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민법과 상법의 규정이 없어 민사(民事)와 상사(商事)에 관한 사항을 모두 관습에 따를 뿐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여러 가지 관계가 매우 복잡하여 문서화된 규정을 필요로 하는 까닭에 이것을 편찬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조사에 착수한다 하니 그 빠른 이룸을 기대하는 바이다. 그러므로 여기에 민법과 상법의 관계를 자세히 말함이 이로움이 없는 일이 아니다.

 민법과 상법은 모두 ‘사법(私法)’이니, 백성 서로 간의 관계에 한 개인 된 자격으로 행할 행위를 규정한 법률인데, ‘민법’은 개인적 관계의 일반에 적용되는 규칙을 규정하여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에는 개인 서로 간의 관계에 대하여 오로지 이러한 민법을 적용하고, ‘상법’은 상업에 고유한 법칙의 전체를 말함이니 상업에 고유한 법칙이라 함은 상업에만 적용하고, 다른 것에는 적용하지 않는 법칙이다. 사법 가운데에도 상업의 관계에 적용되는 동시에 또 민사 관계에도 적용되는 것이 있으니 이와 같은 것은 상법에 속할 것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매매(賣買)에 관한 민법 규정의 대부분은 상사매매에도 적용되고, 민사매매에도 적용되나 이것은 상법에 속함이 아니요, 특별히 상사매매에만 한정하여 적용할 법칙을 규정하여 상법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자 사이에 어떤 사람은 상법을 민법에 대한 특별법이라 말하는 자도 있으며, 어떤 사람은 예외법(例外法)이라 일컫는 자도 있으며, 어떤 사람은 민법 가운데의 친족법(親族法)이나 상속법(相續法)과 같이 한 편을 만들 것이라 하여 말들이 한결같지 않거니와 각 나라 법 제도에 의하여 토론한 결정이 또한 다르다. 이와 같이 상업에 고유한 법칙으로 상법을 특별히 제정하는 나라에도 상법의 지위가 분명치 못한데, 우리나라에는 민·상법을 한편 가운데에 혼동하여 편찬하기로 결정하였다 하니 상법의 지위가 더욱 분명치 못하게 될 것이다. 대체로 보아서 상법을 장사는 사람에 관한 법률관계를 규정하는 것이라 하면 이것을 특별법이라 함이 옳거니와, 상사에 관한 법률인 까닭에 특별법이라 함은 옳지 않으니 만약 상법을 상사에 특별한 법률인 까닭에 특별법이라 한다면 민법 가운데의 친족이나 상속에 관한 규정도 특별한 법률이니 곧, 또한 특별법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요, 또 친족법 가운데에도 혼인에 관한 것과 양자(養子)와 인연을 맺음에 관한 것과 후견에 관한 여러 가지 규정이 모두 특별법 아님이 없을 것이다. 그러하니 곧, 이와 같은 이유로 상법을 민법의 특별법이라 말함이 옳지 않고, 상사에 고유한 법률이라 말함이 지극히 마땅하니 이것을 민법에 섞어 합함이 그 옳음을 알지 못하겠고, 또 예외법이라 하는 것이 있으나 이것은 정당한 해석이 아니니 상법 가운데에는 민법에 규정이 없는 사항에 대하여 규정한 것도 있고, 또 민법에 규정이 있되 충분하지 못하므로 보충하여 규정한 것도 있고, 또는 민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하여 특별히 규정함도 있으니 이러한 맨 뒤 경우의 규정과 같음은 민법에 대한 예외규정이라 말함을 얻을 것이지만, 제일(第一)과 제이(第二) 경우의 규정 등은 그렇지 못하여 예외의 규정이라 일컬을 수 없다. 대체로 보아서 상사에는 신용(信用)을 무겁게 여기고, 날쌔고 활발함을 높게 여기는 까닭에 상법은 신용을 보호하며, 사무의 날쌔고 활발함을 꾀함이 그 주장이 되어야 늘 민법과 특별히 발달한 것이요, 또 상사는 민사와 달라 상황과 범위가 확실하게 구분되는 것인데 지금에 이것을 섞어 합해서 편찬하면 상사와 민사를 혼동하여 그 관계로 하여금 해석하기 매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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