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程繁問於子墨子曰:「夫子曰『聖王不爲樂』,昔諸侯倦於聽治,息於鐘鼓之樂;士大夫倦於聽治,息於竽瑟之樂;農夫春耕夏耘,秋斂冬藏,息於聆缶之樂。今夫子曰『聖王不爲樂』,此譬之猶馬駕而不稅,弓張而不弛,無乃非有血氣者之所能至邪?」

子墨子曰:「昔者堯舜有茅茨者,且以爲禮,且以爲樂。湯放桀於大水,環天下自立以爲王,事成功立,無大後患,因先王之樂,又自作樂,命曰《護》,又修《九招》。武王勝殷殺紂,環天下自立以爲王,事成功立,無大後患,因先王之樂,又自作樂,命曰《象》。周成王因先王之樂,又自作樂,命曰《騶虞》。周成王之治天下也,不若武王。武王之治天下也,不若成湯。成湯之治天下也,不若堯舜。故其樂逾繁者,其治逾寡。自此觀之,樂非所以治天下也。」

程繁曰:「子曰『聖王無樂』,此亦樂已,若之何其謂聖王無樂也?」

子墨子曰:「聖王之命也,多寡之。食之利也,以知饑而食之者智也,因爲無智矣。今聖有樂而少,此亦無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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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번이 묵자께 물었다. "선생님은 '성왕이 음악을 듣지 않았다'고 하시지만 옛날 제후는 다스리기를 (잠시) 접으면 종과 북을 두드리며 음악을 즐겼습니다. 농부는 봄에 밭을 갈고 여름에 김을 매며 가을에 거두어 겨울에 재어 두고는 두레박을 두두리며 음악을 즐겼습니다. 이제 선생님이 '성왕은 음악을 듣지 않았다'고 하시지만 이에 견주어 본다면 오히려 말에 멍에를 씌우고 쉬게 하지 않고 활을 쓰지 않을 때에도 시위를 느슨하게 하지 않는 것 같아 혈기가 없지 않다면 어찌 이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묵자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요순은 풀로 이은 지붕 아래 살았지만 예를 다 갖추었고 음악을 즐기기에 충분하였다. 탕 임금은 걸 임금을 큰물로 내쫓으니 천하를 돌아 스스로 왕이 되었고 하는 일은 성공하여 서고 뒷날의 근심이 없어 선왕의 음악을 잇고 또 스스로도 음악을 지어 명하기를 《호(護)》라 하고 또 《구초(九招)》[* 1]를 지켰다. 무왕은 은을 무찌르고 주 임금을 죽이니 천하를 돌아 스스로 왕이 되었고 하는 일은 성공하여 서고 뒷날의 근심이 없어 선왕의 음악을 잇고 또 스스로도 음악을 지어 명하기를 《상(象)》이라 하였다. 주나라의 성왕도 선왕의 음악을 잇고 또 스스로도 음악을 지어 명하기를 《추우(騶虞)》[* 2]라고 하였다. 주 성왕이 다스리던 천하는 무왕 때만 못하였고, 무왕이 다스리던 천하는 탕 임금만 못하였으며, 탕 임금이 다스리던 천하는 요순 때만 못하였다. 그러니 그 음악은 점점 번잡해졌지만 다스림은 오히려 점점 더 예전만 못하였다. 스스로 이를 보아 음악은 천하를 다스리는데 소용이 없다 하는 것이다."

정번이 다시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성왕은 음악을 하지 않았다'고 하였으나 말씀하신 것들도 음악입니다. 이렇다면 어찌하여 성왕은 음악을 하지 않았다고 하였습니까?"

묵자께서 말씀하셨다. "성왕의 명은 많고 적음의 문제다. 식량의 이익에 대해 말하자면 기근이 들어야 식량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깨달음이 없다고 할 것이다. 지금 성왕이 약간의 음악을 남겼다고 하나 그 역시 없는 것과 같다."


  1. 구초(九招) - 순 임금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음악의 형식.
  2. 추우(騶虞) - 성군이 천하를 다스리면 나타난다는 상상의 짐승. 흰 바탕에 검은 무늬가 있는 호랑이 비슷한 생김새로 살아있는 생물을 먹지 않으며 풀을 밟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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