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팔번뇌/동산에서

외지다 버리시매 조각땅이 내게 있네,
한 나무 머귀[1] 덕에 뙤약볕도 겁 없어라,
수수깡 쓸린 창(窓)에나 서늘 그득 좋아라.

其二 편집

재 넘어 해가 숨고 물 끝에 이슬 맺혀,
바람이 겨드랑에 선들선들 씻어가면,
구태라 쫓지 않건만 더위 절로 가더라.

其三 편집

잎마다 소리하고 나무마다 팔 벌리어,
바람을 만났노라 우뢰처럼 들레[2]건만,
그대로 안두삼척(案頭三尺)엔 고요 그득하여라.

  1. 오동나무
  2. 떠들석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