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만이여!
오늘은 나도 말하련다!
≪백호≫의 소리없는 웃음에도
격파 솟아 구름을 삼킨다는
천지의 푸른 물줄기로
이 땅을 파몰아치던 살풍에
마르고 탄 한가슴을 추기고
천년 이끼 오른 바위를 벼루돌 삼아
곰팽이 어렸던 이 붓끝을
육박의 창끝인 듯 고루며
이 땅의 이름없는 시인도
해방의 오늘 말하련다!

첩첩 층암이 창공을 치뚫으고
절벽에 눈뿌리 아득해지는 이 곳
선녀들이 무지개 타고 내린다는 천지
안개도 오르기 주저하는 이 절정!
세월의 류수에
추억의 배 거슬러올리라-
어느 해 어느 때에
이 나라 빨찌산들이 이 곳에 올라
천심을 떠받으며
의분에 불질러
해방 전의 마지막 봉화 일으켰느냐?

이제 항일의 의로운 전사들이
사선에 올랐던 이 나라에
재생의 백광 가져왔으니
해방사의 혁혁한 대로
두만강 물결을 넘어왔고
백두의 주름주름 바로 꿰여
민주조선에 줄곧 뻗치노니
또 장백의 곡곡에 얼룩진
지난날의 싸움의 자취 력력하노니
내 오늘 맘놓고 여기에 올라
삼천리를 손금같이 굽어보노라!

오오 조상의 땅이여!
오천년 흐르던 그대의 혈통이
일제의 칼에 맞아 끊어졌을 때
떨어져나간 그 토막토막
얼마나 원한이 선혈로 딩굴었더냐?
조선의 운명이 칠성판에 올랐을 때
몇만의 지사 밤길 더듬어
백두의 밀림 찾았더냐?
가랑잎에 쪽잠도 그리웠고
사지를 문턱인 듯 넘나든 이 그 뉘냐?
산아 조종의 산아 말하라-
해방된 이 땅에서
뉘가 인민을 위해 싸우느냐?
뉘가 민전의 첫머리에 섰느냐?

쉬- 위-
바위 우에 호랑이 나섰다
백두산 호랑이 나섰다
앞발을 거세게 내여뻗치고
남쪽 하늘을 노려보다가
≪따- 웅-≫ 산골을 깨친다
그 무엇 쳐부시련 듯 톱을 들어
≪따- 웅-≫
그리곤 휘파람 속에 감추인다
바위 호을로 솟아
이끼에 바람만 스치여도
호랑이는 그 바위에 서고 있는 듯
내 정신 가다듬어 듣노라-
다시금 휘파람소리 들릴지,
산천을 뒤집어 떨치는
그 노호소리 다시금 들릴지!

바위! 바위!
내 알 리 없어라!
정녕코 그 바위일 수도 있다
빨찌산 초병이 원쑤를 노렸고
애국렬사 맹세의 칼 높이 들었던 그 바위
빨찌산 용사 이 땅에 해방의 기호치던
장백에 솟은 이름모를 그 바위
또 내 가슴 속에도 뿌리박고 솟았거니
지난날의 싸움의 자취 더듬으며
가난한 시상을 모으고 엮어
백두의 주인공 삼가 그리며
삼천만이여, 그대에게
높아도 낮아도 제 목소리로
가슴헤쳐 마음대로 말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