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으로 본 경성

맨 처음으로 남의 입내 같은 말 한 마디 아니할 수가 없다. 몸이 분망한 까닭에 마음까지 가라앉지 못하여 생각다운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개벽사의 청을 들어 단견(短見)이나마 써보려 하였으나 붙잡은 손이 시원히 돌아가지 못하므로 도리어 그 청에 승낙을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를 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문단으로 본 경성」

조선에서 문예비평을 하려고 붓을 들려고 하는 이마다 현대의 조선 문단의 존재를 인정해야 옳으냐 옳지 않느냐 매우 주저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인정하고 싶다. 그것이 꽃이 되고 열매가 맺었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것은 별 문제요 어찌하였든 글쓰는 이가 있고 그것을 발표할 기관이 있는 이상 문단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문단은 지금에 성운기(星雲期)를 지나지 못하였다.존재가 있으나 그것이 담농(膽膿)하고 무슨 운동이 있을 듯도 한데 추려낼 수가 없다. 우리의 문단에 태양계와 같이 규율이 째이고 궤도가 있으려면 한참 있어야 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성운이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어떠한 속도로 회전하는 것은 사실이며 개체와 개체 사이 무슨 운동이 있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그것이 회전하면 반드시 중심이 있을 것이요 운동이 있다 하면 반드시 힘이 있을 것이다.

조선 문단의 중심점이 어디겠느냐? 문화의 중심지인 경성을 내어놓지 못할 것이며, 운동하는 힘이 어디서 생기느냐? 중심을 중심으로 한 구심력과 원심력에 있을 것이다. 서로 잡아다니고 서로 밀치는 힘이 굳세면 굳셀수록 운동은 클 것이다. 나는 경성을 문단의 중심으로 볼 수밖에 없으며 그 외에는 선명한 무엇을 집어내서 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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