥처럼 매끈하고 반짝거리는 하얀 바닥으로 이루어진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많은 집들도 모두 도자기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화사한 색깔이 칠해져 있었다. 이 집들은 아주 작았는데, 가장 큰 집도 도로시의 허리 정도 높이 밖에 되지 않았다. 그 중에는 도자기 울타리를 가진 작고 예쁜 헛간도 있었다. 또한 도자기로 만들어진 많은 소, 양, 말, 돼지, 닭들이 무리를 지어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신기한 것은 이 기묘한 나라에 살고있는 사람들이었다. 소에게서 젖을 짜는 아가씨와 양치기 소녀가 보였는데, 그들은 밝은 색 옷에 황금빛 물방울 무늬가 있는 가운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금색, 은색, 자주색의 굉장히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공주들도 있었다. 또한 분홍색, 노란색, 파란색 세로 줄무늬가 있는 반바지를 입고 금색 버클이 달린 신발을 신은 양치기들도 있었다. 머리에 보석으로 장식된 왕관을 쓰고 비단 옷과 담비 가죽 망토를 걸친 왕자들도 보였다. 볼을 빨간 점으로 분장하고, 높고 뾰족한 모자를 쓰고, 주름진 옷을 입은 우스꽝스런 광대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 무엇보다도 신기한 것은 이 사람들이 모두 도자기로 만들어져 있고, 그들의 옷까지도 도자기라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매우 작아서 가장 키가 큰 사람이 도로시의 무릎 높이 정도였다.


몸집에 비해 커다란 머리를 가진 조그만 보라색 도자기 강아지 한 마리 외에, 그곳의 어느 누구도 도로시와 친구들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 강아지는 벽 쪽으로 다가와서 그들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짖어대더니 곧 멀리 달아나 버렸다.


도로시가 물었다.
“어떻게 내려가지?”


사다리는 너무 무거워서 끌어올릴 수 없었다. 그래서 허수아비가 벽 위에서 바닥으로 뛰어 내린 다음, 다른 친구들은 허수아비 위로 뛰어내려 딱딱한 바닥에 발을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은 허수아비의 뇌에 들어있는 핀에 발이 찔리는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머리쪽으로 뛰어내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모두 안전하게 내려온 후, 그들은 허수아비를 일으켜 세워 납작해진 그의 몸을 두들겨서 다시 본래 모습을 되찾도록 해주었다.


도로시가 말했다.
“반대편으로 가려면 우린 이 이상한 곳을 가로질러 가야만 해. 남쪽이 아닌 다른 쪽으로 가는 것은 현명한 일이 못되니까 말이야.”


그래서 그들은 도자기 사람들의 나라를 통과하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그들이 제일 처음 만난 것은 도자기 소에서 젖을 짜고 있는 도자기 아가씨였다. 그들이 가까이 지나가자 그 소는 깜짝 놀라 갑자기 발길질을 했다. 그 바람에 양동이와 아가씨가 앉아있던 의자와 그리고 그 아가씨까지 모두 발에 채여 도자기 바닥에 넘어지면서 쨍그랑하는 요란한 소리를 냈다.


소의 다리가 부러지고, 양동이는 산산조각이 나고, 가여운 아가씨의 팔꿈치에 흠집이 난 것을 본 도로시는 충격을 받았다.


젖 짜던 아가씨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이봐요! 당신들이 한 짓을 좀 보세요. 내 소는 다리가 부러졌다구요. 수선집에 데려가서 다시 붙여야 한단 말이예요. 당신들은 무슨 일로 여길 와서 내 소를 놀라게 하는거죠?”


도로시가 대답했다.
“정말 미안해요. 부디 우릴 용서해주세요.”


하지만 어여쁜 아가씨는 너무나 화가 나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부러진 소의 다리를 집어들고는 소를 이끌고 그곳을 떠났다. 불쌍한 소는 세 다리로 절뚝거리고 있었다. 그 아가씨는 다친 팔꿈치를 옆구리에 딱 붙이고 멀어져 가면서 어깨 너머로 이 어리숙한 이방인들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도로시는 이 사고로 인해 마음이 아팠다.


마음이 따뜻한 나무꾼이 말했다.
“우린 이 곳에서 아주 조심해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이 예쁘장하고 조그만 사람들을 고칠 수 없을 정도로 다치게 할지도 몰라.”


조금 더 걸어가다가 도로시는 매우 아름다운 옷을 입은 어린 공주를 만났다. 그 공주는 낯선 이들을 보더니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도로시는 그 공주를 더 자세히 보고 싶어 그녀를 따라 갔다. 그러자 그 도자기 소녀가 소리를 질렀다.
“날 쫓아오지 마세요! 쫓아오지 말라구요!”


공주의 겁에 질린 작은 목소리에 도로시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왜 그렇게 겁을 내는 거죠?”


공주는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멈춰 서서 대답했다.
“왜냐하면, 만약 달리다가 넘어지면 전 부서질지도 몰라요.”


도로시가 물었다.
“그렇게 되면 고칠 수 없나요?”


공주가 대답했다.
“물론, 고칠 수 있죠. 하지만 알다시피 수선한 곳은 전혀 예쁘지 않거든요.”


도로시가 말했다.
“그렇겠네요.”


그 도자기 아가씨는 계속 말을 이었다.
“조커라는 광대가 있는데, 그는 항상 물구나무 서기를 하려고 해요. 그러다보니 여기저기 자주 깨져서 백 군데도 넘게 수선을 했어요. 그래서 아주 보기 흉해요. 아, 저기 그 사람이 오고 있네요. 눈으로 직접 보면 알 수 있을거예요.”


정말로 쾌활하게 웃고 있는 한 조그만 광대가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이 섞인 멋진 광대 옷을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도로시는 그의 온 몸에 뒤덮인 금이 간 자국과 수선한 자국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광대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볼을 불룩하게 부풀린 후 짓궂은 표정으로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아름다운 아가씨,
왜 빤히 쳐다보시나요
불쌍한 늙은이 조커를.
당신은 아주 뻣뻣하고
새침하시군요
마치 포커를 삼킨 사람처럼.”


공주가 말했다.
“조용히 하세요! 이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세요? 좀 정중히 대할 수 없어요?”


“정중히 대하는 것, 그게 제가 바라던 바죠.” 라고 대답한 광대는 곧바로 물구나무를 섰다.


공주가 도로시에게 말했다.
“조커는 신경쓰지 마세요. 그는 머리가 아주 심하게 깨졌었죠. 그 후로 바보가 되었어요.”


도로시가 말했다.
“네, 그에겐 조금도 신경쓰지 않아요. 그런데 당신은 정말 아름답군요. 당신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요. 캔사스로 돌아갈 때 당신을 데려가서 엠 아주머니의 벽난로 선반에 세워놓고 싶은데, 허락해 주시겠어요? 내 바구니 속에 당신을 넣어가면 될 거예요.”


도자기 공주가 대답했다.
“그러면 난 아주 불행해질 거예요. 당신이 보다시피, 여기 이 곳에서 우리는 모두 만족스럽게 살아가고 있죠. 우린 맘대로 얘기도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 중 어느 누구라도 이 곳을 떠나면 즉시 딱딱하게 굳어져서 (보기에는 예쁠지 모르지만) 꼼짝 못하고 서 있어야만 해요. 물론 사람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선반이나 서랍장이나 응접실 탁자에 가만히 서있는 것이 전부죠. 하지만 우리 삶은 우리들의 나라인 이곳에서 더 행복할 거예요.”


도로시가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면 작별 인사를 해야겠군요. 잘 있어요.”


공주가 대답했다.
“안녕히 가세요.”


도로시와 친구들은 도자기 나라를 조심스럽게 걸어 나갔다. 조그만 동물들과 사람들은 낯선 이들이 자기들을 깨뜨릴까봐 무서워서 그들을 보면 날쌔게 달아났다. 한 시간 쯤 지나서 우리의 여행자들은 이 도시의 반대편에 있는 또다른 도자기 벽에 도착했다.


이 벽은 처음에 만났던 벽처럼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사자의 등을 밟고 올라서서 벽 위로 기어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런 다음 사자는 다리를 모두 모아 벽 위로 펄쩍 뛰어 올랐다. 그런데 사자가 뛰어 오르는 순간, 도자기로 만든 교회가 그의 꼬리에 부딪쳐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도로시가 말했다.
“아, 이런! 하지만 소의 다리 하나와 교회 하나만 망가뜨리고 이 조그만 사람들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지나왔으니 그래도 다행이야. 이 사람들은 정말 깨지기 쉽더라구.”


허수아비가 말했다.
“정말 그래. 난 지푸라기로 만들어져서 쉽게 다치지 않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야. 세상에는 허수아비로 사는 것보다 더 나쁜 일도 있구나.”


제19장 나무들의 공격

맨 위로

제21장 사자, 동물의 왕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