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다 버리시매 조각땅이 내게 있네, 한 나무 머귀[1] 덕에 뙤약볕도 겁 없어라, 수수깡 쓸린 창(窓)에나 서늘 그득 좋아라.
재 넘어 해가 숨고 물 끝에 이슬 맺혀, 바람이 겨드랑에 선들선들 씻어가면, 구태라 쫓지 않건만 더위 절로 가더라.
잎마다 소리하고 나무마다 팔 벌리어, 바람을 만났노라 우뢰처럼 들레[2]건만, 그대로 안두삼척(案頭三尺)엔 고요 그득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