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팔번뇌/떠나서

님께야 찾아보아 못 얻을 것 없건마는,
내게야 뒤지기로 그 무엇이 나오리까,
그대로 거두시기야바란다나 하리까.

其二 편집

제 맘도 제 뜻대로 아니됨을 생각하면,
억지로 못하시는 님을 어이 탓하리만,
알면서 나는 짜증은더 못 눌러 하노라.

其三 편집

쌓이고 쌓인 말을 벼르고 또 벼르다가,
만나면 삭막하여 멀건하니 있을 망정,
뒤어서 못 뵈는 뜻을 /님은 알까 합네다.

其四 편집

찡기고 웃으심이 낱낱이 매운 채를,
살점이 묻어나며 달기는 어인 일고,
안 맞아 못살 매니으서진다 마다랴.

其五 편집

님의 낯 실주름에 닻줄만치 애가 키고,
님의 눈 야흐림에 소나긴듯 가슴 덜렁,
가다가 되돌아 듦을과히 허물 마소서.

其六 편집

안 속는 님 속이려 제가 혼자 속아 왔네,
님 아니 속으심을 열 번 옳게 알면서도,
속을 듯 안 속으심에짜증 몹시 나괘라.

其七 편집

물 들고 따랐도다 술 들여야 하올 님을,
맨이로 덤볐도다 어려서도 못될 일을,
받을 듯 모른 체 하심야속달 길 없어라.

其八 편집

열 번 옳으신 님 눈물 지어 느끼면도,
돌리다 못 돌리는 이 발길을 멈추고서,
저녁 해 엷은 빛 아래눈 꽉 감고 섰소라.

其九 편집

봄이 또 왔다한다 오시기는 온 양하나,
동산에 피인 꽃이 언 가슴을 못 푸나니,
님 떠나 외론 적이면겨울인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