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산하 고토에서 내 일생을 보내리라
나를 낳고 나를 길러 준 내 땅을 버리고 어데 가서 살겠단 말씁입니까?
지상 낙원이라고 하는 하와이에를 가 봐도 내 땅만은 못했고 4시를 통하여 백화가 경염(競艶)하는 로스엔젤레스에를 가 봐도 내 땅만은 못 했고 현대 문명을 자랑하는 대도시 시카고에 오래 있어 보았으나 자고 깨면 생각이 고 향뿐이었고 지금은 세계적 대도시가 된 동경에도 전 후 10여년을 지내보았 지만, 또한 내 땅만은 못하더이다.
그 밖에는 별로 가 본데가 없는지라 혹시 이 다음에라도 거기서 살고 싶음 직한 어느 곳이 있을지는 모르지요마는 살다살다 못 살고 쫓겨나는 한이 있 기로서니 내 땅을 버리고서야 그 어드메에 가서 사오리까?
나를 낳고 나를 길러준 내 땅이야말로 내가 살지 않으면 아니될 고장입니 다. 나는 여기에 살 의무가 있고, 나는 내 당에 살 권리가 있읍니다. 그러 니까 국외에 나가서 살 생각은 꿈에도 없읍니다.
그러면 고토(故土)안에서는 어데가 제일 살고 싶은 곳이냐는 말씀이지요?
같은 서울안에선들 일생을 동동 동번지 동문(同洞同番地同門)안에서만 살지 는 못하는 이상 어덴들 싫다 하오리까마는 그래도 원산지만은 떠나고 싶지 를 않읍니다. 그래 목멱산이 내집 앞 산이요, 한강이 내집 앞물일세. 이 집, 이 산, 이 강을 떠메고 가지 못할 바엔 나는 서울서 화토(化土)하고 말 겠읍니다.