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팔번뇌/궁거워

其一 편집

위하고 위한 구슬 싸고 다시 싸노매라,
때 묻고 이빠짐을 님은 아니 탓하셔도,
바칠 제 성하옵도록 나는 애써 가왜라.

其二 편집

보면은 알련마는 하마 알 듯 더 몰라를,
나로써 님을 혜니 혜올사록 어긋나를,
믿으려 믿을 뿐이면 알기 구태 찾으랴

其三 편집

찾는 듯 비인 가슴 바다라도 담으리다,
우리 님 크신 사랑 끝이 어이 있으리만,
솟는 채 대시옵소서 벅차 아니 하리다.

其四 편집

모진가 하였더니 그대로 둥글도다,
부핀 줄 여겼더니 또 그대로 길차도다,
어떻다 말 못할 것이 님이신가 하노라.

其五 편집

뒤집고 엎질러서 하나밖에 없건마는,
[1] 즈믄[2] 맑아져도 못 그리올 이 내 마음,
왼이로 바치는 밖에 더할 바를 몰라라.

其六 편집

얼음같이 식히실 제 모닥불을 받드는 듯,
혹처럼 떼치실 제 부레풀을 발리는 듯,
두 손 다 내두르실 제 껴안긴 듯하여라.

其七 편집

미우면 미운 대로 살에 들고 뼈에 박여,
아무커나 님의 속에 깃들여 지내과저,
애적에 곱게 보심은 뜻도 아니 했소다.

其八 편집

풀숲에 걸으며서 이슬 맞음 싫다릿가,
사랑을 따르거니 몸을 본디 사리리만,
낭 없는 이 님의 길은 애제 든든하여라.

其九 편집

안 보면 조부비고 보면 섦이 어인 일가,
무섭도 않건마는 만나서는 못 대들고,
떠나면 그리운 일만 앞서 걱정 하왜라.

주석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