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나비/지혜에게 바치는 노래

검은 기관차 차머리마다
장미꽃 쏟아지게 피워서
쪽빛 바닷바람 함북 안겨
비단폭 구름장 휘감아보내마
숨쉬는 강철 꿈을 아는 동물아

황량한 '근대'의 남은 터에 쓰러져
병들어 이즈러져 반신이 피에 젖은
헬라쓰의 오래인 후예. 이 방탕한 세기의 아름소리 들으렴
자못 길들이기 어려운 짐승이더니
지혜의 속삼임에 오늘 점잖이 기죽였고나

풀냄새 싱싱한 산맥을 새어
흰 물결 선을 두른 뭇 대륙의 가장자리 돌아
간 데마다 암묵과 행복만이 사는 아롱진 도시
비취빛 하늘 밑 꽃밭 속의 공장속에서
기계와 피대가 악기처럼 울려 오리

시간과 공간이 아득하게 맞대인 곳
거기서는 무한은 벌써 한낱 어휘가 아니고
주민들의 한이 서린 미각이리라
얽히고 설킨 태양계의 수식의 그물에걸린
날랜 타원형 하나-새로운 별의 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