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이목구비

사나운 짐승일수록 코로 맡는 힘이 날카로워 우리가 아무런 냄새로 찾아내지 못할 적에도 세퍼드란 놈은 별안간 씩씩거리며 제 꼬리를 제가 물고 뺑뺑이를 치다시피 하며 땅을 후비어 파며 짖으며 달리며 하는 꼴을 보면 워낙 길들인 짐승일지라도 지겹고 무서운 생각이 든다. 이상스럽게는 눈에 보이지 아니하는 도적을 맡아내는 것이다. 설령 도적이기로서니 도적놈 냄새가 따로 있을 게야 있는 말이다. 딴 골목에서 제 홀로 꼬리를 치는 암놈의 냄새를 만나도 보기 전에 맡아내며 설레고 낑낑거린다면 그것은 혹시 몰라 그럴싸한 일이니 견주어 말하기에 예(禮)답지 못하나마 사람끼리에도 그만한 후각(嗅覺)은 설명할 수 있지 아니한가. 도적이나 범죄자의 냄새란 대체 어떠한 것일까. 사람이 죄로 인하여 육신이 영향을 입는다는 것은 체온이나 혈압이나 혹은 신경작용이나 심리현상으로 세밀한 의논을 할 수 있을 것이나 직접 농후한 악취를 발한대서야 견딜 수 있는 일이냐 말이다. 예전 성인의 말씀에 죄악을 범한 자의 영혼은 문둥병자의 육체와 같이 부패하여 있다 하였으니 만일 영혼을 직접 냄새로 맡을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견디어내지 못할 별별 악취가 다 있을 것이니 이쯤 이야기하여 오는 동안에도 어쩐지 몸이 군시럽고 징그러워진다. 다행히 후각이란 그렇게 예민한 것으로 되지 않았기에 서로 연애나 약혼도 할 수 있고 예를 갖추어 현구고(見舅姑)도 할 수 있고 자신하여 손님 노릇 하러 가서 융숭한 대접도 받을 수 있고 러시아워 전차 속에서도 그저 견딜 만하고 중대한 의사(議事)를 끝까지 진행하게 되는 것이 아니었던가. 더욱이 다행한 일은 약간의 경찰범 이외에는 세퍼드란 놈에게 쫓길 리 없이 대개는 물리어 죽지 않고 지나온 것이다. 그러나 사람으로 말하면 그의 후각의 불완전함으로 인하여 고식지계(姑息之計)를 이어 나가거니와 순수한 영혼으로만 존재한 천사로 말하면 헌 누더기 같은 육체를 갖지 않고 초자연적 영각(靈覺)과 지혜를 갖추었기에 사람의 영혼 상태를 꿰뚫어 간섭하기를 햇빛이 유리를 지나듯 할 것이다. 위태한 호수가로 달리는 어린아이 뒤에 바로 천사가 따라 보호하는 바에야 죄악의 절벽으로 달리는 우리 영혼 뒤에 어찌 천사가 애타하고 슬퍼하지 않겠는가. 물고기는 부패하려는 즉시부터 벌써 냄새가 다르다. 영혼이 죄악을 계획하는 순간에 천사는 코를 막고 찡그릴 것이 분명하다. 세상에 세퍼드를 경계할 만한 인사는 모름지기 천사를 두려워하고 사랑할 것이니 그대가 이 세상에 떨어지자 하늘에 별이 하나 새로 솟았다는 신화(神話)를 그대는 무슨 이유로 믿을 수 있을 것이냐. 그러나 그대를 항시 보호하고 일깨우기 위하여 천사를 따른다는 신앙을 그대는 무슨 이론으로 거부할 것인가. 천사의 후각이 햇빛처럼 섬세하고 또 신속하기에 우리의 것은 훨석 무디고 거칠기에 우리는 도리어 천사가 아니었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었으니 이 세상에 거룩한 향내와 깨끗한 냄새를 가리어 맡을 수 있는 것이니 오월(五月)달에도 목련화 아래 설 때 우리의 오관(五官)을 얼마나 황홀히 조절할 수 있으며 장미의 진수(眞髓)를 뽑아 몸에 지닐 만하지 아니한가. 세퍼드란 놈은 목련의 향기를 감촉하는 것 같지도 아니하니 목련화 아래서 그 놈의 아무런 표정도 없는 것을 보아도 짐작할 것이다. 대게 경찰범이나 암놈이나 고깃덩어리에 날카로울 뿐인 것이 분명하니 또 그리고 그러한 등속의 냄새를 찾아낼 때 그 놈의 소란한 동작과 황당한 얼굴짓을 보기에 우리는 저으기 괴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람도 혹시는 부지중 그러한 세련되지 못한 표정을 숨기지 못할 적이 없으란 법도 없으니 불시로 침입하는 냄새가 그렇게 요염한 때이다. 그렇기에 인류의 얼굴을 다소 장중(壯重)히 보존하여 불시로 초조히 흐트러짐을 항시 경계할 것이요 이목구비(耳目口鼻)를 고르고 삼갈 것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